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족’ 휴먼 코미디? 웃음·공감·감동은 어디에 [씨네리뷰]
입력 2017. 02.09. 18:27:18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티격태격 대는 가족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다. 세제 광고 속, 하얀 이를 드러내며 로봇처럼 웃는 가족의 모습 보다는 조금 거친 느낌을 주더라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보다 공감을 자아낸다.

‘그래, 가족’은 남 보다 못한 사이인 세 남매가 갑자기 나타난 막내 오낙(정준원)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네 남매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간 성호(정만식) 수경(이요원) 주미(이솜)는 막내라며 나타난 오낙을 마주한다. 성호의 계략으로 수경(이요원)이 낙이를 떠맡게 되고 짐이라 생각했던 낙이가 사상 최대 특종 사건의 유일한 희망임을 깨달으면서 작전을 펼친다.

아버지의 사채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성호 수경 주미는 극 중 다소 과격한 남매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티격태격 대는 정도를 넘어, 남 보다 못한 사이다. 아버지의 영정 사진 한 장 없이 장례식 비용 문제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보인다.

힘든 현실을 반영하는 상황에 놓인 남매의 캐릭터는 각각 설정상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같은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 가장 주가 된 수경이라는 캐릭터는 뉴욕 특파원이 되고자 쉬는 날도 반납할 정도로 노력하지만 결국은 ‘흙수저’라는 이유로 인해 절망할 상황에 처한다.

수경이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엉뚱하게도 11살 난 동생을 이용해 상사의 비리를 캐는 것이다. 어른의 세계에서 벌어져야 할 일에 어린 동생을 이용한다는 것은 유아적 발상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오로지 ‘녹음기’에 대한 집착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억지스러움은 실소마저 자아낸다.

그녀가 ‘흙수저’라는 이유로 겪는 불이익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사회부조리에 대해 묘사하지 않는 점은 영화가 깊어질 수 있는 요소를 외면한다. 수경의 기자로서의 직업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은 거의 전무하기에 기자라는 직업을 설정한 이유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그녀가 회사의 불합리한 행태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은 그녀의 배경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배경 설정에 의한 것으로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고민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장면의 부재로 머리로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공감할 수 없는 겉핥기식이라는 점이 아쉽다.

번듯한 직장이 없는 철부지 장남 성호는 정만식이 연기했다. 철부지 장남으로서 개성 있는 캐릭터로 웃음 포인트가 될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이요원은 잘난 체 해도 결국 흙수저인 둘째 수경 역을 맡았지만 다양한 감정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부족한 탓에 단조로운 모습을 보인다. 영화가 끝나면 화난 그녀의 얼굴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이솜은 연예인 뺨치게 예쁘지만 끼가 없어 만년 알바 신세인 셋째 주미를 연기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막내 낙이 역은 정준원이 맡았다.

‘그래, 가족’은 휴먼 코미디다. 그럼에도 따뜻한 가족애로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미디 장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웃음 포인트도 찾기 힘들다. 웃음을 노리다 삐끗한 것이라면 대중의 웃음코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휴먼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초반부터 지루한 흐름으로 인해 영화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정도다.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낸 것과 일상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영화는 결말에서 ‘미워도 가족’ 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애써 부정하고자 하더라도 결국 가족이기에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제를 던지고자 한다면 결론의 타당성을 보여줘야 하지만 타당성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산으로 간 이야기는 가족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따뜻함이나 소소한 재미를 주는데 실패한다. 웃음 공감 감동, 이 가운데 하나의 요소만 갖췄더라도 보다 나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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