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드 드림’ 新소재X비주얼이 만든 색깔 있는 영화 [씨네리뷰]
- 입력 2017. 02.15. 19:16:46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다면, 목숨을 담보로 하더라도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이도 있을 터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아버지처럼.
꿈을 통해 범인을 찾아 나간다는 새로운 이야기로 관심을 끈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 제작 로드픽쳐스)이 오는 22일 개봉된다. 김준성 감독은 직접 겪은 자각몽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는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 민우를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자각몽)을 이용, 과거의 기억으로 가 범인의 단서를 추적한다. 꿈속에서 그는 오른팔에 문신을 한 남자, 사진을 찍던 수상한 남자, 꿈마다 등장하는 의문의 인물을 발견한다. 베테랑 형사 방섭(설경구)과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의 도움으로 마침내 대호는 모든 단서가 지목하는 한 남자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대호는 아들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는 자칫 허망해 보일 수 있는 ‘루시드 드림’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관객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부성애라는 공감대를 통해 소재를 희석한다. 꿈속 상황은 CG(컴퓨터그래픽)를 이용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법한 비주얼을 마음껏 구현해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영화가 비범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소재가 가진 장점이다. 공유몽, 디스맨, RC(Reality Check ‘루시드 드림’ 내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 등 ‘루시드 드림’의 특성을 활용해 영화에 풍성함을 더하기도 했다.
꿈속에 있는 범인, 단서.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관객에게 ‘누굴까’ 라는 궁금증으로 추적하는 대호와 함께하게 한다. 특별히 늘어지는 부분 없이, 속도감 있고 간결하게 만들고자 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스릴 있고 내용도 신선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한다. 꿈속에서의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은 영화에 어느 정도 환상적인 면을 더해 시각적으로도, 스토리에 있어서도 앞을 내다볼 수 없어 흥미롭다.
다만, 캐릭터 마다 결론에 이르러 허무함을 주는 면은 아쉽다. 구구절절 자신이 어떤 이유로 어떤 일을 했음을 밝히는 점은 의문이 남지 않아 간지러운 곳을 잘 긁어주는 것 같지만 반대로 캐릭터의 단순함에 심심한 느낌을 받을 여지를 남긴다. 많은 부분, 대사를 통해 상황을 설명적으로 풀어 영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을 대사로 들려준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정작 가장 극적인 장면이 싱겁게 느껴질 가능성도 보인다.
고수는 체중을 10kg이나 찌운 뒤 빼는 것을 통해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줬다. 좌절한 인물의 심리적인 고통을 외적인 모습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줬다. 체중을 늘린 그의 모습은 조각 같은 외모와 간극이 느껴지기도 해 오히려 관객이 이를 더 의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외모에 마저 변화를 주며 힘들게 인물의 비극적 상황을 표현하려 한 그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영화가 감정 표현에 치중하는 편이 아니기에 순간순간의 대사나 감정이 단순하게 흘러버린다는 느낌도 든다. 그 때문인지 부성애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은 어렵다. 신파는 없지만 공감할 장면이 부족하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어느 정도의 공백을 남긴다. 영화 ‘인셉션’을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지만 감독 역시 이 같은 지적을 ‘쿨하게’ 인정하고 이 같은 소재를 다루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점이라며 정면 돌파할 의지를 밝힌 만큼, 문제삼을 점이라 볼 정도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박인환은 우정 의리 웃음을 담당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비중은 적지만 극의 긴장감을 덜어주는 역할로, 눈에 띄는 배역과 연기적 내공이 어우러져 신스틸러 역할을 한다. 설경구는 멋 부리지 않는 담백한 연기로 배역을 소화한다. 박유천은 개성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캐릭터를 여유있게 표현하는데 있어 부족함이 드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개인적인 논란으로 인한 여파가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점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가 꿈속에서 의심하는 남자들. 이들은 하나같이 수상해 보인다. 관객 역시 이들을 수상쩍게 생각하는 대호의 시선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함께 의심하게 되고 함께 추적에 나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한 명씩 등장하는 캐릭터는 궁금증을 갖게 하도록 잘 연출돼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며 주인공과 함께 추적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아들만 찾을 수 있다면 전 죽는다 하더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목숨을 담보로 내놓을 만큼 절박한 대호는 아들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단서를 찾고 또 찾아 가장 결정적인 단서를 찾는다.
사실상 자극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줄거리를 새로운 소재에 접목해 몽환적이고 독특하게 연출한 점은 신선함에 도전한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환상적 장면을 접하는 것은 현실이 아닌 극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기에 영화를 통해 판타지적 갈증을 채워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추적에 더해진 환상적인 요소와 그 같은 분위기에 적절히 어우러진 음악은 이 영화만의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젊은 감독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이 한국 영화의 발전에 있어 주는 의미와 역할이 크다.
결국 영화는 지극히 당연한, 인간적 감정에 이기심이 더해지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이기심의 끝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이다. 때문에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하며 선(善)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러닝타임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