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재욱, 매력적인 캐릭터 만들기 위한 ‘각고의 고민’ [인터뷰①]
입력 2017. 03.29. 17:33:56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어딘가 자꾸 태구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어요”

‘보이스’에서 모태구 역을 맡아 연기한 김재욱은 철두철미하게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악역이자 연쇄살인범, 싸이코패스를 연기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케이블TV OCN 드라마 ‘보이스’ 종영 인터뷰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김재욱은 연기력 호평을 받았던 딱 그만큼 느꼈던 정신적 고통을 회상했다. 싸이코패스를 연기하며 느꼈던 힘듦은 생각보다 컸다.

‘보이스’는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112 센터 대원들의 이야기로 김재욱은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자 은형동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모태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모태구는 자신이 모든 인간들보다 한 수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형 살인마’로 “그런 인간들은 원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없어”라는 마지막 회 대사 한 줄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다.



임팩트가 강한 역할을 연기했던 김재욱은 본인 스스로 아직 캐릭터의 잔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원래는 진행하지 않으려 했던 인터뷰를 갑작스럽게 잡게 된 이유도 자신이 캐릭터를 잘 정리하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아직은 여운이 조금 남은 것 같다. 정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다. 작품이 끝난 것을 표현할 말이 없는데, 어딘가에 자꾸 잔상이 남아 있다. 일상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인터뷰를 늦게 하는 이유도 그런 부분들을 제가 말로 풀어내면서 매듭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을 연기하면서 욕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욕도 생각보다 안 먹었다. 그냥 욕을 먹는 것보단 많이들 절 무서워하시더라.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었다”

김재욱이 연기한 모태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끝난 뒤 공개된 ‘보이스 스페셜’ 방송에서 “우아하게 연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캐릭터를 위해 슈트를 고집할 정도로 완벽하게 모태구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본적으로 작가님이 태구가 가지고 갔으면 하는 애티튜드 중 하나였다. 상류층 사회에서 자라고 살아가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타고난 것들이 있지 않냐.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왔었던 것들이 좀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단지 잔혹하고, 잔인하고, 끔찍할 뿐 아니라 그 안에서의 그로테스크한 부분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아름다움과 진인함이 공존했으면 했다. 개인적으로 섹시, 우아한 부분보다도 더 포괄적으로 이 인물이 가지는 성향을 떠나 사람의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러 성격이 공존하는 캐릭터라 어려운 점들이 많았을 터. 김재욱 역시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보단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조금 더 모태구라는 아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작가가 쓴 그대로 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봤다. 영화 속 인물과 모태구가 비슷해서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찾아서 봤던 것 같다. 비단 그런 작품을 통해서 나오는 인물이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모태구 같은 성향을 가진 인물에 대해 선택했다. 사람을 내려다보고, 깔보고, 너와 나의 계급을 정하는. 그런 류의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캐릭터를 해석하는데 어려움보단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표정이나 동선이 화려하거나 많은 인물이 아니다. 절제된 동선 안에서 모태구라는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컸다. 감독님의 연출, 촬영 감독님의 기법, 태구의 감정에 맞는 조명, 음악까지 여러 디테일들이 태구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



‘보이스’ 특히 모태구라는 인물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많은 궁금증을 낳았다. 한동안 상업 영화,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던 배우가 나타나서 싸이코패스를 연기했기에 그 반응은 더 뜨거웠다.

“‘보이스’의 성공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기 어려웠던 게 기본적으로 이 작품에 출연을 하게 된 지점이 모태구의 등장 장면이 하나도 없을 때였다. 1~4부까지의 대본을 받고, 태구는 이런 인물이고, 8부부터 나올 거고, 큰 트리트먼트는 이런 거라는 설명만 들었다. 거기에 마무리는 이렇게 가지 않을까, 하는 두루뭉술한 설정 안에 태구가 있었다. 그렇게 태구를 처음 만났는데, 알지 못하는 태구에 대한 궁금증보단 ‘보이스’의 1~4부까지 대본이 너무 훌륭했던 것이 컸다. 정말 재밌었다”

그렇다면 연기한 본인이 생각하는 ‘모태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재욱은 ‘신선한 캐릭터’라는 점을 1순위로 꼽았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싸이코적이고 잔인한 캐릭터의 탄생을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대답이었다.

