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say] ‘사임당 빛의 일기’ 박혜수-이영애 한복, ‘색’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입력 2017. 03.15. 15:14:57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이영애 박혜수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총 30부작으로 기획된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반에 접어들어 종이공방에서의 에피소드와 화가로서 삶이 본격적인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초반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사극 최초로 시도한 여자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임당 곁을 지키는 의성군 이겸의 사랑과 그럼에도 아내이자 어머니 그리고 실질적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는 사임당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조합해냈다.

극 중 사임당 역을 맡은 박혜수와 이영애의 한복을 전담한 ‘한은희 한복’ 디자이너 한은희가 사임당을 위해 만들어낸 한복은 ‘한복이 드라마 주인공’이라고 한 이영애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에 녹아들어 사임당과 함께 숨 쉬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디자이너 한은희는 사임당의 한복을 만들기 전에 대본을 몇 번씩 읽고 사임당이 처한 상황과 거기서 느꼈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아마 감독 배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을걸요. 읽고 또 읽고. 이영애씨가 나오는 부분은 별도로 다 기록해서 한복이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봤죠”라며 의상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디자이너 한은희는 선과 색으로 조선 사대부 여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기품 있지만 당차게 사임당을 묘사했다.

부유하고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 사임당(박혜수)을 지나 아버지의 죽음과 갑작스럽게 기운 가세 등 파란만장했던 결혼 생활 초기 사임당(이영애)에서, 한양으로 올라와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집안의 실질적 가장으로서 사임당이 지금까지 모습이다. 앞으로는 화가로서 사임당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극이 절정을 향해 간다.

이 과정에서 사임당의 한복 색감 역시 부드럽게 그러나 극적인 효과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전개된다.

어린 사임당 역을 맡은 박혜수의 한복은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천재적인 화가 기질과 그런 천부적 재능을 응원해준 아버지 밑에서 마냥 행복했던 순간을 표현했다. 이후 이영애가 등장하면서 그려진 결혼 초기 생활에서도 화사한 파스텔 톤이 이어진다.

디자이너 한은희는 “당시 이영애 한복에 대해 너무 화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죠. 힘든 시간이었지만 친정이 워낙 부유하고 넉넉했기 때문에 옷도 화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만 입어도 충분히 화사할 수 있었고, 사임당이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 기품 있고 화사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가정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한양으로 올라와 종이공방 일을 시작하면서 극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그녀는 “한양으로 올라와서 입은 사임당의 한복은 손 마로 만든 옷이었습니다. 집에서 입는 옷이지만 기품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종이공방을 시작하면서는 달라질 수밖에 없죠. 당시는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시기입니다. 거친 일들을 안 해본 사람이 해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색을 강하게 썼죠”라며 종이공방에서 굴곡진 사연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 무명옷에 대해 설명했다.

15회부터 전개되는 화가로서 사임당은 화사함이 되살아난다.

디자이너 한은희는 “깃 등 부분적으로 저고리 패턴을 살짝 바꿨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면 달랐을 것 아니에요? 그런 다른 모습을 살짝 넣고 화가니까 컬러도 화사하게 갔습니다”라며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은 사임당의 달라질 한복에 대해 언급했다.

이 같은 극적 변화는 종이공방 사업이 성공하고 어느 정도 넉넉해지면서 옷 역시 그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는 설정이다. 무엇보다 옷을 보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구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질 수 있게 했다는 것.

변화는 점점 극적 수위가 높아진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겸과 사임당이 함께 하는 순간이 나온다고 살짝 공개했다. 디자이너 한은희 역시 이때 한복은 컬러는 물론 소재에서 이전과 달리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고 말해 궁금증을 높였다.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미인도 속 사임당 한복은 어떤 시절 모습일지도 중요한 대목 중 하나다.

그녀는 “이겸이 생각하는 사임당의 모습이죠. 스쳐지나가면서 봤던 이겸의 머리에 각인된 이미지죠. 이겸이 사임당을 생각하며 그렸던, 바로 그 순간의 이미지가 담긴 옷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한은희가 풀어낸 드라마 속 사임당 한복 이야기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사임당 빛의 일기’와 함께 하나씩 풀어헤쳐질 한복에 조금만 더 집중하면 사임당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사임당 빛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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