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효진 “‘싱글라이더’, ‘미씽’과 함께 완벽하다 느낀 시나리오” [인터뷰②]
- 입력 2017. 03.06. 15:07:4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거의 대부분 내 마음속의 미완성 대본들을 만났는데 ‘미씽’ ‘싱글라이더’는 둘 다 완벽한 단편처럼 봤어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공효진(38)을 만나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제작 퍼펙트스톰필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밀정’에 이은 워너브러더스의 두 번째 한국 영화 배급작인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채권 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재작년 말, 출연을 결정했다. 이 시나리오가 (이)병헌 선배가 스케줄이 빡빡했고 나도 ‘질투의 화신’ 출연이 일찌감치 정해져 그때 딱 시간이 맞았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바로 다음, 이 영화를 결정했다. 그 외 별로 중요하게 본 대본이 없다. 공교롭게도 ‘완벽하다’고 느낀 시나리오 두 개다.”
공효진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재훈의 아내 이수진을 연기했다. 수진이 ‘싱글라이더’ 속 캐릭터 애정도로 봤을 때 “주인공 3명 중 3위”라는 그녀는 “크리스(잭 캠벨), 지나(안소희), 재훈(이병헌) 모두 불쌍한데 나만 안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찍으면서 걱정했다. 나쁘면 한없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는 내게, 나는 크리스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둘 다 무언의 부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 날 있었던 일이 특별히 그날 하루 일어난 일일 것 같더라. 이전도 이후도 없는. 주변 상황이 그렇기도 하고 100% 공감이 안됐다. 어떻게 보면 가장 공감이 덜 된 인물인 것 같다.”
수진은 관객에게 ‘옳고 그름’이라는 질문을 던질 법한 인물이다. 수진을 연기한 공효진 역시 그녀의 행동에 대해 완전히 공감할 순 없었다.
“이번 캐릭터가 연기할 때 애매하긴 했다. 좀 달랐다. ‘나쁜가?’하는 걱정도 했다. (캐릭터에) 공감을 못해도, 내 결정과 달라도 해야 되는 역할이니까 연기를 한다. 수진이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난 그게 좋진 않다. 아닌 건 아닌 건데 ⃨ 재훈이 날 극도로 미워할 때 관객도 내가 극도로 미웠어야 한다. (수진은) 재훈이 더 쓸쓸하게 보이게끔 하는 장치다. 최대한 재훈을 알아주지 못한 것 같고, 그가 쓸쓸해 보이도록 하는 도구로 쓰였고 대본을 보면서부터 그것에 충실하려 했다.”
공감은 덜 하지만 19년차인 그녀는 연기 내공이 쌓인 만큼, 자신만의 노하우로 배역을 소화했다.
“‘왜?’라는 게 따라오니까 내 성향과 달라도 드라마 같은 경우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설득도 당하고 애매하게 ‘오케이’ 하고 표현해보겠다고 할 때가 있다. 캐릭터가 선택하는 결정들에 있어 내가 100% 공감을 못할 땐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애매하게 연기하겠다고 한다. 감독 작가님이 표현하고픈 의도와 내가 섞고 싶은 뭔가를 믹스해 애매하게 하겠다고 한다. ‘애매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고 좋아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생각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동감하고 공감하는 건 개인적인 거다. 영화라는 건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이 만들어야하기에 내 것만을 주장하는 배우는 아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마지막 참회의 손을 놓치는 찰나의 안타까움,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은 당한 분은 아실 테지만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남편의 심리상태를 알 수도 있고 기사를 보며 남편이 처한 상황도 알았을 거다. 남자가 잘나고 독한 사람인걸 아니까. 가까운 사람에게 오는 감이 있다. 그건 딱 맞는 거다.”
‘싱글라이더’는 영화 속 반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배우는 시나리오를 통해 반전을 접했다. 영화를 보며 관객은 반전의 존재를 의심조차 하지 못하기도 한다. 공효진은 시나리오를 보며 반전에 대한 의심을 했을까.
“전혀 안 했다. 활자로 보면 그리 의심이 안 간다. 그래서 난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대본이 알려주고 싶어 한 곳에서 알았다. 그곳이 모두 같을까? 지나고 알게 됐을 때 그때도 난 모르고 뒤까지 갔다가 앞을 다시 봤다. 사람들이 느낀 것과 거의 비슷하게 충격을 받았다.”
전작인 ‘미씽’에서도 그녀는 영화 속 반전으로 인해 ‘스포’에 대한 걱정을 해야 했다. 당시 그녀는 걱정했지만 잘 지켜주는 관객의 의리를 확인하고 안심했지만 ‘싱글라이더’의 경우 유난히 스포가 만연했다고.
“미씽은 지켜줬는데 이건 안 지켜주더라. ‘미씽’ 때 ‘관객의 의리가 이정도구나. 걱정 안해도 되겠다’ 했는데.(웃음) ‘스포 금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싱글라이더’는 유난히 알려지더라. ‘스포 밟았다’며 화내는 사람도 많더라. ‘싱글라이더’ 하면 ‘반전 스포’가 1등 연관검색어다.”
이 감독의 말 대로 반전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면 영화의 강점도 있을 터다. 공효진이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강점에 대해 들었다.
“반전을 정말 빨리 눈치를 챘다면 재훈의 감정을 더 처음부터 느끼면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르고 보면 재훈의 행동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가 입고 있는 정장처럼.(웃음) 어쩌면 재훈이 처음부터 더 공감했을 것 같다. 두 사람 마음이 어떨까? 난 편집본을 보고 언론시사회 때 극장에서 봤다. 반전을 알고 볼 것과 모르고 볼 것, 처음부터 알 수밖에 없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으로 파가 나뉠 거다. 관객이 반전을 빨리 눈치 챘을 때 다른 감정선으로 볼 수 있도록 병헌 선배가 다 열고 감정을 디테일하게 쌓아갔다. 어디를 짚고 문을 어떻게 열고 어떻게 앉는 등 디테일에 머리가 아팠다. 감독님과 끊임없이 매일 똑같은 이야기로 고민했다. 정말 나중엔 듣기만 했다. 내 판단으론 어려웠다. 그렇게 쌓아 가시는 걸 보고 배우로서 재훈을 연기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감정이 치우치게 할 수 없는 게 고민스럽겠더라.”
그녀는 결말에 이르렀을 때 시간을 정확히 짚어주며 설명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는 비화를 들려줬다.
“거의 결말 부분에 왔을 때 추정 시간에 대한 정보를 주자는 게 있었어요. 실마리를 감추려 한 부분을 찾아내려는 거죠. 전 시나리오를 보고 빨리 비밀을 아는 사람들의 경우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본인이 인정해야 돼요.(웃음) 나중에 알려줄 때까지 모르는 사람은 의심이 없는 사람이고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