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성적인 보스’ 연우진, 은환기를 통해 가진 ‘반성과 노력의 시간’ [인터뷰①]
- 입력 2017. 03.25. 14:45:15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은환기를 통해 많이 반성했습니다”
연우진
‘내성적인 보스’에서 은환기 역을 맡아 열연했던 연우진의 말이다. 그동안 ‘연애 말고 결혼’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강자로 떠오른 연우진은 이번 작품을 어느 작품보다 ‘어려웠던’ 작품으로 기억했다.
지난 21일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에서 은환기로 열연을 펼쳤던 연우진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났다. 소심, 까칠, 예민, 내성적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역할 ‘은환기’를 소화한 연우진은 아직은 캐릭터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지금 이렇게 길게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합니다”라며 인터뷰의 포문을 열었다.
‘내성적인 보스’는 베일에 싸인 유령으로 불리는 극도로 내성적인 보스 은환기와 초강력 친화력의 신입사원 채로운이 펼치는 소통로맨스로 연우진은 촬영하는 내내 조용하고 소심한 은환기 역에 몰입해 있었다. 1.8%의 낮은 시청률로 종영한 ‘내성적인 보스’가 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는 연우진의 ‘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 말고 결혼’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작가, 감독에 연우진 역시 ‘내성적인 보스’ 합류를 결정했다. 방송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던 ‘내성적인 보스’는 생각과 다르게 낮은 시청률을 보였는데, 아쉬움을 남기는 빈 공간은 배우, 스태프, 감독과 작가의 결속력으로 채워졌다. 현장에서 이를 몸소 느꼈던 연우진은 자신이 이끌고 나가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낮아 깊은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방향성이 흐트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돈독해진 것 같다. 배우, 제작진, 감독님들과 돈독해지고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시청률을 어떻게 하겠냐. 어쨌든 우리는 우리 드라마가 가진 주제를 올바르게, 그 뿌리를 갖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제가 알기로는 수정도 이뤄졌지만, 드라마가 가진 방향성을 아예 튼 건 아니었다. 올곧게 ‘내성적인 보스’가 가진 의미와 주제를 실현하려고 잡고 간 것이고, 그 안에서 모든 배우가 캐릭터의 특징을 잃지 않고 간 것 같다. 세부적인 변화들은 많이 없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가진 그릇이 아주 작구나’를 알았다는 그는 계속해서 반성하고, 공부해 나가는 배우였다. 수많은 작품을 하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지만, ‘내성적인 보스’ 속 은환기만큼 어려웠던 캐릭터도 없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다. 다른 작품에 비해 반성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라는 그릇에 대한 깊이가 아직도 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혼자 극을 이끄는 것이 아닌데 나 혼자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전에는 존재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모든 것이 ‘공동체 작업’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 속에서 지나온 시간을 반성했다. 굳이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인데, 나는 거기에 좀 닫혀 있었던 것 같다. ‘소통’에 관한 드라마를 하다 보니, 그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난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했고, 인간 연우진으로서 많은 고민을 했던 작업이다”
소심한 은환기는 본인과 너무나도 다르다고 말하는 연우진은 이번 역할을 연기하면서 답답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고 고백했다.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고 고백한 그는 기분 좋은 스트레스라고 표현하면서도 대답 곳곳에서 고민의 흔적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점은 너무나 많고, 비슷한 점을 꼽자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혼자 자주 있고, 내 나름대로 사고의 체계가 있어서 혼자 정리를 해야 한다. 타의에 의한 것보단 나 스스로 이해가 되고, 내가 정리를 해야만 수긍하는 편이기도 하다. 은환기와 나는 정반대다. 그래도 은환기가 나로 인해 제대로 표현이 됐을 때, 기쁨이 컸다. 정신적인 고통이 컸지만, 아름다움에 취해 너무 행복했다. 연기하는 동안에는 많이 답답했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가 은환기로서 표현해야 하는 사명감이었고, 의무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잡으면서 온전히 은환기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해온 어떤 작품보다 예민한 상태였다는 연우진은 오히려 그런 예민함이 은환기를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환기는 극중에서 매우 ‘까칠한’ 상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자신이 심적 변화가 오히려 캐릭터를 제대로 완성할 수 있게 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보였던 예민함이 그동안에도 계속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특히나 예민했다. 스스로에서 관대한 적이 없었다. 늘 의구심을 품고, 질문을 던졌다. 잠도 많이 못 잤고, 그런 부분들이 예민함으로 다가와 연기하면서는 오히려 편안했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보단 부족함과 예민함이 오감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 외의 생각, 과정들이 어떤 작품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것 같다. 특히 현장에서 혼자 너무 예민하게 있는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주연 배우로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됐다. 그래도 박혜수, 윤박 씨를 비롯한 주변 배우들이 그런 부분들을 잘 메꿔주셨다”
대답 중간중간 계속해서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연우진은 ‘주연의 무게감’을 가장 큰 숙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지만, 내 것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연기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걸 온전히 내가 다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품고 있고, 매번 할수록 그게 부족하다고 많이 느낀다. 드라마라는 장르 속에서 드라마가 가진 목적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주어진 역할 속에서 더 많은 능력을 내가 가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늘 하는 과정인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내가 왜 연기를 하는가’ 내가 가진 연기 철학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결론은 지금 ‘내가 하고 있다’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주연 배우로서 짊어진 부분들이 있고, 시청률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통감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내가 휘둘리지 않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게 연기 철학인 것 같다. 즐거움을 느끼고 흔들리지 않아야 진짜 나다운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연우진에게 ‘내성적인 보스’란 어떤 작품일까. 그는 연기 철학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임과 동시에 나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답했다.
“평상시에도 생각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나의 끝을 파 보는 기분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 속에서 한계를 느껴서 스스로 많이 좌절하기도 하고, 채찍질하기도 하고. 여느 작품보단 높낮이가 컸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마음의 높낮이가 커서 일부러 스스로 위안을 주기도 했다. 어쨌든, 나를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점프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