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우진이 말하는 연기 고민-작품 운, 그리고 ‘사랑스러운 내 모습’ [인터뷰②]
- 입력 2017. 03.25. 15:19:10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저는 작품 속에서 예민하게 연기하고 있는 제 모습이 제일 사랑스럽더라고요”
연우진
연기하는 자신을 제일 사랑한다는 연우진은 영화에 대한 끓어 넘치는 열망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일말의 후회 없이 꾸준히 한 길만을 걷고 있다.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연우진 종영 기념 인터뷰가 21일 진행된 가운데 시크뉴스가 그와 만나 연기의 길에 처음 들어서게 된 이유와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고민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성적인 보스’는 극도로 내성적인 보스 은환기(연우진)와 외향적인 신입사원 채로운(박혜수)의 소통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연우진이 연기한 은환기는 홍보 회사 사일런트 몬스터의 보스다. 홍보 업계 1위 회사의 대표 자리에 있지만 알려진 바가 전혀 없는 그는 문을 닫고 방 안에 혼자 있는 것이 더 익숙한 성격의 소유자다.
연우진은 이런 은환기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과 생각을 거듭했다. 문을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캐릭터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었고, 단편적으로 나오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었기 때문.
“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사고가 너무 막혀 있었다. 연기가 단편적으로 나왔다. 그게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생각한 것이 내면을 완벽하게 형성해 놓는 것이었다. 사고가 내성적이라고 해서 말이 없지만, 생각은 깊을 것이라고 봤다. 배려심도 깊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틀을 잡았고, 생각이 많은 캐릭터라 말을 하면서 생기는 실수들이 재밌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말이 헛나오거나 버벅거리는 것들, 어수룩함이 로코 속 캐릭터와 만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서 디테일을 잡았다. 버벅거리는 장면들은 일부러 한 부분도 있지만, NG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끝까지 연기해서 그 컷을 오케이 컷으로 만든 경우도 있었다”
‘연애 말고 결혼’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내성적인 보스’까지 연속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연우진은 소리 없이 강한 ‘로코킹’으로 불린다. 의도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그는 이번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은환기의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하기 직전에도 로코 장르에 대한 고민을 했었는데, ‘내성적인 보스’는 장르와 다르게 은환기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컸다. 그 이끌림이 상당히 컸던 것 같다. 내가 안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은환기라는 무채색의 캐릭터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알록달록한 색감을 만났을 때 어우러지는 묘한 지점들이 궁금했고, 예전과 기존에 봤던 인물이 아닌 캐릭터로서 가진 특성이 강해서 그 매력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송현욱 감독과 주화미 작가, 두 사람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연우진은 솔직히 편안함보다 부담감이 더 컸다고 고백했다. 같은 감독과 작가가 만드는 드라마에서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같은 제작진이랑 하는 것은 부담감이 훨씬 더 크다. 새로운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익숙함에서 비롯된 것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기대보단 부담감이 더 커서 그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나 은환기가 갖고 잇는 매력이 커서 이번 작품을 함께 하게 된 것 같다”
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호흡했지만, 딱 생각나는 ‘대표작’을 아직 가지지 못한 연우진. 그에 대해 일부 팬들은 ‘작품 운이 없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본인 역시 이 얘기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그는 ‘시청률’로 대표되는 대표작을 갖고 싶지는 않다는 욕심을 갖고 있었다.
“작품 운이 없다는 걸 알고 그 작품을 선택하는 건 절대 아니다. (웃음) 전 늘 연기자로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내가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있다. 현장 안에서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없다면 알맹이 없는 빈 껍질인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에 애착을 갖고 좋은 마인드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본다. 좋은 마인드를 품고, 날 성숙시키는 자극제가 되는 작품이라면 좋은 작품이다. 그 기준이 시청률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
연극영화과를 전공하면 연기에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연우진은 세종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군대까지 다녀온 뒤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늘 고민했다. 전과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거듭했던 것 같다. 현실 속에서 싸우고, 또 싸우다가 어떻게 학교를 졸업한 거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전공 수업을 마치는 것도 버거웠지만, 영화 일을 배웠다. 당시에 저는 제2의 사춘기였던 것 같다.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팔 수 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진짜 ‘나’가 시작된 것 같다. 예전 기억을 더듬으면 영화를 좋아했던 내가 그때부터 연기적인 부분들을 찾아가면서 어느 순간 연기자가 됐던 것 같다. 정말 운이 좋았고, 좋은 사람들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는 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만날 예정이라는 그는 드라마를 하지 않는 순간에는 영화 촬영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알고 보면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한 배우였다.
“지난해 찍은 영화 3편이 올해 다 개봉할 것 같다. 세 개 작품에서 역할이 다 다르다. 악역도 있다. 올해는 저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에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도 되고, 설레는 마음이다. 일단은 작품으로서 계속 인사를 드리겠지만, 스스로도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채롭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작년 한 해를 열심히 보냈는데, 그것에 대한 결과물을 올해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작품 속에서 연기하는 내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더라. 올해는 제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달려갈 계획이다”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사뭇 진지한 고민을 이어간 그는 끝내 찾은 해답으로 ‘행복’을 내놨다.
“이 세계 안에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연기를 웃으면서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이 일을 하고 일을 하면서 즐기고 웃으면서 예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는 것에 큰 감사를 느낀다. 이런 과정들이 소소하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은 끝맺음이 기뻤다. 작품을 잘 끝냈다는 기쁨과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신 분들이 기분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연기하고 싶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점프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