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늑대의 유혹’에서 ‘해빙’까지 ‘변신과 성장’ [인터뷰②]
입력 2017. 03.09. 20:42:03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항상 새로운 게 신나는 것 같아요.”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이청아(34)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변신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드러냈다.

앞서 ‘뱀파이어 탐정’ ‘운빨로맨스’등을 통해 청순하고 착할 것만 같은 외모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보여준 그녀는 공개된 순서상 첫 변신이었던 ‘뱀파이어 탐정’을 촬영할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신났다”고 말한 뒤 웃었다.

‘해빙’(감독 이수연, 제작 위더스필름)에서 그녀는 변두리 개인병원 간호조무사 미연 역을 맡았다. 청순함이나 선함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인 미연을 연기한 그녀는 사실상 지난 2015년 촬영한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범주의 연기에 도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배우가 다양한 배역을 맡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기 위해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곤 한다. 그녀 역시 기존의 이미지가 가진 틀을 깨고 싶은 생각이 강했던 걸까.

“(기존의 이미지를) 깬다기보다, ‘늑대의 유혹’이 사실 나라는 사람을 깬 거다. 스물에서 스물다섯 까지 정말 밝고 씩씩하고 정의롭고 캔디라는 캐릭터가 가진 걸 연기했다. ‘늑대의 유혹’을 했을 때가 가장 많은 러브콜이 들어올 때였는데 학교 다니며 1년 쉬었다. 내성적이고 위축 잘 되는 역할이었다. 활동 하다 보니 사람이 밝아지더라. 그러면서 배우라는 일이 내겐 성격개조 프로젝트와도 같았다. 사회성을 갖게 해줬던 것 같다. 남들이 날 편하게 대해줘 사람들을 만나기 훨씬 좋다. 누가 날 귀엽고 기분 좋게 보면 좋다.”

장진 감독이 연출한 ‘꽃의 비밀’로 연극에도 도전한 그녀는 연극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연극은 함축적으로 큰 사건을 담잖나. 드라마 영화가 다르듯 연극은 더 큰 에너지로 관객을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어릴 때 (연극배우였던) 아버지가 센 역할을 하면 무섭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아버지 화를 낼 때도 그렇게 크게 화내지 않는데 조금만 크게 불러도 그렇게 안 했으면 했다. 배종옥 선배님이 연극을 하자고 해주셨을 때 나의 기량이 부족한 것에 대해 갈증을 느꼈던 순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았다.”

분량이 적은 편에 속하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그녀는 선배의 연기를 유심히 보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는 등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늑대의 유혹’에서는 120신 중 100신 넘게 등장하는 큰 롤을 맡았다. 내가 잡는 톤이 전체 톤이 됐다. 내 시점으로 연기하게 되니까. 그 뒤에 맡은 역할도 비슷한 구조에서 성격이나 직업이 변했다. 약 5년간 두 남자 사이에 있는 역할을 했다. 그 구조 속에선 너무 튀지 않고 감정을 조절해야 했던 게 내가 했던 역할이다. (‘해빙’에서) 잠깐 등장했는데 내 한계를 느꼈다. 진웅선배님이 그런 걸 잘하시고 이미 확인시켜 주셨다. 승훈이란 인물이 시나리오에서 봤던 내 생각보다 강렬했다. 그 강렬함을 감독님이 선택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병원 세트 집 세트가 같이 있었다. 내 신이 아닐 때 선배님이 하시는 걸 보며 ‘나는 왜 이 글을 읽고 여기까지 상상했을까. 저런 그림도 되는구나’ 했다. 어느 이상의 준비를 해 와서 감독님과 조율을 통해 기준을 100을 넘어 110까지 바꾸자고 하는 걸 봤다. 나는 더 가는 걸 무서워했다. 난 항상 ‘좀 더 해볼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성격 자체가 표현이 과한 편이 아니라서 이제는 작품을 이해하는 것 보다 기술의 문제, 표현이 편해지는 게 중요하다.”

‘해빙’을 촬영하며 연기에 있어서의 한계, 기량 부족을 느낄 때쯤 연극이라는 기회를 만난 그녀는 연극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했을까.

“연극을 하면서 신나고 재미있었다. 목소리가 엄청 커졌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머지 사람의 것을 다 뚫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게 많았다. 대본을 볼 땐 몰랐는데 400석 극장의 끝까지 마이크 없이 들려야 했다. 매일 끝나고 소리 지르는 연습을 했다. 그 결과 공연 초반에는 볼륨이 너무 큰 부분이 있어 줄여달라는 말을 들었다. (세상에.) 연극 하면서 많은 것들을 또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학교에서 연출 공부를 했던 건 카메라 때문에 많이 혼났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하는지 터득해 나갔다. 연극무대에서 시선과 동선에 따른 이유를 알게 됐다. 분명 내게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장진 감독님이 정말 디테일하다. 돈을 내고 수업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감사하다.”

데뷔 초 ‘늑대의 유혹’으로 주연을 맡아 큰 주목을 받은 그녀는 이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묵묵히 활동해 왔다. ‘늑대의 유혹’에서 호흡을 맞춘 조한선은 최근 그녀의 연극 공연을 찾았다. 그를 정말 오랜만에 봤다는 그녀는 “오빠도 숱기 없던 걸 기억하더라”며 웃었다.

“어느 순간 그걸 빨리 인정했다. ‘늑대의 유혹’ 때 나쁜 역할, 즉 내가 맡은 역할을 괴롭히는 역할을 오디션 봤다. 3일 뒤 다시 와보라는 말에 갔더니 회사에서 주인공 대본을 다 읽어보라 하셨다. 의아해하면서도 나쁜 역할에 캐스팅된 것 같아 잘 됐다 싶었다. ‘늑대의 유혹’을 하고 살면서 ‘귀엽다’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그때 ‘내가 귀여울 수 있구나’ 했는데 다음날 대본 소화하기 바빴다. 오빠들이 멋있더라. 요즘 가끔 본다. 연락도 하고.”

최근의 그녀는 새로운 모습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그녀에게 자신이 배우로서 걷고 있는 지금의 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예전에 나와 일하던 분들이 그래요. ‘늑대의 유혹’이 끝난 뒤로 다시 가도 일 안 할 거냐고. 다시 가면 편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땐 처음에 큰 떡을 먹어서 체할 것 같았어요. 지금 돌아가도 (그런 감정이) 똑같이 올 것 같아요. 그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굉장히 큰 기회와 사랑을 가졌기에 (그 이후에는) 연금처럼 분할로 가진다 생각해요. 지금 제가 가는 속도가 맞고요. 언제가 돼도 한 번쯤 겪어야 될 게 있었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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