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발’ 박진영 “민식, 다른 상황에 놓인 저 같았죠” [인터뷰①]
- 입력 2017. 03.03. 10:52:18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민식이 어떤 아이인지 이해가 안 됐어요. 도와주기도 했다가 도망치기도 했다가. 너무 평범하니까 분석이 어렵더라고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모처에서 그룹 갓세븐(GOT7)의 박진영(24)을 만나 영화 ‘눈발’(감독 조재민, 제작 명필름영화학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눈발’은 눈이 내리지 않는 마을로 온 소년 민식(박진영)이 마음이 얼어붙은 소녀 예주(지우)를 만나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다.
‘눈발’의 대본을 받은 진영은 재미있게 읽고 느끼는 것도 많은 찰나 감독과 명필름 심 대표를 만났다. 미팅 후 출연이 결정됐다.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도 많이 하고 적어뒀다. 민식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나와 다른 상황을 겪지만 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직은 공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해 못 하고 공감 못 하면 거짓된 연기가 될 수 있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다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조 감독의 실제 경험을 모티브로 했다. 민식이라는 인물을 분석하며 진영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 감독에게 열심히 질문하고 주의 깊게 들었다.
“감독님 생각을 많이 들었다. 감독님이 가진 회한을 시작으로 하는, 어떻게 보면 감독님의 이야기다. 뼈대는 팩트인 거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연기했기에 감독님의 생각과 감정이 나에게도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독님께는 장면의 의미를 물었다. 영화는 모든 장면에 다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그걸 생각하고 대본을 읽었는데 여쭤보니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 극 중 염소는 표면적으로 민식과 예주, 둘 사이의 매개체일 수도 있는데 또 민식에게 염소는 예주인 거다. 염소가 예주와 비슷해 보이니 연민을 느끼는 거다. 예주가 염소를 자신과 비슷하게 느껴 더 애착을 갖는다. 영화가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니까 민식이도 감독님의 성을 따라 조민식이다.(웃음) 감독님이 유머도 있고 진지하시다.”
그는 촬영 중 솟구치는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던 비화를 들려줬다. 그런 그의 옆에서 조 감독은 감정의 높이를 서서히 끌어올리며 영화의 흐름과 그의 감정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조언했다.
“캐릭터 있어서는 사전에 얘길 너무 많이 해서 현장에서는 이야기할 게 많이 없었는데 너무 감정을 격하게 올렸을 때가 있었다. 4 정도까지 해야 하는데 7까지 올렸다. 감독님이 ‘낮추라’고 하더라. 감정을 격하게 끌어올린 장면은 예주가 어떤 일을 겪고 후에 학교 안 나왔을 때 하늘을 보는 장면이다. 너무 올리면 안 되는데 올라왔다. 눈물을 많이 글썽였다. 감독님이 그때부터 천천히 올라가서 나중에 터뜨려야 하기에 그때는 아니라고 해주셨다.”
극 중 민식은 극단적인 상황에 던져진다. 안타까운 상황과 그의 대처는 ‘눈앞에 그와 같은 극단적 상황이 닥친다면 우리는 과연 선뜻 용기 있게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많이 힘들었다. 그런 장면을 누가 목격하겠나. 나도 경험하지 않았고 극적이어서 봐야 알 것 같았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찍는 걸 봤다. 보는 것만도 힘들었다. 실제 연기하는 것도 보고 모니터하는 화면으로도 봤다. 지금 봐도 그런 방관이란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말 잘못된 행동인데 이해하고 공감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해해야 하는 입장에서 봤을때 그렇게 평범한 친구가 그렇게 극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보면 과연 누가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관하고 도망치는 건 잘못됐지만 연기한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가졌다.”
지난 1일 개봉된 ‘눈발’에서 주연을 맡은 박진영. 그의 팬이나 친구들은 그의 스크린 데뷔에 신기해한다고. 작은 화면으로만 보다 큰 스크린에 나온 그를 본 부모님도 뿌듯함과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아버지가 ‘네가(민식이) 잘못했다’고 한 말씀 하셨다. 경상도 남자이시고 불의를 못 참으셔서 잘못된 행동을 가만히 못 보신다. 아버지께서 우울한 영화를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보셨다. 처음으로 우울한 영화를 보셨는데 아들이 나오니까 더 우울해졌다고 하셨다.”
그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불의를 보면 많이 안타까워 한다는 그는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가 있을 때 나서서 말리고 상황을 잘 정리해 넘기는 용기도 지녔다.
“(따돌리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친하고 좀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말려서 잘 넘어간 것 같다. 그렇게 나쁜 친구를 만난 적은 없다. ‘만약 내가 민식의 상황이라면?’하고 생각해봤다. 주위에 있는 돌을 들고 위협이라도 했을 텐데 민식이가 나보다 겁이 많은 아이다. 또 민식이가 유사한 잘못에 연루됐다가 전학을 온 것이기에 더 그렇다.”
그의 실제 학창시절은 평범했다. 중학교 재학시절 그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춤을 배우러 다니며 큰 일탈 없이 지냈다. 아이돌 그룹 연습생이 되면서 그는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다. 이번 영화의 민식이 느낀 감정은 당시 그가 느낀 감정과 오버랩 됐다.
“2010년 고 1이 되던 해 연습생으로 발탁돼 서울로 전학을 왔다. 그때 감정이 민식이 처음 전학 갔을 때 느낀 감정과 같다. 어울리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을 짓고.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있다.”
목사인 민식의 아버지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생각을 드러내며 아이들보다 나은 어른이 아닌,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모습을 보인다.
“(민식의 아버지에 대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부조리함도 다루고 있지 않나. 목사이고 전도도 하지만 친구 사귐에 있어 기본을 따지고. 모든 사람이 가진 (목사에 대한) 인식이란 건 보듬어주는 건데 민식의 아버지는 교회 이미지를 생각한다. ‘기본이라도 있어야지’ 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모난 부분이 있는것 같다. 윤리 시간 때 배우던 모습은 아니다. 자식에 대한 것도 아니고 자식의 친구에게 기본을 따질 순 없는 건데.”
극 중 민식은 예주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진영은 이것을 ‘연민’과 ‘동질감’이라 말했다. 낯선 공간에 가서 혼자인 민식이 예주에 대해 느끼는 혼자인 것에 대한 동질감이 둘을 가까워지게 했다는 거다. 그는 다른 작품처럼 진한 사랑은 아니지만 민식과 예주 사이에 분명 사랑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둘의 미래를 영화보다는 밝게 그리고 싶어 했다.
“(민식과 예주의 미래에 대해) 많이 상상해봤어요. 10년 후를 많이 생각했는데 극이 어둡다 보니 예주와 민식이 각자 잘 살았으면 해요. 민식이 평생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예주는 힘들지만 털고 살았으면 하고요. 사람이란 게 잘못한 걸 잊고 살잖아요. 민식이도 결국 잊으며 잘 살지 않을까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