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킨’ 이성동 ‘아트+패션’, 지식인의 침묵 ‘사일런스 도슨트’ [SFW 인터뷰]
입력 2017. 03.24. 16:25:16

‘얼킨’ 이성동

[매경닷컴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패션,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적 분야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디자이너를 비롯한 예술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작품을 발표함으로서 묵은 때에 찌든 사회를 다른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번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 제네레이션 넥스트 쇼에서 공개되는 ‘얼킨’ 이성동 디자이너 컬렉션 역시 색다른 시각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바라본다.

오는 3월 28일부터 진행되는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세 번째 제네레이션 넥스트 쇼를 공개하는 ‘얼킨’ 이성동 디자이너가 지난 2월 28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얼킨 쇼룸에서 시크뉴스와 만났다.

‘얼킨’은 아티스트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로 신진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대중과 예술의 간극을 줄이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성’을 갖춘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얼킨’의 지향점이자 숙제다.

업사이클링 가방을 시작으로 현재 브랜드까지 오게 된 이성동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계속 조금 더 발전한 ‘얼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킨’의 가방은 직접 손으로 그린 듯 삽화의 느낌이 나는 가방을 만들기 위해 미술용 캠퍼스에 두께를 더하고 프린팅 했다. 붓터치 위에 그림이 올라가 질감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컬렉션마다 주제 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성동 디자이너는 2017 FW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으로 ‘사회’를 꼽았다. 작년 말 시작된 최순실 스캔들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부조리들을 들여다 보고 이를 자신의 컬렉션에 녹여냈다.

“컬렉션 영감은 사회적인 부분에서 많이 받는다. 가볍게 이슈도 보고, 묵직한 주제를 관찰하기도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을까, 라는 근본적인 생각부터 사회가 발전하는 것에 비해 정신이나 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고민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사일런스 도슨트’라고 주제를 정했다. 미술관에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는 사람을 도슨트라고 부르는데, 그 사람이 입을 닫고 있는 거다. 지금 지식인들의 상황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정작 중요한 이슈 앞에서는 입을 닫고 있다. 그것에 빗대어 쇼를 풀어나갈 것이고, 침묵하는 것에 비유해서 구상하고 있다”

이성동 디자이너는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주제들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막연한 것이 아닌 진짜 현실을 꼬집고,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본 후 이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디자이너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제 성향인 것 같다.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해야 그렇게 되고 싶은 분들이 옷을 살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일반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을 쫓는 주제들로 접근하는 편이라면 저는 좀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저는 디자이너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디자인으로서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지고 쇼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하는 건 큰 의미가 없으니 창작물, 수단으로서 패션쇼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대놓고 정치적 색이나 성소수자의 색을 담아서 만든다. 하지만 국내는 너무 보수적이다. 다 외면해 버린다. 치부는 드러내고 고민해야 하는 거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컬렉션이 묵직하게 흐르는 만큼 아이템에서도 무거운 질감이 느껴지는 퍼가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성동 디자이너는 항상 메인으로 가지고 가는 가방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으며 인조 퍼부터 코트까지 다양한 룩으로 컬렉션을 촘촘하게 채울 것이라 밝혔다.

“가방은 항상 메인으로 가지고 간다. 이번에는 인조 퍼도 많이 쓰고, 코트도 많이 나온다. 약간 캐주얼인데, 유스 문화에 녹여서 만들었다. 주로 쓴 소재는 모직, 인조 퍼, 최소한의 가죽을 썼다. 친환경적인 느낌을 가지고 가는 브랜드다 보니까 구스도 3M에서 나온 인조 구스를 썼다. 최대한 친환경적인 소재들을 썼다. 니트, 코트, 퍼, 패딩까지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제네레이션 넥스트 3번의 쇼를 모두 마무리하는 이성동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조금 더 제대로 자리를 잡은 뒤 ‘진짜’ 얼킨다운 컬렉션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다시 컬렉션을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저는 컬렉션 자체가 옷을 많이 팔려고 하는 것보단 개인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익성을 떠나서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서울패션위크가 국내 세일즈와 마케팅에는 최고의 홍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매출이 받쳐준 뒤에 컬렉션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 전까지는 디자이너의 욕심을 줄여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연속으로 GN쇼를 다 했으니까, 보답해 드려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걸 자리가 잘 잡힌 뒤에 한다면 더 제 생각을 표현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인생을 걸고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급하거나 가볍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얼킨’은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질문에 이성동 디자이너는 “‘예술’ 하면 바로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언제나 브랜드 철학 1순위라는 ‘대중과 예술의 간극을 줄이자’ 역시 그가 가진 꿈의 일환이다.

“일단은 패션계에서 ‘예술 관련된 분야’ 하면 ‘얼킨’이 떠오르면 좋겠다. ‘예술’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아직 한국에는 없다.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라. 정말 제가 가져가야 하는 파이라고 생각한다. 아트 상품 같은 걸 보면 저급한,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다. 그걸 고급적으로 풀어서 거기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싸구려는 이미 시장에 있다. 우리는 그것보다 조금 더 예술가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쪽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게 크게 봤을 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거다”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가 끝난 뒤에도 얼킨의 예술적인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고, 서울컬렉션 입성을 위해 바이어 유치도 게을리 하지 않을 예정이다.

“기존에 하고 있는 전시를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한다. 그건 전통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부분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 모델, 기자, 블로거까지 다 모시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브랜드의 성장과 신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 주위에 다 그림이니까 옷이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웃음) 쇼는 명확하게 말하면 그 정도를 할 만한 브랜드가 되면 할 계획이다. 서울컬렉션도 자기 바이어 보라고 하는 쇼인데, 어느 정도 저희의 바이어가 모이면 해야할 것 같다. 그게 예의고”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