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작 줄리언 “IT'S A GAME!”, 자본주의에 날리는 강력한 펀치 [트렌드 갤러리]
- 입력 2017. 02.25. 11:17:43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우리는 그러한 현상을 보고 직관적으로 중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어떤 현상을 통해 ‘자본’을 직관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보다 세련된 도박을 하는 것 뿐입니다. 이건 게임이야!’
아이작 줄리언의 강력한 펀치에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 든다면 그의 전시를 오롯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본격적인 전시를 감상하기에 앞서 전시회장 입구 쪽 벽에서 관객들은 그렇게 한참이나 생각을 하게 된다. 관객들을 그의 예술 세계로 인도하는 아이작 줄리언의 친절한 가이드 방법이다.
‘아이작 줄리언 : 플레이타임’은 현대 사회 속 자본의 의미를 가장 세련된 기술로 풀어내는 전시회다. 핵심 작품인 7채널 영상 설치 작업 ‘플레이타임 Playtime’은 작가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일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미디어 아트로 탄생됐다.
‘플레이타임 Playtime’은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타티의 1960년대 영화에서 가져온 제목으로 영화에서 도시 생활과 오피스 라이프에 대한 서사를 차용한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작품 속에서는 자본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국의 수도 런던, 은행의 탈규제화로 인해 변화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두바이 등이 배경이 된다.
예술가, 헤지 펀드 매니저, 미술품 경매사, 외국인 노동자, 아트 딜러 등이 등장하며 자본과 예술의 관계, 전세계적인 자본의 흐름과 위기가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장만옥, 제임스 프랭코의 출연은 본 영상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플레이타임’에는 현대 미술시장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흘러가고 있음을 비유하는 메시지를 담겨있다. 작가는 이같은 마스터 피스를 남기기 위해 작가는 자본에 대한 끊임없는 사전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자본론 KAPITAL’(2013)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기반으로 ‘플레이타임’의 ‘자본’이라는 화두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관람객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과 대화하듯이 감상할 수 있다.
‘레오파드 The Leopard’(2007)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감상해야 영상 미술이다. 화려한 색감, 영상의 섬세한 결, 그 안에 담아내는 메시지 등은 미학적인 쾌감을 이끌어낸다. 영화 작가이자 설치 미술가인 아이작 줄리언이 예술에 대해 어떤 심미안으로 작품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작가이자 설치 미술가인 아이작 줄리언은 1960년 런던에서 출생하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다채널 영상 설치와 사진 작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적이면서도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출해 온 작가다.
아이작 줄리언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낭독 공연 <‘자본론’ 오라토리오 KAPITAL Oratorio>로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현실을 예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부산비엔날레와 2008년 광주비엔날레 그리고 2011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전시를 통해 멀티스크린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등, 영화와 현대미술 사이를 오가며 활동해왔다.
탈식민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이산과 이주 그리고 인종 및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 등을 소재로 삼았던 아이작 줄리언의 작업은 트럼프 집권 이후 도래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대비하여 가장 시의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