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윤여정 김해숙, 중년배우 新항로 개척 ‘한계를 깨다’
입력 2017. 04.10. 11:40:53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배우 김영애가 지난 9일 췌장암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마지막까지 작품을 위해 현장에서 연기 투혼을 보여준 고인의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최근까지 고인은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새로운 중년 배우의 시대를 연 행보를 보였다.

1951년생인 김영애는 1947년생인 윤여정 1955년생인 김해숙 등과 함께 최근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배우로 대두됐다. 오랜 세월 쌓아온 탄탄한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력을 지녔다는 것 이외에도 이들은 기존의 중년 여배우의 활동 범위가 갖는 틀을 깨는 배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은 우리네 어머니 역을 맡아 절절한 모정이 느껴지는 연기로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당당히 전면에 나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보다는 다양한 변신의 기회가 많은 영화에서 그 같은 모습을 보였다.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배우의 역량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윤여정은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에 출연 중이다. 패션 감각, 애티튜드 등에서 젊은 감성이 돋보이는 그녀이기에 젊은 세대가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난해에는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 등 주연 영화 두 편이 개봉됐다. ‘계춘할망’에서 손녀를 둔 할머니를 연기, 김고은과 호흡을 맞춰 감동을 주는가 하면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 ‘박카스 할머니’ 역을 맡아 담담하게 노년의 일상을 연기했다. 1년에 주연을 맡은 두 편의 영화가 개봉돼 상반되는 두 배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젊은 배우 부럽지 않은 행보다.

최근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네 자녀를 둔 엄마 나영실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찾는 김해숙은 영화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에서 섬뜩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에서는 ‘씹던껌’ 역을 맡아 젊은 세대에게도 통하는 캐릭터를 보여줬다. 중년여배우의 한계를 깬 그녀는 최근에도 개봉을 앞둔 굵직한 영화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김영애는 지난해 영화 ‘판도라’에서 자식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온 어머니의 모성애를 보여줬다. ‘인천상륙작전’에서는 국수장사 나정님 역으로 특별출연하기도 하는 등 굵직한 영화에서 배역을 가리지 않는 깨어있는 모습으로 중년 여배우의 새 장을 여는데 기여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는 악행을 지시하는 표독스러운 인물을 연기, 자유자재로 연기 변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카트’(2014)에서는 마트 청소부 역을 맡아 ‘을’의 입장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연기하며 관객의 가슴을 울컥하게 했고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 앞서 ‘변호인’(2013)에서 역시 가슴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주며 1000만 관객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2009년 ‘애자’에서는 최강희와 호흡을 맞춰 관객의 공감과 웃음 눈물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허삼관’ ‘현기증’ ‘우리는 형제입니다’ ‘실연의 달콤함’ 등 그녀가 출연한 많은 영화가 고인이 췌장암 선고를 받은 2012년 이후 개봉됐다.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에서도 꾸준히 활동했다. ‘메디컬 탑팀’(2013) ‘미녀의 탄생’(2014) ‘킬미, 힐미’(2015) ‘마녀보감’ ‘닥터스’(2016)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원숙함이 느껴지는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영애는 46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하던 당시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선고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주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이렇듯 고인은 보는 이의 마음을 뜨겁고 아리게 만드는 우리네 어머니,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모습과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배역을 오가는 배우로 대중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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