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정우 “실화 영화, 가슴 아프고 조심스러워” [인터뷰②]
입력 2017. 02.08. 18:19:18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회차가 갈수록 현장에서 엄습해오는 공간의 에너지가 있었어요. 밝은 기운은 아니었죠. 실제 장소는 아니었지만 ‘명성모텔’이라는 장소가 특히 그랬어요.”

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정우(37)정우를 만나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드라마.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잔혹한 출근’(2006)의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등이 출연한다. 정우는 돈도 빽도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린 변호사 준영 역을 맡았다.

“현장에서 울컥한 것 보다, 작품 들어가고 나서 집에 돌아와 다시 시나리오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잘 표현은 안 되는데 시나리오를 다시 보면서 가슴도 많이 아프고 울컥했다. 눈물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그런 걸 수 있는데 독특한 경험이었다. 지금 그분이 계셔서 그런 것 같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촬영을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사건을 경험하고 그 감정을 느꼈는데 가슴이 아팠다.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렇다. 울컥하고 두렵고 떨린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말로 표현을 하는 것도 이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조심스럽다.”

그는 언론시사회 날 영화를 보고 여러 번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감독과 함께 한 촬영 과정까지 모든 게 스쳐 갔기 때문.

“언론시사회 때 멍했다. 너무 울었다. 내 연기를 보며 운 게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 초반에는 시작하자마자 울컥했는데 그건 내 개인적인 감정이다. 아무래도 우리 현장이 드러나지 않지만 로케이션이 꽤 많았다. 물론 모든 현장이 풍요롭지 않지만 이번 현장이 열악한 편이었다. 전작에서 기댈 동료·선배 배우가 있었다면 이번엔 내가 의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임하다 보니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시작 전에 감독님과 손을 잡기도 했다. 감독님도 한 작품 한 작품 어렵게 해나가는 분이니까 아무래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개인적 감정으로는 영화 시작 부분도 그렇고 푼수 같잖나. 시작도 안 했는데 울컥해서 다잡았다. 명성모텔 신에서 처음 준영이 현우의 아픔을 이해했을 때, 그 스타트 지점에서 울컥했다. 마지막에 가장 울컥했는데 감독님도 그랬고 참았다. 몇 번 울컥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10년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낸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극 중 현우의 상황에 대해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걸로(누명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가족의 심정은 어땠을까. 도둑질을 안 했는데 도둑으로 몰리는 것도 억울하고 수치심을 느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체감온도가 다르지만.”

준영은 영화 ‘변호사’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인물처럼 정의로운 변호사라기보단 어딘지 건들건들한 변호사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스토리에 비해 무겁지 않게 전달 되고 준영이란 인물도 그리 무겁게 표현되지 않는다.

“실제 그렇게 생활하는 변호사가 계시지만 영화에서 너무 정의로운 사람처럼 느껴지면 현실감이 자칫 떨어질 수 있다. 드러내고 표현하지 않으려 했는데 요즘 관객분들이 워낙 빠르다.”

그가 영화에서 꼽은 가장 좋은 장면은 엔딩신이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며 준영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엔딩신이 가장 따뜻하다. 재판장에서 마지막에 차분하게 이야기할 때 그 장면이 감정이 고조된 장면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첫 장면에서의 재판장 모습을 보고 마지막 장면을 보는데 언제 변했는지 왜 변하게 됐는지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한발 떨어져 보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준영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그게 캐릭터에 대한 내 목표였다. 관객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사이 그렇게 되는 거다.”

‘재심’은 그에게 배우로서의 부족함을 많이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많이 발견하게 됐다. 겸손이 아니라 정말 부족함을 많이 발견했다. 물론 ‘히말라야’도 그렇지만 이번엔 특히 그렇다. ‘히말라야’는 체력적으로 그랬다. 내가 두통이 심한 편인데 ‘신체가 내 정신을 지배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아직도 그렇다. ‘히말라야’ 선배들이 지금 다들 작품을 하고 있을 텐데 아마 ‘히말라야’가 가장 힘들 거다. 더위, 추위는 다 있다. 그 정도는 뭐.(웃음)”

강하늘은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돼 10년 동안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한 당사자인 현우 역을 맡았다. 배우로서는 더욱 극적인 상황에 몰린 캐릭터가 욕심날 법하다.

“하늘이가 맡은 역할이 영화로만 생각하면 매력적인 역할이다. 실화라 이런 이야기가 조심스럽다. ‘불행’이란 단어가 자극적일 수 있기에 ‘아픔’이라 한다. 이런 단어조차도 당사자가 듣고 보면 상처가 될까 걱정도 많이 됐고 그런 면에서 신경을 썼다.”

그는 영화가 실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결국은 사람의 상처를 사람이 치유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어딘가에 이런 사람이 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것은 사람으로 치유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았어요. (극 중) 결국 사람이 안아준다. 사회 속에 사는 사람이 사람이잖아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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