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FW 타이투게더, 소비시대 타락한 순수의 ‘반전 효과’ [패션톡]
- 입력 2017. 02.14. 11:02:01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패션은 타고난 순수한 본능적 자아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사회적 자아라는 명분 아래 인간을 속화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에게 패션은 진정성 논란이 일지라도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긍정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무사 귀환을 기다림’을 의미하는 노란 리본은 일그러진 사회를 향한 온 국민의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 샛노란 컬러와 앙증맞은 리본의 조합에 가방의 참 장식과 부토니에 유행이 맞물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자본주의 시대의 상징인 미국 뉴욕 한 복판에도 디자이너와 패션 피플들이 ‘타이투게더(Tied Together)’ 캠페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합과 화해의 힘을 보여주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타이투게더는 손목이나 목을 비롯해 옷 곳곳에 묶는 손수건으로 시각적인 각인 효과를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이는 거리 뿐 아니라 런웨이로 이어지면서 패션 시위로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 쁘띠 스카프 유행과 맞물려 패션가에서 더 큰 파급력을 예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타이투게더는 뉴욕패션위크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예상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뉴욕 패션위크는 파리 밀라노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컬렉션으로 군림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인 경기위축과 함께 4개 도시 모두 컬렉션의 위상이 급격이 악화돼왔다. 특히 파리 밀라노 런던은 유럽의 극심한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와중에 ‘그래도 미국’이라는 전 세계 패션인들의 기대 속에 명맥을 유지해온 뉴욕패션위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으로 디자이너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져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타이투게더 캠페인으로 인해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는 반전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제품 기획 및 생산에서 캠페인까지 패션과 관련된 모든 활동은 소비를 전제하고 있다. 소비가 되지 않으면 파급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대 저항정신을 담은 노란 리본과 손수건 역시 목적이 무엇이든 납득할만한 저항의식과 시선을 끌만한 유행코드의 조화 없이는 동참을 끌어내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저항정신을 담은 아이템의 순수한 저항을 위해 애써 유행과 거리를 두기를 하기보다 패션의 소비 논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이만술 역의 신구는 명예 퇴임식에서 “저는 옷이 단순히 장식이라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표현이고, 자신에게 이렇게 살겠다는 다짐이고, 앞으로 이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그 어떤 학자보다 공감 가는 패션 사회학 이론을 설파했다.
패션은 순수를 이유로 유행을 외면하기보다 오히려 유행이 갖는 선전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타락한 순수는 순수라는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의식이 전제되는 힘든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이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이미화 기자, 뉴시스, 파리패션위크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