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영, 엄마의 무게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인터뷰]
입력 2017. 02.21. 15:34:03

가수 임자영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가수에게 가슴 아린 삶은 목소리의 톤을 바꾸고 노래에 짙은 감성을 물들인다. 2012년 1집 음반 ‘아~ 사랑’ 발표 이후 4년 만인 지난 2016년 10월 2집 음반 ‘돌리고’을 출시한 임자영은 가수로서 삶을 시작하는데 긴 세월과 그만큼의 시련이 필요했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를 매개체로 관객과 교감하는 배우다. 배우에게 삶의 질곡에서 나오는 처절함이 없다면 대사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듯 가수 역시 저릿한 삶에서 배어나는 감정에서 노래의 진가가 갈린다.

임자영은 가수이기 전에 엄마다. 그녀에게 엄마라는 무게가 없었다면 숨 쉴 틈 없이 닥친 시련을 이겨낼 힘도, 가수가 될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그녀는 그렇게 담담히 말했다.

◆ 인생 2막의 전조, 시작이 된 마지막 선택

“2011년 1집 음반을 준비하면서 사업이 힘들어지고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터졌습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그녀는 힘들었던 당시 특별한 준비 없이 하게 된 음반 작업 역시 아픈 삶의 연장이었음을 토로했다.

“딸들 위해, 앞으로 딸들이 결혼하고 낳게 될 손자 손녀들에게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유품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그녀가 밝힌 음반 작업을 하게 된 이유였다.

그러나 자신의 딸들에게 목소리를 남기고 싶었던 작은 소망도 그녀에게 쉽지 않았다. “목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허스키해지면서 할머니 목소리처럼 바뀌었습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아무리 연습하고 녹음을 해도 안 됐습니다. 저 자신도 좌절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겹쳐 정말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녀에게 노래는 50여 년의 삶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미자와 목소리가 똑같다는 평을 들었던 21살 임자영은 당시 가수였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1년 7개월의 짧은 시간으로 끝이 났지만, 그때의 기억은 언젠가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추억으로 마음 깊은 곳에 켜켜이 쌓여있었다.

1집에 실린 세미 트로트 ‘아~ 사랑’은 그녀가 가수로 다시 설 수 있게 해준 곡이다. “원래 제 목소리 톤이 트로트에는 적합하지 않았죠. 그런데 서정적인 가사와 발라드가 섞인 세미 트로트가 감성에 젖어 들게 했습니다”라며 쉽지 않았지만 노래가 자신을 달라지게 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도 시간은 그녀에게 쉽게 가수라는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 인생 2막의 시작, 무대 위에서의 새 삶

2012년 우여곡절 끝에 1집 음반을 출시한 후에도 시련이 종지부를 찍지 않았다. 딸의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져 한동안 오로지 딸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때 저를 음악이 일으켜 세웠죠. 제 주변에서 가족처럼 저를 지켜주던 지인들이 제가 나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다독였죠. 그러던 중 임희종 선생님이 제게 사람을 보내 노래를 시켜야 한다고 저를 사무실에서 끌어냈습니다. 그렇게 2집 음반 준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남한테 의지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그녀는 “박정수 선생님 부부가 저에게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두 분이 부모님처럼 제게 사랑을 주시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특히 사모님은 제게는 집안 어른 같은 존재셨는데 아프신 와중에도 제 걱정을 많이 하셨죠. 전 이분들 때문이라도 꼭 가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1집 음반 이후 잊었던 가수로서의 삶을 다시 찾게 된 이유를 차분히 말했다.

생각은 의지를 바꾸고 결국 삶까지 뒤바꿨다. 지난 몇 년간의 시련과 걱정이 걷히고 그 곳에 새 삶에 대한 설렘과 희망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할 거, 이왕이면 가수로 나가보자’ ‘제가 두 분에게 보답할 길이 이 것 밖에 없다’는 이런 생각이 그녀에게 가수라는 길에 대한 확심을 심어줬다.

임자영은 가수로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쉽지 않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그만큼의 세월을 노래에 녹여내고 있다.

◆ 인생 2막의 열정, 노래로 꿈꾸는 미래

박정수 작사, 이충재 작곡으로 완성된 ‘돌리고’는 임자영의 이런 특별한 삶의 여정 때문에 신나는 멜로디에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엇박자가 청중을 휘어잡는다.

“‘세상사 돌고 도는데’ 이 대목에서 감정이 확 솟구쳐 오르면서 저 자신이 노래 속으로 빠져듭니다. 젊은 가수가 가볍고 흥겹게 불러야 하는 노래인데 제가 불러서 좀 무거워졌죠. 확 치고 올라갈 때 제 색깔이 낼 수 있어 이 노래에 더욱 정이 갑니다”

이렇게 되는 데 세월만큼 그녀의 남다른 가수로서 신념과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는 음반에 녹음된 노래는 아직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녹음된 노래는 작사가 작곡가 등 기획자의 의도에 충실한 것이죠. 1, 2년 동안 수없이 내 목소리를 통해 나오면서, 나와 타인의 감정이 채색되는 과정을 거쳐야 진짜 내 노래가 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돌리고’는 이런 시간을 거쳤기에 가벼운 듯 무겁고 무거운 듯 통쾌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막 5개월여가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 달라질 ‘돌리고’에 기대를 하게 된다.

임자영은 “이 노래를 띄우고 싶다”와 함께 “무대에서 멋지게 노래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녀의 이 같은 바람은 이타적이기에 더욱 심금을 울린다. 딸과 버팀목이 돼 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미래를 꿈꾸는 그녀를 응원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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