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LOOK] 김민희 ‘블랙 팬츠슈트’, 패션 얼리어댑터의 블레임룩 해석법
입력 2017. 03.14. 10:06:10

김민희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김민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13일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귀한 만남’이라는 말과 함께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홍상수 감독의 관계를 공식 인정했다.

김민희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놓여진 상황,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라는 말만큼이나 말끔한 블랙 팬츠슈트 차림 역시 눈길을 끌었다.

쓰러질 듯 가녀린 몸매를 부각한 흐드러지게 늘어뜨린 롱 웨이브헤어와 자신의 몸보다 두 세 사이즈쯤은 커 보이는 옷 혹은 과장된 볼륨이나 디테일이 들어간 런웨이룩을 리얼웨이에서 시크하게 소화해내는 ‘김민희’표 패션은 공효진과 함께 ‘데일리시크’ 아이콘이 된 이유다.



그런 그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카메라에 노출될 때 선택하는 블레임룩의 상징인 블랙 팬츠슈트를 선택했다. 오버사이즈 팬츠와 살짝 사이즈가 큰 재킷, 그리고 흐드러지듯 나풀거리는 화이트 이너웨어의 조합은 언뜻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실루엣 밸런스에서 디테일 하나하나에 패션 얼리댑터 김민희 감성이 들어가 있다.

블랙 와이드 팬츠에는 사이드라인의 화이트 스티치 장식으로 캐주얼 무드를 강조하고, 각진 어깨와 똑 떨어지는 실루엣의 머스큘린 재킷은 더블 버튼 위치와 노칼라의 유연하게 떨어지는 앞 라인으로 남성적이면서도 극히 여성적인 중성적인 무드로 완성돼 김민희의 가녀린 몸을 엣지있게 감쌌다.

컬러와 실루엣을 극도로 제한하는 가운데서도 패션 얼리어댑터로서 본능적인 감성을 드러내는 그녀의 패션코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난 2월 18일 ‘베를린 영화제 201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동과 가슴에 고운 실크가 살짝 더해진 심플한 블랙드레스를 입은 김민희는 시상식이 끝난 후 스탠더드 사이즈보다 두 사이즈쯤은 큰 테일러드 재킷으로 최근 유행코드에 부합하는 드레스코드를 완성했다.

그녀의 블랙에 기반한 패션코드를 블레임룩이라고 하기에는 경계가 모호하다. 최근 발렌시아가 디렉터이자 베트멍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알렉산더 왕 등 최근 핫한 디자이너들에 의해 끈임 없이 재해석되는 과장된 머스큘린 무드와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패셔니스타의 철없는 유행부심이라기에는 상대의 안쓰러움을 자극하는 가녀린 몸을 부각하는 매니시와 페미닌의 치밀한 조합이 그녀가 패셔니스타보다 배우로 이미 많은 시간을 지내왔음을 말해주는 듯 미스터리하기까지 하다.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 했다. 그녀의 여전한 몽환적인 모습은 홍상수 감독과의 관계를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진짜 속내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패션코드로 미처 감지할 수 없고 몽환적인 표정 뒤에 감춘 그녀의 진짜 속내는 영원히 미궁에 묻힐 수도 있을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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