- ‘재심’ 정우 “준영의 변화, 곡선으로 그리고 싶었다” [인터뷰①]
- 입력 2017. 02.08. 17:03:49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감정을 계산한다는 게) 알파고도 아니고 쉽지 않죠. 그래서 그 지점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어요. 제 감정에 대해 명확하면 좀 더 쉬웠을 수도 있겠죠. 곡선을 그리듯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있어야 했기에 그걸 표현하는 게 좀 어려웠어요.”
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정우(37)정우를 만나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관객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변화한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다.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드라마.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잔혹한 출근’(2006)의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등이 출연한다.
정우는 돈도 빽도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린 변호사 준영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자 스스로 테이크를 늘려갔다. 감독 역시 그를 믿고 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혹시 몰라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여러 장면을 찍었다. 그래서 테이크가 많았다. 감독님은 (특별한 주문 없이) 오로지 날 믿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맡겨줬다.”
그는 준영을 연기하며 관객이 그의 심리적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 장면을 비교했을 때의 다른 모습에 놀랄 정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곡점이라는 게 어딜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 지점을 곡선으로 그리고 싶었다. 관객이 볼 때 조금 모호하게 느껴질 순 있겠지만 그게 되레 자연스럽지 않나. 조금씩 채워나간다. 그래도 첫 포인트는, 준영이 현우의 변호사를 하겠다고 했는데도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는 거다. 그의 변호사지만 현우를 대할 때 건들건들하고 껄렁거리는 느낌이 다 빠지지 않는다.”
그는 준영이 현우의 상황에 공감하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로 (현웅의) ‘어머니’를 꼽았다. 아울러 주변의 여러 요소를 통해 준영은 점점 현우의 변호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가장 크겠다. 어머니가 변호사에게 상담을 하는 모습도 그렇고, 그 전에 택시의 태코미터를 재면서 ‘뭔가 이 사건이 잘못됐구나’ 하면서 하나씩 찾아가잖나. 현장에서 (사건 당시를) 재현할 때 내가 서류를 찢어버린다. 과거 변호사가 모텔에서 취조를 하던 걸 상상하고 (눈물이) 그렁그렁 하잖나. 아무리 일 때문에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준영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도 사람이기에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후 동네 사람과 어머니를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을 느꼈을 때 거기에서 오는 게 있다.”
극 초반 준영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이지만 이후 갈등할 상황을 맞닥뜨린다. 애초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그로선 당연히 큰 고민이자 갈등을 겪을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의 마음을 움직인 무언가가 그를 변화하게 한다.
“고민은 분명 했다. 처음에 같이 일하자고 창환(이동휘)이가 제안하잖나. 시나리오에서 실제 준영도 명성이나 그런 조건에 대해 잠깐 고민을 했다. 그 이야기가 편집됐기에 아쉽긴 하다. 자신의 이익과 명성보다는 바른길을 택하려 한 것 같다. 충분히 공감했다. 어떤 희망을 놓아버린 느낌이 있지 않나 한다. 창안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일하는 건 사건을 놔버린다는 의미다. 현우에게 있어 준영은 희망이지 않나. 이 사건을 맡으면 불이익이 있을 거다. 이길 확신도 이익도 없고 창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이익이 없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준영도 고민을 한 것 같다. 그게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어쨌든 가장이란 것도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일인데 가장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잖나. 대단한 것 같다.”
극 중 로펌을 오가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선 직장인 개념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법조인을 다룬 많은 작품이 있었기에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만의 건들거리는 캐릭터로 표현했다.
“영상·영화 등 기존의 자료를 참고했다. 이 작품을 택하는 데 있어 불안감·갈증이 있어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영화의 감정과 준영의 캐릭터 이해라 생각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변호사란 직업을 가진 직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도 한 건 올려 잘 먹고 잘살고자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기존의 선배들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배역을 많이 연기하셨고 송강호 선배도 존경하는 선배다. 굉장히 두려움이 있다. 부담스러웠다. 변호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많았으니까. 나만의 건들거림이 있는 변호사를 표현하려 했다.”
극 중 부부 역할로 호흡을 맞춘 김소진은 최근 ‘더 킹’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활약해 눈길을 끌었다. 김소진과 부부로서의 이야기는 극 중 많이 다루지 않았다. 정우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워했다.
“아내 역할을 맡은 김소진 씨가 ‘더 킹’에서도 잘했다고 들었다. (우리 영화에서 함께 촬영한 것 중) 편집된 신이 있는데 아쉽다. 고깃집에서 변호사의 인간적이지 못한, 쓸데없는 아집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변호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대사를 비롯해 그 신에서 여러 이야기를 한다. 영화에서는 사실상 별거 중이다. 그때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받은 배우였다.”
극 초반의 준영은 철저히 세속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법조인이지만 정의보단 자본 지향적인 의견을 내세우는 그는 이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정우는 준영이 변호사라 특별할 것 같지만 일반 직장인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기에 공감을 얻을 거라 생각했다.
“(준영이) 굉장히 인간적인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특별해 보이고. 변호사가 평범하니까 오히려 그게 특별해 보여요. 보통 ‘변호사는 이런 사람일 거다’ 하는데 일반 직장인처럼 평범하니까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