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현경 “‘피고인’ 출연은 믿을 수 없는 기회…한 발 내딛은 기분” [인터뷰]
- 입력 2017. 03.31. 14:12:01
- [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발랄하고 유쾌한 ‘해피투게더’ MC, 차갑고 도도한 ‘피고인’의 나연희. 어느 쪽이 진짜 엄현경의 모습과 가까울까. 정답은 전자였다. 나연희 캐릭터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밝은 미소가 넘쳐흐르는 그녀에게서 해피바이러스가 느껴졌다.
엄현경이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최수진 최창환 극본, 조영광 연출)에서 연기한 나연희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리고 청순한 외모 속에 뜨거운 욕망을 감춘 여인이다.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남자의 쌍둥이 형과의 결혼도 망설임 없는 인물이다.
현재 KBS2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 MC로 활약 중인 엄현경은 예능에서의 모습과 정반대되는 이미지를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여줄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첫 방송 후 그녀는 예능인이 아닌 나연희 그 자체가 됐다는 호평을 얻었다. 엄현경은 “감독님께 첫방 후 어땠냐고 여쭤봤다. 예능에서의 제 모습과 따로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더니 감독님은 ‘해투’를 못 봤다고 하시더라. 못 보셔서 저를 캐스팅하셨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 장르물을 좋아했던 엄현경에게 ‘피고인’ 출연은 믿을 수 없는 기회였다.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대본과 시놉시스를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내가 이 역할을 하는 게 맞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꼭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피고인’은 마지막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28%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러나 주인공 박정우(지성)가 번번히 악인 차민호(엄기준)에게 당하는 과정이 계속되며 ‘고구마 전개’라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엄현경은 “저는 드라마 안에 있는 인물이었고, 차민호와 공범 아닌 공범이었지 않나. 다른 분들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겠지만 저나 엄기준 선배는 해결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고구마라는 느낌은 잘 못 느꼈다”며 “대본이 너무 재미있고 훌륭한 선배님들이 출연하시지 않았나. 특히 지성 선배가 출연한 드라마 중에 재미없는 작품이 없었다. 시청률을 떠나 같이 한다는 것이 영광이었는데 시청률까지 잘 나와서 신기하다”고 밝혔다.
스토리상 만날 기회가 거의 없던 지성과는 촬영 후반부에야 만날 수 있었다. 엄현경은 지성에게 연희 역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지성 선배에게 연희 캐릭터에 대해 조언을 구했는데, 어렵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접해보고 따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네 것이 될 거라고 해주셨다. 정말 대단한 분이고 후배를 아낀다는 것을 느꼈다”고 선배 지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악역 아닌 악역 나연희는 차갑고 절제되며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다. 엄현경은 “연희와 저는 성격이 정반대다. 캐릭터에 빠져서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는데, 연희를 연기하면서는 힘들었다. 제가 연기력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투정부리고 엄마 말 안 듣는 악역을 연기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성숙해지는 악역을 한 것 같아요. 나연희는 좀 더 차분하고 성숙한 악역이라는 점이 달랐고, 연기하는 것도 달랐죠. 회상 신 외에는 소리 지르며 화내는 장면도 없어서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비록 회상 신이긴 했지만 소리를 질렀을 때 스태프 분들도 다 시원하다고 하셨어요.”
매주 토요일은 ‘해투’ 녹화가 있는 날이다. ‘피고인’ 촬영과 병행해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그녀는 “‘피고인’과 ‘해투’ 양쪽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제 컨디션을 신경써주시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했다.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엄현경은 ‘해투’ 멤버들이 ‘피고인’ 모니터링도 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오라버니들께서 모니터를 다 해주셨다. 바쁘셔서 드라마까지 챙겨볼 시간도 없으신데 모니터해서 이야기를 해주시는 게 정말 감동이었다”며 “유느님의 대단함을 매번 느낀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기 캐릭터 같다. 어쩜 후배들을 다 챙겨주고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박명수 오빠도 츤데레처럼 많이 챙겨주시고, 전현무, 조세호 오빠도 잘 챙겨준다”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그녀는 “‘해투’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길게 예능을 못했을 것”이라며 “MC들 중 유일한 연기자고 비예능인인데, 처음에는 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다. 도움이 되고 싶고 잘 해내고 싶었다. 안 해본 분야라 자책도 하고 그랬다. 그런 모습을 유재석 선배가 보시고 ‘그렇게 할 필요 없다, 어떻게 매일 웃기고 분위기가 좋을 수 있겠니’라며 부담 갖지 말라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방송된 KBS2 드라마 ‘다 잘 될 거야’에 함께 출연하며 우정을 쌓은 동료 배우들도 엄현경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녀는 “함께 출연한 분들이 다들 잘 돼서 좋다. 당시 KBS에서도 팀워크가 좋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로 친했다. (함께 출연한) 송재희 오빠, 최윤영과 지금도 제일 친하다. 한번만 (‘피고인’) 모니터링 해달라고, 자신 없다고 했는데 너무 친해서 그런지 욕과 함께 ‘괜찮은데 왜 그러냐’고 말해주더라. 위로를 많이 해줬다”며 “허정민 오빠랑도 친한데 요즘에는 ‘또 오해영’ 팀과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다.
아직 미혼인 엄현경은 이번 ‘피고인’까지 엄마 역할만 연달아 네 번을 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모성애를 느껴야 하는데 모르는 감정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러다 제가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에 뛰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슬펐다.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혼은 언제쯤 예상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20대 초반부터 빨리 결혼하고 싶었는데 서른이 넘으니까 집착을 버리게 되더라. 예전에는 일에 대한 야망보다 가정에 대한 야망이 크다고 말했었는데 이제 좀 내려놓게 됐다”며 “욕심 안 내고 시간에 맡겨볼까 한다”고 미소 지었다.
엄현경에게 ‘피고인’은 인생작으로 남을 작품일까. 그녀는 “인생작이 맞는 것 같다”고 답하며 “이전에는 ‘해투’로 많이 알아봐주셨다면 이제는 ‘피고인’으로 많이 알아봐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작품은 밝은 역할,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연기를 10년 동안 해왔는데, 지금까지 해온 것이 걸음마였다면 이제는 한 발을 내딛은 것 같아요. 차근차근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