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카 트럼프-빌로밀로-라스포사, 기막힌 패션史 ‘논란 효과’ [패션톡]
입력 2017. 02.10. 11:24:00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막말이 연일 한국과 미국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패션이 사건의 발단 혹은 촉매제 역할을 하며 정치문제에 무관심했던 대중들마저 연일 보도되는 내용에 집중하게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소했던 고영태의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와 이반카 트럼프의 패션 브랜드 ‘이반카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급증하고 있다.

연예인 혹은 셀러브티리티로 통칭되는 유명인에게 제품을 협찬하는 PPL 혹은 직간접 PR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브랜드 마케팅의 기본 요건이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지만 때로는 의도했든 아니든 ‘논란’이 기막힌 효과를 내기도 한다. ‘블레임룩(Blame Look)’이 대표적 사례로, 신정아가 치장한 럭셔리 브랜드가 상위 10% 계층에게 소구되는 브랜드였음에도 대중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한 빌로밀로(Villo Millo)와 이반카 트럼프(Ivanka Trump)는 패션계에서 크게 존재감이 없었던 브랜드라는 점에서 ‘논란 효과’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옷과 가방을 결정해온 것도 모자라 옷 디자인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최순실 게이트에서 빌로밀로가 화제가 됐다. 빌로밀로는 타조가죽 등 고가 가죽으로 제작한 가방을 생산해온 브랜드로, 끊임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노출됐지만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는 미약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고영태 존재가 알려지고 빌로밀로 역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미국 역시 정치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뜬금 맞게 패션 브랜드가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역량 있는 사업가로 부각돼온 이반카 트럼프의 패션 브랜드 ‘이반카 트럼프’가 최근 실적 부진에 따라 노드스트롬의 퇴출 결정이 내려진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가 “노드스트롬이 내 딸 이반카를 매우 부당하게 대우했다”라며 ‘끔찍한 결정’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등 강력 반발했다.

패션 아이콘으로 군림하는 그녀가 론칭한 이 브랜드는 초기에는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소비자와 접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어왔다. 무엇보다 백화점이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입, 퇴점을 결정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한 나라 대통령이 가족 사업과 관련해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에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반카 트럼프 브랜드는 불명예든 아니든 시들해진 대중의 관심에 다시 날을 세우며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방송 인터뷰 도중 “가서 이반카 제품을 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는 쇼핑을 싫어하지만 가서 좀 살 생각이다”라고 말해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했다는 것.

또 “지금 무료 광고를 하는 거예요. 모두들 오늘 가서 사세요.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다"라며 트럼프 참모다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 백악관 전체가 ‘이방카 트럼프’ 살리기에 나서는 개그콘서트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정치문제와 연루돼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한 예는 또 있다.

지난 1999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바 있는 라스포사는 당시 소위 중년 여성들에게 소구돼 패션계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옷 로비 사건 이후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로 뒤바뀌었다.

일명 ‘라스포사 사건’이라고도 불린 이 사건은 당시 정치 주요인사의 배우자가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에게 자신들이 구매한 옷값을 대납하게 한 것이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정치적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라스포사는 정일순 사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패션회사에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라스포사는 이후 홈쇼핑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긍정이든 부정이든 인지도 제고는 브랜드 명운을 뒤바꾼다.

라스포사는 홈쇼핑을 통해 최근까지도 간간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세월만큼 퇴색됐다. 반면 빌로밀로와 이반카 트럼프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계속된 장기 불황으로 국내외적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이 깊어진 상태에서 논란에 따른 인지도 상승효과가 긍정적인 결말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시크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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