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몬의 위증’ 신세휘, 자기가 만든 ‘허구’ 속 주리 “안타까웠죠” [인터뷰①]
- 입력 2017. 02.13. 11:24:00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많이 아쉬워요. 경험도 많이 없었고, 준비하는 기간도 짧았고. 조금만 덜 게을렀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후련해요”
이제 막 연기에 입문했다. JTBC ‘솔로몬의 위증’,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신세휘는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지난 10일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연출 강우일, 극본 김호수) 종영 인터뷰를 위해 신세휘가 시크뉴스를 찾았다. 극중 ‘이주리’ 역으로 열연한 그녀는 캐릭터가 가진 울긋불긋한 피부염을 모두 지우고 새하얀 본인의 피부로 등장했다.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동급생의 추락사와 그에 얽힌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솔로몬의 위증’은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솔로몬의 위증’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이미 일본에서는 영화로 리메이크 된 바 있는 인기 소설로 한국 드라마 방영 전부터 많은 마니아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신세휘는 ‘솔로몬의 위증’에서 이주리 역을 맡았다. 고발장의 발신인이자 온갖 ‘거짓’으로 물든 캐릭터다. 아픔이 많았고, 자신의 말은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 아이의 증오심이 어른의 증오심과 대비될 정도로 너무 깊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에 그런 증오심을 갖기가 쉽지 않을 텐데, 가정사, 친구들의 괴롭힘 등이 주리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다. 주리는 딱 불쌍한 아이다. 너무 안쓰럽고, 자기감정을 자기가 믿지 못한다. 자기의 거짓말을 자기가 믿어버릴 정도로 한 사람(최우혁)을 증오하고, 그 증오심에 자기 자신도 증오하고 하나 뿐인 친구까지 잃을 뻔했다. 어떻게 보면 주리는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다. 빌미를 만들어서 사건을 키웠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이 아이가 너무 어렸다. 혼자서 자신의 마음을 싸매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안쓰럽고, 주리가 이렇게 되기까지 분명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궁금하기도 했다”
주리의 ‘악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났던 것은 극중 초롱(서신애)에게 “네가 죽어야 내가 살아”라고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자신과 ‘진실’을 눈앞에 두고 다투던 친구가 뒤돌아 뛰어가다 차에 치였지만, 주리는 “제발 살아”라고 얘기하는 대신 “제발 죽어”라고 애원했다.
“사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건가 고민이 많았다. 친구한테 죽으라고 할 만큼 주리는 살아야 할 악착같음이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입술로만 그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 눈물이 나오기보단 정말 감정 없이 입술로만 얘기하는 느낌을 내려고 했는데, 마스크를 써버렸다. 주리가 격리 병동에 들어가야 해서 마스크를 쓰고, 위생 모자까지 쓴 상태에 온몸을 꽁꽁 싸맸다. 눈과 눈썹으로만 표현해야 했다.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고, 결국 눈물을 흘렸었다”
‘솔로몬의 위증’ 교내재판의 시작은 주리의 고발장이 시발점이다. 고서연(김현수)의 집 앞에 두고 간 한 장의 고발장이 교내재판의 씨앗을 만들었고, 학생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이주리 본인에게 ‘진실’은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 안의 ‘거짓’이었다.
“어떻게 보면 주리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 중 한 명이었는데, 아이들의 관심이 양보단 음이 많았다. 자신을 무시하고 혐오하는 아이들뿐이었다. 진실 아닌 거짓을 꾸며 내면서까지 한 명의 아이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싶었다는 것 자체는 자기가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 같다. 자기는 그게 진짜고, 저 아이의 행동을 진짜 본 것처럼 꾸며내는 거다. 꾸며내는 일들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진짜 자기의 진실 말고 사건의 진실을 알았을 때, 주리는 무너진다. ‘지금까지 무슨 일을 벌인 거지’ 하면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주리에게 진실은 자신의 증오심이 좀 풀리고, 관대해질 만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신세휘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주리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했다. 어쩌면 주리는 분노가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연기가 어려울 수 있었으나, 그만큼 아픔이 큰 캐릭터라서 이해하기가 조금 더 수월했다. 분노의 ‘이유’가 존재했기 때문. 신세휘는 그런 주리가 한 번 무너지는 계기가 되는 한지훈(장동윤)의 한 마디를 명장면으로 꼽았다.
“지훈(장동윤)이가 주리한테 얘기를 하는 게 있다. 재판에서 “아니야, 내가 봤어”라고 주리가 얘기할 때, “지금 증언이 진실을 믿고 싶은 건지, 자기가 만들어 낸 거짓을 믿고 싶은 건지”라는 얘기를 지훈이가 하는 장면이 있다. “너의 거짓을 네가 믿고 있잖아!”라고 정곡을 찌른 대사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주리는 수많은 교내재판을 지나오면서 한층 성장했다. 신세휘 역시 이번 ‘솔로몬의 위증’을 통해 많은 부분을 반성하고, 부족감을 감내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반성의 계기’. 하면서 저의 부족함을 확실히 느낀 작품이었다. 건강이나 연기 실력, 화면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 말투 이런 것에 있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저는 저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는 사람인데, 저도 모르는 면들이 많이 보여 졌다. 사실 주리에 감정 이입하면서 저의 어두운 면을 많이 봤다. 마냥 느긋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슴 깊은 우울감을 꺼내서 그걸 즐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뭔가 슬픈 게 있으면 그게 안 좋은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냐. 저는 오히려 주리의 그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 좋았다. 감정이 풍부해지고, 단점들이나 부족한 면들을 더 배운 작품이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