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라이더’ 이병헌, 연기로 영화를 완성하는 배우 [씨네리뷰]
- 입력 2017. 02.17. 21:55:32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싱글라이더(A single rider).’ ‘일인 탑승객’ ‘홀로 떠난 여행객’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영화 ‘싱글라이더’에서는 이병헌이 홀로 떠난 여행객인 강재훈 역을 맡아 관객을 안내한다.
관객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어느새 충격적 결말에 도달한다. 이를 통해 주인공이 그의 인생을 돌아보는 모습에서는 관객 역시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증권회사의 지점장인 강재훈(이병헌).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이 있는 그는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고 살아간다. 어느 날 갑작스레 터진 대형 부실채권 사건으로 그는 재산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가족이 있는 호주 시드니로 떠난다.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공효진)의 모습을 보고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돌연 자취를 감춘다. 완벽한 가정, 사라진 남편, 아무도 몰랐던 충격적 진실이 밝혀지는데… 과연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는 대단한 촬영 기법이나 스펙타클한 무언가를 좇기보다 사람의 감정을 묘사하고 그 감정과 행동에 이끌려 관객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끌고 간다. 감정의 흐름과 잔잔한 가운데 그 안에 묻어나는 이야기 전개에 따른 끊임없는 궁금증이 관객을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이다. 이에 관객은 무언가 이상한 점에 대해 미처 알아채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반전을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고 이전의 단서를 되짚게 한다.
영화가 유난히 적막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관객은 이병헌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이병헌의 연기는 그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 대사 한 마디를 지켜보고 듣는것 만으로도 재미를 준다. 이번 영화에서 그의 감정 연기가 극을 구성하는 비중이 크고 그의 배역이 감정연기를 통해 극을 끌고 나가야 하는 만큼, 영화를 그의 연기가 극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지는 커다란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영화를 여는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 중 일부를 발췌한 부분은 사실상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자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주제는 복잡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표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고유의 분위기를 갖는다. 스토리 전개가 아닌,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 연출로 그 만의 색깔을 낸다.
스토리가 강재훈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병헌의 클로즈업이 많다. 이국적 풍경을 배경으로 그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잡는다. 극 중 서울과 호주의 상반된 분위기는 그의 감정과 이국의 이질적임을 강조하며 그의 이방인과도 같은, 우울하고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느낌을 보여준다. 잔잔한 가운데 절망적이고 쓸쓸한 음악은 강재훈의 감정에 따라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맥락을 같이하며 그의 감정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데 힘을 더한다.
최근 극장가에 감성 영화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영화다. 미장센도 돋보이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결국은 ‘눈앞의 것에 대한 소중함을 간과하지 말고 내일이 아닌 현재를 충실하게’라는 흔한 주제를 색다르게 보여준다. 다만, 영화의 템포가 느린 느낌을 주면서 취향에 따라 지루하게 느낄 관객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감정적인 공감을 하기엔 캐릭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 때문에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파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여운을 남기기엔 부족해 보인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타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