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숍, ‘집’으로 들어가다” 21세기 소비 키워드 ‘편안함+호기심’ [패션 SPACE]
- 입력 2017. 03.23. 13:54:02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탄핵에서 검찰 조사로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사건과 세월호 인양이 동시에 터지면서 마음 편하게 하루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거대소비국가 중국과 맞물린 사드(초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는 차기 대통령의 당락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과 함께 이상적인 공간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는 ‘호기심’이 더해지면서 가장 최적의 공간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다.에피그램
에피그램은 ‘올모스트홈(Almost Home)’ 시리즈의 팝업스토어로, 21세기 변화된 한국 주거문화와 흐름을 같이하는 라이스타일 숍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오는 5월 3일까지 이태원 경리단길에 오픈한 2차 팝업스토어는 지난 2015년에 선보인 1인 가구 테마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협소주택 키워드를 더해 더욱 풍성하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아날로그’ 앤 ‘슬로라이프’의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를 풀어냈다.
인구 증가와 주택 임대가 상승 등으로 넓은 공간에 대한 욕망은 자진 삭제됐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대체되는 최근 주거 공간에 옷뿐 아니라 가구 부엌용품에서 정원까지 ‘나만의’ 힐링 키워드를 더할 수 있는 구성법을 제안함으로써 젊은 소비층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에피그램이 ‘편안함’ 즉 힐링을 키워드로 공간을 풀어냈다면 소니아 리키엘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누군가의 공간으로, 집에서 느끼는 경이로운 경험을 공간으로 재구성했다.소니알 리키엘
지난 2015년 오픈 이후 셀럽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북카페 콘셉트의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부띠끄를 부분적으로 재현한 소니아 리키엘의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본점은 아쉽게도 5만 여권의 책으로 채운 파리 부띠끄의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매장 한 면을 채운 책꽂이와 책들은 소니아 리키엘 클래식의 근간을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애비뉴엘 본점 매장은 생제르맹 부띠끄의 럭셔리 브랜드숍 특유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공간과 달리 누군가의 방으로 들어서는 듯한 친근감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를 낸다.
이처럼 매장 뿐 아니라 브랜드의 첫 론칭을 집 콘셉트의 공간에서 열며 처음 만나는 브랜드의 거리감을 없애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앤아더스토리즈, 코삭
H&M이 ‘코스(COS)’에 이어 컨템포러리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새롭게 올봄 론칭한 ‘앤아더스토리즈(&other stories)는 종로구 삼청동 소재 한옥 베어카페에서 컬렉션 전시회를 열어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영국 윤리패션 브랜드 ‘코삭(COSAC)’은 종로구 서촌 소재 한옥 게스트하우스 디귿집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공유하는 국내 브랜드들과 공동 전시 및 세미나를 개최하는 의미 있는 신고식을 치렀다.
이처럼 집은 사람과 사람의 거리 좁힘 효과로 어지러운 사회에서의 탈출구로서 패션가가 주목하는 공간 마케팅 키워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소비를 하지만, 결구 소비라는 소모적 행위가 주는 피로감은 소비재 브랜드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다소나마 상쇄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즐겁게 호기심을 채워가며 힐링 효과까지 누리는 소비 체험은 브랜드와 소비자 양측의 윈윈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이미화 기자, 에피그램, 소니아 리키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