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 “‘해빙’ 관객 참여형 영화, 퍼즐 맞추는 재미가 있죠” [인터뷰②]
입력 2017. 02.28. 13:17:56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모든 캐릭터에 있어 선역·악역의 구분을 안 두려 해요. 악역, 사이코패스, 악당 등으로 정의하면 선이 그어지잖아요. 선을 긋지 않고 한 인물의 이유·목적을 갖고 캐릭터를 구성하려 해요. 성근도 마찬가지고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배우 김대명(38)을 만나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 제작 위더스필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승훈(조진웅)이 세들어 사는 원룸의 집주인인 정육식당 사장 성근 역을 맡은 그는 친근한 집주인과 서늘한 감시자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색색으로 변하는데 변신이 너무 극적이어도 안됐다. 악인을 1에서 10까지 놓고 본다면 7에서 8 정도로 가면 되겠다 싶었다. 범인을 찾고 복수하는 영화는 아니잖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신경을 많이 건드리게 데시벨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격차가 크면 그렇게 하면 되는데 주위의 평범한 인물을 모티브로 가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가상의 인물이 오히려 더 나았을 것 같다.”

전작 ‘특종: 량첸 살인기’(2015)에서도 악인을 연기한 그는 영화에서나 접할 법한 인물보다는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악인의 존재가 주는 공포가 더 크다는 생각이다.

“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일 수 있다. 극적으로 드러나니까 악당인 거지 우리 주위의 누구나 악인일 수 있고 그렇게 구성돼 있다. 거기서 주는 공포가 크다고 생각한다. 테러리스트보다 온라인에서 거주지 주변 성범죄자 알리미를 보면 그게 더 공포가 크잖나.

특정 캐릭터를 연기할 때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참고하는 경우도 많지만 김대명의 경우 예외다. 그의 연기가 틀에 박힌 느낌을 주지 않는 것 역시 이 때문일까.

“(타 작품의 캐릭터가)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웬만하면 참고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어떤 작품의 누군가를 참조하려 하면 어떤 선 안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내가 살아온 모습 중 끄집어내면 도움이 된다.”

그는 정육식당 주인 역할을 맡은 만큼 촬영 내내 고기 냄새를 맡아가며 연기에 임해야 했을 뿐 아니라 고기를 도축하는 모습도 표현해야 했다.

“그렇게 큰 고기를 도축할 일이 없어 감수해 주는 선생님이 와서 가르쳐주시기도 했다. 디테일을 많이 도와주셨다. 원래 그 촬영 장소가 같은 이름 같은 간판의 식당이다. 식당에서 끝나고 회식 겸 고기도 구워 먹었다. 촬영할 때가 여름이라 고기 썩은 냄새가 나다보니 스태프들이 고생했다.”

극 초반 성근은 승훈에게 먼저 다가간다. 후반부에는 심리적으로 복잡해지기도 한다.

“(성근이 승훈에게 다가간 게) 처음은 계획적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처음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승훈이 아내와 대사하는 게 거슬리기도 하고 다가간 건 친근한 마음이다. 승훈이 의사니까 아버지 진료도 맡기는 등 일반적 생각이다. 후반부 아버지를 보는 신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굉장히 다이나믹한 장면은 아닌데 정서적으로 세더라. 대본을 보고 많이 준비했다.”

후반부, 그는 조진웅과 액션을 펼친다. ‘막싸움’ 같은 장면이 펼쳐지면서 오히려 섬뜩한 느낌을 준다.

“액션신이 긴 건 아니었다. 싸움 잘하는 사람들의 싸움이 아니라 평범한 의사와 정육점 주인의 싸움이다. 합을 잘 맞춰야 하는데 잘못할까 고민이 있었다.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였으니 가능한 거다. 액션신이 자주 있었는데 다 싸움을 잘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폭력성이 짙은, 아무렇게나 사는 인물이었다. 쉽지는 않았다.”

자신이 연기한 성근이란 인물에 대해 직접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를 한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굉장히 평범한 인물이지만 주어진 사건이나 받아들여지는 게 예민하게 다가오는 인물이었다. 가장의 입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도 있었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힘들고 슬펐을 것 같다. (연기하며) 예민함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극 자체가 굉장히 날카롭기 때문에 미묘하고 날카로운걸 유지하는 게 쉽지 않더라. 실제 성격은 예민하지 않은 편인데 연기할 때는 예민해서 조용해지는 편이다.”

호러·스릴러물에서 상대 배우를 놀라게 하기 위해 종종 배우가 애드리브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극의 구조상 그는 계산대로 가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디어를 보탠 장면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으로 잘 완성했다.

“철저히 계산돼 가야 하는 영화여서 그렇게 하진 않았다. 고민한 신은 있다. 중반쯤 진웅 형이 우리 가게 뒤로 와서 내가 고기를 찧어 없애는 걸 보고 나오는데 내가 나와서 무언가 물으려다 “아녜요”하고 누르는 대사는 현장에서 그렇게 한 거다. (조진웅) 형이 잘 받아주셔서 그 신이 잘 나온 것 같아 좋더라.”

시나리오를 읽은 배우이기에 그에게 시나리오와 영화의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영화를 통해 본 ‘해빙’은 좀 더 흡입력 있고 시나리오보다 한층 ‘세게’ 다가왔다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쉽지 않았다. 어떤 내용인지 다시 한번 읽었으니까. 시나리오도 좋았다. 글로 보다 영화로 보니까 더 집중하게 되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정서가 더 세게 다가와 논란의 지점도 더 많았다. 글로 봤을 때보다 좀 더 세더라.”

관객을 영화에서 던지는 단서를 통해 ‘범인이 누굴까?’라는 질문을 갖고 추리를 해나가게 된다. 후에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까지 혼란스럽고 의심스럽고 그 과정에서 스릴을 느끼게 된다. 김대명은 이것을 이 영화의 재미라 표현했다.

“친절한 영화는 아니에요. 우리 영화가 가진 커다란 미덕인데, 눈앞에서 보는 영화가 있고 눈 뒤에서 보는 영화가 있는데 눈 뒤로 보는 게 더 크다 생각해요. 정확하게 알아듣기 쉽게 알려주기보다 곱씹으며 퍼즐 맞추는 게 재미죠. 단서는 충분하고 관객이 참여하게 하는 영화에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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