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심’ 강하늘 “작품 선택 기준? 변신-연기-흥행 아닌 오직 ‘시나리오’” [인터뷰②]
- 입력 2017. 02.08. 23:04:5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친한 분들 사이에서는 제가 많은 사람에게 착하다 알려졌지만 ‘그 눈은 착한 눈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처음 절 만났을 때도 ‘눈이 악한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배우 강하늘(28)은 선한 이미지를 지녔다. 실제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을 지녔을 만큼 그를 둘러싼 미담도 많이 들려온다. 김태윤 감독은 그런 강하늘에게서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강하늘을 만나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최근의 좌우명이라 밝히며 배우로서 연기에 대해 고민한 것에 대해 털어놨다.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드라마.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잔혹한 출근’(2006)의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등이 출연한다. 강하늘은 목격자에서 범인이 돼 감옥에서 10년을 잃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선 청년 현우를 연기했다.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그는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출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동주’ 후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초반 정도에 ‘재심’을 하기로 했다. 이 사건(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워낙 관심이 많은 시청자였다. 시나리오가 그 사건을 모티브로 쓰였다고 듣고부터 읽지도 않았는데 할 것 같았다. 대본이 재미있어 선택했다. ‘최군’으로 알려진 실제 피해자와 만났다. 현장에 오셔서 이야기를 나눴다. 난 이 사건에 대해 언급을 안 하려 했다. 툭 튀어나올까 조심하면서 최대한 일상적 대화만 나누려 했다. 사건에 대해서나 당시의 감정을 물어보거나 아는체하는 듯 이야기하면 건방진 이야기처럼 들릴 것 같았다. 그 10년 중 단 며칠도 살아보지 않은 내가 함부로 안다는 것처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분이 헤어질 때 잘 만들어 달라는 응원과 덕담을 하셨다. ‘내가 뭘 얼마나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답을 회피하게 되더라. 오히려 그래서 시나리오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이었다.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나중에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추상화에 비유했다. ‘재심’이 실제 살인자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10년을 보낸 사람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에 대해 사회 고발 영화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영화를 홍보하는 과정에서는 휴먼드라마를 표방한다.
“내가 메소드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난 모든 걸 흡수하는 잘 짜인 설계도라기 보다는 추상화에 가깝다. 느낌으로 흩뿌려놓은 것들이 나라는 사람으로 카메라 앞에 보여지는 그런 방법을 추구한다. 누군가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역할과 사회적 파장 등이 있어야 하지 않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내가 맡은 바는, 글로 쓴 이야기를 내 몸으로 좀 더 풀어서 많은 분에게 재미있게 알려주는 거라 생각한다. 연기란게 구연동화와 마찬가지 아니겠나. 사실 내가 연기한 걸 제대로 된 눈으로 보기 힘들다. 항상 아쉬운 것만 보이니까. 이번에 연기한 역할에 있어 뭔가 책임감을 느껴본 적도 많이 없었다. 모든 작품마다 그래왔는데 대본에 충실했고 항상 현장에 충실했다. 이 캐릭터가 리액션으로 가득 찬 건 ‘동주’가 이번 작품에 어느 정도 리액션이 많았다. 보는 이마다 다르니. 역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도만 준비한다. 모토가 ‘흘러 흘러 살자’다. 과하게도 덜하지도 않게 하려 한다. 이준익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하셨다. ‘영화나 연기에 메시지를 담는 순간 그건 폭력’이라고. 그 말에 동의하는 편이다. 보는 분은 순수하게 받아들여 주시고 나처럼 분노하거나 안타깝다, 혹은 부정적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런 건 우리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텍스트를 잘 소개하는 게 내 목표다.”
그는 ‘동주’를 포함한 모든 작품에 대해 자신 있게 이미지 변신, 연기, 흥행 등의 요소를 따져 고른 작품은 없다고 말했다. 오로지 시나리오 하나만 보고 간다는 거다.
