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인터뷰] ‘싱글라이더’ 공효진이 밝힌 #수진 #바이올린 #이병헌
- 입력 2017. 03.06. 15:52:0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왠지 선배님은 이제 그런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같이 하는 배우‧스태프들이 선배가 연기를 할 때 시작과 동시에 모두가 집중하잖아요. 모두가 기대하는데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공효진(38)은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제작 퍼펙트스톰필름)를 통해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 이병헌에 대해 “증명된 연기 갑, 연기 신”이라 말했다.
‘밀정’에 이은 워너브러더스의 두 번째 한국 영화 배급작인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채권 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효진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재훈의 아내 이수진을 연기했다.
“후배들도 괜히 실제로 봐야하나 모니터로 봐야하나 고민하며 (이병헌 선배님의) 연기를 봤다.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싶으면서 더 편안하게 연기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선배님이 내 예상 보다는 적당히 타협도 하는 편이다. 본인 고집이 강하고 완벽하게 정리해올 줄 알았는데 모든 상황에서 친절하셨다. 날카롭고 예민하실 줄 알았는데 재미있고 유쾌하셨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이병헌은 예상 보다 유연한 느낌이다. 예민하고 자신의 주장이 강할 것 같았지만 그녀가 촬영장에서 본 이병헌은 상황에 따라 변주해 가며 스태프,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에 따라 변주가 안 되는 배우들도 있다. 생각해온 것에서 상황이 바뀌었을 때, 예를 들어 바로 슬픔에서 웃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인데 하고 싶어도 안 되는걸 보면서 ‘그게 쉬운 건 아닌가보다’ 싶었다. 연기를 하는 개인의 방식‧방법이 있는데 그게 하면서 바뀌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선배님은 변주가 너무 잘 된다. 머릿속에 있는 정확한 개인의 콘티가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해보겠다’고 변주 하며 하시더라.”
극 중 눈길을 끄는 ‘화장실 신’은 이번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를 논하는데 있어 대표적으로 많이 언급됐다.
“다 찍고 한국 와서 촬영한 몇 안 되는 신이다. 공항 화장실이었다. 진우(양유진)도 그 신 때문에 한국에 왔다. 물론 집에서 노는 아이의 모습을 연기하는 신도 있었지만. 호주 촬영을 정리하고 와서 텀이 아주 길진 않았지만 다 끝낸 듯한, 몇 신 안남은 상태에서 촬영 했다. 세트가 좀 더 원활하고 여유로운데 한 로케여서 그 신은 한 번으로 끝냈다.”
힘들 것 같아 보이는 ‘화장실 신’은 의외로 한 번에 끝났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감정신도 ‘복불복’ 이라고. 즉, 해당 신을 촬영할 당시 그녀의 감정 상태가 신과 잘 맞아떨어져 ‘베스트 신’을 만들어 냈다.
감정이 좀 플랫할 때 토핑처럼 상황이나 마음을 얹는데 그런 걸 잘 올라올 수 있게 할 순수한 상황이었다. 혼자 뭘 얹어도 상관없을 때가 있는데 그런 상태였나.(웃음) 현장에선 정신이 없는데 모니터는 작고 빛이 반사돼 확실히 안 보인다. 100% 아니면 안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보는 ‘오케이’가 전부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오케이’가 ‘오케이’ 일 때도 있다. 내가 눈이 짝짝이라고 친구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전혀 모를 때가 있는데 그리 고집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 신도 상황이 정신없어 지나갔는데 화장실 신은 영화관에서 보고 더 잘 할 수는 없었겠다 싶더라. 적절하게 수진이 할 수 있는 베스트였다.”
아들 강진우 역의 양유진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역 배우다. 그는 호주 캔버라에 사는 아이로,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한다. 전작 ‘미씽: 사라진 여자’의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아이들, 동물들과의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공효진은 이번에는 엄마가 되어 아이와 호흡을 맞췄다.
“진우에겐 울고 슬퍼하는 감정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울고 슬퍼하는 감정을 처음 보는 것에 힘들어해 두 시간을 울었다. 아기가 너무 놀라 울고 감독님이 몇 시간을 달랬다더라. 아이가 ‘너무 슬프다. 못 하겠다’고 했다. 내게 ‘가짜엄마’라 표현했는데 ‘엄마’라 거짓말을 못했다. 진짜 순수한 게 그런 거였다. 그런 신들을 마주할 때 정말 슬프게 계속 울었다고 두 시간 동안 촬영을 못했다더라. 처음 슬퍼하는 모습을 접했을 때 충격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갓난아기가 텔레비전이나 우는 동영상을 보고 따라 울잖나. 그런 것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은 바이올린을 통해 자신의 꿈을 좇는다. 왜 ‘바이올린’ 일까. 공효진이 생각한 수진의 삶은 어떤 것인지 들었다.
“중산층이라고 선배님은 이야기 하는데 ‘중산층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비싼 외제차를 타고 식어빠진 도시락을 먹는데 그게 일식집 초밥이다. 여러모로 중산층도 아니고 아주 부유한 집이라 유명한 예술중‧고‧대학을 나왔을 거라 생각했다. 부모님이 수진에게 어릴 때 가장 흥미를 보인 악기 하나를 결정해 주면서 바이올린으로 대학까지 갔을 것 같다. 뭣 모르고 계속 한 전공자처럼 계속 몇 년을 하고, 잘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악기에 대한 애정은 잘 모른 체 시집가고 지겨워하며 매일 노력하는 인물인 것 같다. 감독님은 더 구체적으로 ‘H백화점 가서 매일 밥 먹고 아이 픽업해주는 여자’를 상상하셨다.”
실제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하는 공효진은 연주하는 것과 같이 보여야 했기에 뜻하지 않은 소음공해를 만들었고 끝내 ‘기괴한 소리’에 참지 못한 호주의 마을 사람들의 신고가 들어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소리와 따로 노는 우아하고 평화로운 표정 연기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연출해 촬영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시끄럽다’가 아니라 ‘이 밤에 이게 무슨 소리냐’고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바이올린 연주는 웃음이 터져 10초를 못했다. 감독님이 포기하시고 잠깐 보이는 걸로 했다. 캐릭터의 설정이 그리 중요한건 아닌 것 같다. 캐릭터가 느낀 감정이 영화의 주다. 상황 설정들은 어찌 보면 영화 안에서 없었던 설정, 흔치 않은 상황을 입히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있는 아빠, 가정을 돌보는 기러기 아빠가 느끼는 슬픔 아픔 소외감이 나타난다. 개인적 외로움에 처한 남자가 큰 사건을 겪고 결국 가족에게 돌아오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늦은 상태다. 가장이 느낀 쓸쓸함이 보인다.”
그녀는 ‘싱글라이더’를 ‘3050 아빠들의 제철영화’라 표현했다. 그들만이 아는 쓸쓸함‧공허함이 담긴 판타지적 비극을 통해 위로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아버지 나이 대에도 그 시절을 겪었기에 30~50대를 위한 영화라 표현했어요. 남자들의 복수, 액션 등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영화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나만 알고 나만 느낀 공허함, 외로움을 들킨 느낌이죠. 힘들 때 비극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더 불쌍하게 만들고 해소할 때도 있잖아요. 남자로서 느끼는 판타지적 비극이에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