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낙’ 강동준, 10년차 ‘다크웨어’ 수장의 깊이 있는 ‘블랙’ [SFW 인터뷰]
입력 2017. 03.24. 13:55:44
[매경닷컴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다크웨어’를 콘셉트로 브랜드를 전개해온 디그낙(D.GNAK)의 강동준 디자이너의 색깔이 한층 짙어졌다.

2006년 9월부터 ‘디그낙’ 대표로 브랜드를 이끌어온 강동준 디자이너는 2008 F/W 서울패션위크부터 다가올 2017 FW까지 햇수로는 벌써 10년 동안 런웨이 쇼를 진행해온 베테랑이다. ‘다크웨어계의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이름과 동의어처럼 인식되고 있는 강동준 디자이너를 지난달 말 디그낙 본사에서 만나 그의 디자인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 시즌마다 디그낙의 색깔을 넣은 독창적인 옷을 디자인해오고 있는 강동준 디자이너. 디그낙은 브랜드의 색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10년 동안 두텁게 쌓아 왔다. 이는 곧 다른 브랜드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할 브랜드만의 강점이 되었다.

“디그낙은 좋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향신료인 ‘고수’같다. 대중적인 시장으로 내가 들어가는 것보다 나만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크웨어’라는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 확실한 마니아층을 만든 것이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디그낙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강동준 디자이너는 오는 30일 ‘2017 헤라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올릴 2017 FW 컬렉션에서 디자이너의 영혼을 담아낸 다크웨어의 화룡점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다크웨어를 기본으로 ‘판타스마’(유령)를 콘셉트로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상황까지 담아낸 자전적인 컬렉션이다.

스토리텔러처럼 컬렉션을 풀어내는 그는 “이번 컬렉션 콘셉트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시작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판타스마’로 정했다. “평소 이번 시즌만 하고 컬렉션을 그만 해야겠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결국 떠나지 못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2017 FW에서 그가 보여줄 ‘판타스마’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더욱 신중하고 깊이감 있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는 게 디자이너의 고민이었다. 그런 디자이너의 욕심 덕분에 이번 시즌 그의 컬렉션을 통해 더욱 훌륭한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다.

“원래 하던 것에서 조금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디그낙의 대표 디자인인 끈을 활용해 ‘묶여있다’라는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보유하는 라인 중 가장 상위 레이블이기 때문에 끈의 품질을 높이고, 그 동안 쓰지 않았던 독특한 매듭 공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하게 시도했다. 디테일적으로 신경을 더욱 많이 썼다”


디자인과 더불어 해외에서 이미 인지도를 쌓아 올린 그의 브랜드에 대한 패션 전문가들의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글로벌 마켓에서 이력을 쌓아온 강동준은 ‘한 나라의 패션 감성은 실상 젊은이보다 노인층에 있다’는 낯선 듯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패션 선진국의 기준은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를 보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옷을 정말 잘 입는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을 많이 접해서 옷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패션위크 역시 더욱 밝은 문화행사가 돼서 많은 사람에게 패션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라며 패션이 문화로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는데 문화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패션위크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 패션이 풀어가야 할 과제에 대해서는 ‘대중성’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그는 “서울패션위크처럼 많은 사람이 쉽게 패션을 보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국내에는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대중들을 위해 오픈 됐으면 한다. 시민들이 먼저 즐긴 후 입소문이 나고 해외에 전파가 돼서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으면 결국 바이어들이 관심을 가지고 오고 싶은 곳이 돼 바잉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다”라며 바잉쇼와 축제, 둘 중 어느 하나로 명확히 정의 내리려 하기보다 서로가 어우러져 윈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강동준은 디자이너로서 제한적일 수 있는 ‘다크웨어’라는 키워드로 무수히 많은 것들을 풀어냈다. ‘마니아적’ ‘다크웨어계의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디자이너 강동준이 크리에티브와 커머셜을 아우름과 동시에 ‘디그낙’의 독보적 가치를 성공적으로 쌓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전하는 서울의 패션과 문화를 상징하는 구심점으로서 서울패션위크의 바로서기는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디그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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