“본질이 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껏 내가 선택한 작품을 어떻게 봐줄지 모르지만 이미지 변신이나 연기를 보여줘야겠다거나 흥행을 생각하며 선택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으면 족하다. 내가 ‘재미있게 웃으며 즐기며 하자’는 주의다. 대본이 재미있으면 어떤 상황이 되도 즐기게 된다. 재미있게 찍을 수 있다. ‘동주’는 저예산이라 휴대전화 조명으로 조명을 대신하며 찍었다. 그런 게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려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한다. ‘왜 흥행에 대한 욕심이 없나’ 혹은 ‘감추는 거냐’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 흥행이 되면 좋지만 기본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슬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흥행에 대한 건 그 정도 욕심 뿐이다.”
이번 영화에서 현우역을 맡은 그는 ‘탐나는 다른 역할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늘 작품 선정 이유는 시나리오임을 밝히며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도 주어진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미생’에서도 그렇고 어떤 역할이 오든 작품이 좋아 선택한다. ‘미생’ ‘동주’ ‘좋아해 줘’도 그렇고 뭐든 그렇다. ‘다른 역할 중 뭘 하고 싶으냐’고 질문하시는데 답하기 어려운 게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참여했다. 그 역할을 주신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극 중 맞는 장면이 많은 그는 맞는 척 연기하기보다는 실제로 맞는 쪽을 택했다. 실감 나는 리액션을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 맞아도 티나 나지 않아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실제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한 배우로서의 연기 욕심이 아닐까.
“(연기할 때) 맞는 게 더 편하다. 때리는 척만 하면 강도를 모르잖나. 행위를 하는 사람보다 리액션을 하는 사람이 편하다. 실제로 맞았다. 어느 작품에서나 실제로 맞는 걸 원했다. 안 맞고 맞은 것 처럼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그게 연기를 못하는 거다. 촉감이 남는 게 좋은 것 같다. 뺨을 맞는 신은 테이크를 많이 갔다. 감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맞아도 붓지를 않는다. 빨개지지도 않는다. 감독님도 정우 형도 신기해했다. 분장팀이 오더니 ‘안 맞았냐’더라. 타고난 재능이 아닌가 싶다.(웃음) 오히려 그런(맞는 척하는) 연기가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다. 억울한 역 일수록 진실하게 반응해야 한다. 억울한 역일수록 자칫 억울하게 보이려고 그쪽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좀 더 억울한 걸 보여 주려기 보다 그(시나리오) 안에서 주는 만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억지로 더 표현하다 보면 뭔가 억울하고 삐끗하게 된다.”
극 중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한 그는 자신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보면서도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라도를 처음 접한다. 대사를 써주면 6~7명의 전라도 출신 친구들이 다 다른 버전으로 녹음해서 보내줬다. 내 캐릭터에 맞는 톤은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해서 했다. 노력은 했는데 아쉬운 점은 많이 눈에 밟힌다. 군산 전주 광주 사투리 가운데 군산 사투리가 캐릭터에 더 맞을 것 같아 택했다.”
극 중 감정이 과한 장면, 즉 ‘장면을 위한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감독과 이야기를 한 부분이라며 비화를 전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한 부분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스토리 진전상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여쭤본 장면이 몇 장면 있었다. 찍으면서 사실은 우리의 일과 같은 건 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언가는 필요한 것 같았다. 다음 장면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 같은 거다. 찍다 보니 이해가 가더라.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은 편집이 어떻게 될지 몰라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결과는 감독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다.”
평소 친분이 있는 정우와의 연기는 어색하기보다는 여러 번 시도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말 친하니까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 볼 수 있어 편해요.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과 연기를 한다면 더 시도해 보자는 이야기가 잘 안 나오겠죠. 사이가 안 좋은 역할이면 현장에서 눈도 안 마주치기도 하는데 그것도 맞는 연기법이라 생각해요. 친하면 더 그런 연기를 편히 할 수 있어요. 뺨을 맞는 장면에서 테이크를 많이 갔는데 정우 형이 집중하다 지쳐 ‘날 쳐달라’고 하더라고요. 한번 때린 다음 형의 뺨이 부어올라 더는 못했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