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안’ 안희철, 해체와 재구성 속 꽃 핀 ‘브랜드 아이덴티티’ [SFW 인터뷰]
입력 2017. 03.23. 13:48:40
[매경닷컴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조셉안(josephahn) 안희철은 대중이 원하고, 찾는 옷과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옷을 만드는 것 가운데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와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가 패션계에 공존하고 있는 지금, 안희철 디자이너가 이끄는 조셉안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브랜드 본연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2017 SS 헤라서울패션위크’ 제네레이션 넥스트 컬렉션을 통해 대중 앞에 첫 등장한 ‘조셉안’은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실현했다. 이번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는 흔들림, 나눠짐, 뒤틀림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패션위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안희철 디자이너가 지난 2일 조셉안 쇼룸에서 시크뉴스와 만났다. 단 한 번의 컬렉션으로 패션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셉안은 과감하게 국내 세일즈를 포기하고 컬렉션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이유와 더불어 디자이너가 가진 디자인 철학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첫 시즌부터 파격적인 컬렉션을 공개한 안희철 디자이너는 “첫 시즌을 사실 가장 ‘세일즈’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옷’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 첫 시즌에 대해 만족스럽지만 아쉬움도 많았던 컬렉션으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에 감사한 것도 많다.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고, 컬렉션을 함으로서 더 많은 기회가 저에게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늘 존재한다. 처음부터 내가 더 하고 싶은 걸 많이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사실 하면서 빼고 싶었던 옷도 많았다. 저는 샘플 진행을 하는 디자인 전부를 컬렉션에 넣지 않는다. 착장 수를 줄이더라도 마음에 안 들면 과감하게 빼는 스타일이다. 과거에는 전부 다 넣었다. 그런 부분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생각보다 세일즈가 잘 됐다. 평상시에는 입지 못할 것 같은 주머니가 밖으로 나오거나, 트렌치코트가 이상하게 접힌 디자인들도 다 가지고 가시더라. 이번엔 조금 더 과감하게 해볼 생각이다”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브랜드별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겠지만, 안희철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를 하면서 브랜드 홍보와 바이어 유치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서울컬렉션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브랜드들 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지만, 전 하고 나서 도움이 많이 된 케이스다. 성장도 많이 한 것 같고. 사실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잘하는 브랜드인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못하는 브랜드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감하게 끌고 나가야 하는 것 같다. 저는 많은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컬렉션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사실 자본금이 많이 든다. 아직은 나중 일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에 집중해서 컬렉션을 만들려고 한다”



오는 30일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공개되는 FW 컬렉션에서는 조금 더 과감하게 변형을 시도한 조셉안을 구경할 수 있다. 귀에서부터 시작되는 칼라를 트렌치코트에 접목해 어깨에서 입는 것이 아닌 귀에서부터 시작되는 독특한 실루엣을 보여줄 예정이다.

“대주제는 흔들림, 나눠짐, 뒤틀림이라는 세 단어에 포커스를 맞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옷들에서 변형 시키는 걸 좋아한다. 실루엣을 과감하게 변형시키고, 부주제로 좋아하는 문구나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담긴 명언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화려하지 않게 간단하게 넣어보려고 준비 중이다. 이너나 스커트 같은 부분들도 그동안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입기 어려워하는 옷들을 만들 것 같다. 타깃 자체가 한국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이기 때문에 조금 더 과감한 옷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옷을 만들고 국내 세일즈를 포기하는 것이 파격적인 행보일 수 있지만, 안희철 디자이너에게는 이것이 브랜드의 가치이자, 목표고, 꼭 실현하고 싶은 ‘아이덴티티’이기에 가능했다.

“‘저게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옷들이 많다. 어깨는 크고, 허리를 타이트하고. 그냥 입는 것이 아니라 위로 입어야 하는 옷. 디자인을 할 때도 다른 디자이너들은 세일즈 아이템을 고민하지만, 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민한다. 키포인트가 세일즈에 맞춰져 있지 않다. 두 번째 정도로 생각하고, 첫 번째는 브랜드 가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컬렉션이 아닌 해외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든다. 사실 신진 디자이너들은 세일즈 하는 옷들을 많이 만든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가야할 방향성은 참신하고 아이덴티티가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두 번째라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옷을 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구나’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긍지를 가지를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영감을 얻는 곳 또한 독특했다. 계속해서 이미지를 검색하고 책, 다큐멘터리, 잡지 등에 실린 사진이 컬러에서 흑백으로 넘어갈 때의 묘한 느낌을 캐치했다.

“영감을 얻는 곳은 주로 사진이다. 물건, 사물 등의 사진에서 캐치하는데, 저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어떤 것을 봤을 때 비로서 생각이 든다. 1940년부터 1970년까지 사진을 다양하게 찾아본다. ‘구글링’을 주로 활용하고 도서관을 직접 찾아 당시의 책을 본다. 예를 들어 한 장의 사진을 본다면, 이 사진 이외의 공간들에는 어떤 일이 있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색이 있을까를 상상한다. 특히 흑백 사진은 컬러감의 제한이 없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느낌이다. 건축물 사진도 좋아하고, 창조적인 것들을 좋아해서 지나가다 보이는 건축물에서도 영감을 받는 편이다”



글로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안희철 디자이너는 확고한 계획과 목표가 있었다. 100년, 200년 뒤에 자신이 죽은 후에도 브랜드가 계속 남는 것이 그가 상상하는 조셉안의 미래다.

“브랜드가 글로벌해 지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에는 우영미, 준지 등의 브랜드가 존재하는데, 그걸 뛰어넘고 싶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공하는 정점까지 올라가고 싶은데, 지금 딱 어느 지점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어느새 도달하지 않을까. (웃음) 내가 은퇴한 뒤에도 이 브랜드를 누군가가 맡아서 이끌고, 100년, 200년 뒤에는 하우스 브랜드로 성장하면 좋겠다. 내가 죽어도 조셉안이라는 브랜드는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대중들에게 두 번째 컬렉션을 공개할 조셉안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는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특히 ‘새로운 것을 하는 브랜드’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조셉안이라는 브랜드가 항상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는 구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있구나’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제가 디자이너로서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저 브랜드가 잘 됐으면 좋겠고, 국내 GN이든 메인 쇼에서든 이렇게 재밌게 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시각적으로 재밌는 요소를 많이 가진, 흥미가 가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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