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씽나인’ 최태준 아쉬운 시청률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 [인터뷰①]
- 입력 2017. 03.23. 17:54:06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처음부터 이 작품을 하는 배우, 스탭분들은 시청률에 큰 기대를 안 했어요. 우리 팀은 처음 하는 거니까, 새로운 시도라는 것에 중점을 뒀죠. 또 워낙 팀 분위기도 좋아서 숫자에 큰 연연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최태준은 ‘미씽나인’의 높은 화제성에 비해 낮았던 시청률에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동안 받았던 사랑과 자신과 함께 호흡 맞췄던 스탭, 배우들과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연출 최병길, 극본 손황원)에서 최태호 역으로 열연한 최태준이 20일 서울 성동구 모처에서 시크뉴스와 만났다. 극중 최태호처럼 짧게 깎은 머리를 하고 등장한 그는 극악무도한 살인을 계속해서 저지르는 캐릭터에 대한 짙은 애정과 연민을 갖고 있었다.
‘미씽나인’은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전용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9명이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최태준은 잘 나가는 연예인이자 윤소희(류원)를 죽인 진범인 최태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최태준은 어린 시절 아역으로 데뷔한 이후 성인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면서 ‘미씽나인’을 통해 가장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악역을 연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씽나인’을 통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최태호는 극 초반부터 서준오(정경호)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 신재현(연제욱)을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소희를 죽이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살인을 이어간다. 최태준은 이런 최태호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연민의 감정이 들면서 불쌍하다 생각했다고.
“그의 인생을 보면, 사실 제일 불쌍한 인물이다. 어쨌든 본인도 의도치 않게 자꾸 뭔가를 감추려다 보니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태호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무작정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 단순한 인물이 아니길 바랐고, 연민의 시선을 받았으면 했다. 스스로 연기할 때도 항상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다가 아닌,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스스로 조절을 했던 것 같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죗값을 받지 않는 이상 손바닥을 하늘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태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드라마 속에서 여러 명을 죽이는 최태호 역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단연 ‘연민’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최태준은 최태호를 연기하면서 어떤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다른 감정이 보여 지길 원했다.
“한두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제가 좀 여럿 살인을 저질렀다. (웃음) 그때마다 다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 사람을 죽일 때는 두려움과 죄책감, 미안함 등이 섞였으면 했고 다음부터는 조금씩 죄의식이 무뎌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본인의 죄를 덮기 위해 저지르는 살인이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지는 않다. 싸이코패스도 아니기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태호는 인격 장애가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준오의 말에 설득이 된 것 같다. 그동안 자신의 행동에 계속해서 부여하던 ‘타당성’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정경호가 연기한 서준오의 “행복해, 이 새끼야?”라는 대사 한 줄에 무너졌다는 그는 경찰차 앞에서 목 놓아 우는 한 장면만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큰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연기력 호평을 이끌어 낸 부분 중 하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까지 감정 연기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고 말했다.
“저는 감정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큰 편이다. 사실 상대 배우에게서 도움을 많이 얻는 것 같다. 마지막 경찰차 앞에서 장면 같은 경우는 저도 정말 서럽게 울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먹먹하게 가슴이 아프다. 일단 자신이 신재현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소희의 핸드폰을 발견한 이후다. 태호는 그 뒤로 나약해진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안 거다. 이미 너무 많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는 것을 안 눈물이었다. 태호는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살인들은 이미 타당성을 잃은 상태였다”
최태준의 말처럼 최태호는 많은 사람을 죽였고, 자신의 죄를 덮으려 서준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출연진들이 모여 즐겁게 페인트칠을 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살인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 ‘살인 미화 아니냐’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페인트칠하는 장면은 태호가 죗값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상황이 너무 밝고, 색감도 많아서 그렇게 보셨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뒤에 경찰관이 있다. 태호는 교도소에서 잠깐 나온 상황이었다. 아마 태호는 무기징역을 받고 반성하면서 지금도 죗값을 치르고 있지 않을까. 태호에게는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주홍글씨가 될 거다”
‘미씽나인’은 미스터리와 휴먼이 혼합된 장르물이었다. 로케이션 촬영도 있었고, 캐릭터가 가진 개성도 뚜렷했다. 처음으로 장르물을 연기한 최태준은 드라마의 매력으로 ‘정확한 방향성’을 꼽았다.
“작품이 나아가는 방향성이 정확했다. 그런 것에 있어서 스스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관이 서는 게 장점이다. 그 드라마가 가진 톤이 있고, 그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희 드라마는 어둡고, 색감이 정확했다. 현장에서는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을 방송을 통해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렵고 무거운 캐릭터였지만 연기하면서 너무 행복했다는 그는 ‘미씽나인’을 다른 의미로 정의했다. 본래 드라마 제목 ‘미씽나인’은 실종된 9명이라는 뜻이지만, 최태준에게는 ‘보고 싶은 9명’이었다.
“저한테는 스스로도 연기적인 큰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최태준으로서 스스로 너무나 좋은 선배, 동생, 동료들을 얻었고, 떠올리면 웃음부터 짓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너무 즐거웠다. ‘미씽나인’ 자체가 저한테는 정말 ‘미씽나인’이다. ‘보고 싶은 아홉명’”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