“그동안 한국 작품에서는 나오지 않은 종류의 캐릭터라 신선했던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미 모태구라는 인물이 등장하기 전에 앞에 상황들이 나열돼 있었다. 다른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태구는 완성이 됐다. 감식반 사람들이 조사를 하면서 ‘급이 다른 또라이야’라고 얘기하거나, 인간적인 살해 현장이 아닌 인간이 아닌 생물이 저지른 것 같은 현장들이 비춰지면서 정말 무시무시한 인물이라는 게 깔린 상태에서 제가 등장했다. 그 도움이 컸다. 노력한 거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매력적으로 보인 건 그런 점들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김재욱이 ‘특별 출연’을 확정했다는 기사가 나고 시청자들은 방송 단 1회 만에 범인이 김재욱일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는 검은 우비를 제작할 당시 사이즈를 기밀로 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보안 아래 촬영했지만, 김재욱의 지인들 역시 모태구 등장 장면을 보자마자 그라고 확신했다.

“걷는 것만 봐도 다들 저인 것을 알더라. (웃음) 너무 너라고 걱정하더라. ‘괜찮은 거야?’라는 질문도 받았다. 저를 오래 본 사람들은 그 분위기, 움직임, 입모양만 봐도 다 달아서 1부 시작하자마자 너무 너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초반에 검은 우비의 정체가 누구냐고 추리하시는 시청자 분들이 관심이 내심 기뻤다. 대식이나 오대원일 것이라는 말도 많았고, 김재욱일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 토론들이 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 즐거웠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스릴러’에 도전하게 된 김재욱은 장르물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으로 ‘빠른 템포의 긴장감’을 꼽았다. 손에 땀을 쥐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인물들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들이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스릴러라서 가져갈 수 있는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찍는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지만, 스릴러가 가지고 가는 힘 중 가장 큰 게 빠른 편집과 전개다. 화면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 장치가 분명 있어야 하는 장르다. 연기뿐 아니라 그런 부분을 작품으로 완성 시키기 위해 촬영을 할 때 어떻게 하는지를 처음 접했다. 그런 기법이나 접근 방식들이 새롭고 재밌었다”



특히 ‘보이스’는 방송 중간 19금,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시청 등급이 재조정되면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김재욱은 이에 대해 솔직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처음부터 19 등급으로 갔으면 했던 바람이 있었다. 저는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주의다. ‘보이스’가 가지고 있는 극의 특성상 그런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 저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기준이 애매하다. TV가 관람 등급을 조정한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다. 그게 딜레마 같다”

모태구의 마지막은 다른 어떤 희생자보다 잔인했다. 정신병원 한 가운데에서 자신이 그동안 죽였던 모든 사람들에게 칼을 맞은 뒤 머리를 망치로 맞아 사망한다. 이 결말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모태구를 연기한 김재욱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분명 목적을 가지고 그 장면을 촬영했다.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저도 태구는 어영부영 보내면 안 된다는 부분에서 의견이 맞았다. 태구 같은 악인은 정말 속 시원하게 가는 걸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이 사건을 정확하게 끝내고 싶었고, 그건 경찰의 손도, 감옥에 가거나 정신병원에 가는 것으로도 해소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어느 정도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어 마치 자기가 지금까지 사냥한 모두에게 한 번에 그 원한을 받듯이 표현했다. 그렇게 살해 당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고 좋았다. 기분이 되게 묘했다. 늘 피를 뿌리는 입장이었는데, 제가 다 뒤집어 쓰니까. ‘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하고 느꼈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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