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컬렉션 뷰티의 역사’ 오민, ‘프로페셔널’ 뷰티 디렉터의 길 [인터뷰]
입력 2017. 04.14. 14:28:07
[매경닷컴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한국 백스테이지 뷰티의 산증인 오민 대표를 만났다.

1980년대부터 2017년까지 약 4200회 정도 쇼를 진행하며 대한민국 패션의 발전과 함께 걸어온 오민 대표. 백스테이지가 없던 시절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된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까지 그동안 무대 뒤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헤라패션위크가 외신이 주목하는 K 뷰티의 트렌드 리포트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점점 높아지는 K 뷰티 위상 속에는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난 아직도 관계자들에게 ‘협업의 개념’을 강조한다. 헤어 디자이너는 협업의 개념이지 존속의 개념이 아니다. 1980~90년도에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무료로 협찬을 해준다는 업체와 개런티를 받겠다는 팀이 갈렸다. 그러던 중 개런티를 받는 팀의 가치를 더 존중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료로 일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오너가 와서 공짜로 일을 하는데 스텝들에 대한 대우를 바라면 안 된다. 우리 팀과 오랫동안 일해오던 스텝들은 서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외 컬렉션에 초대되기도 한다.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니까 그렇게 일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 패션 디자이너와 헤어 디자이너는 철저한 존속의 관계였다. 실제 아직 몇몇 오프쇼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과거 모델들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살롱에서 받고 왔기 때문에 무대 콘셉트가 없었다. 1세대 디자이너가 헤어 디자이너에게 원하는 것은 생각을 대신해주는 ‘존속’ 또는 ‘제공자’ 개념이었다.

“한국에서 프렌차이즈가 발전하고 있을 때 어떤 매체에서는 나를 ‘미용계의 이단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용인들이 ‘왜 백에 가서 머리를 해야 하냐’고 질문을 할 때였다. 해외 경험이 있는 김동수를 비롯한 몇몇 디자이너들은 일찌감치 백스테이지가 있는 것을 알았다. 무보수로 일하는 팀이 많았던 시절에 게런티를 받고 들어왔던 팀은 우리가 최초였다”

오 대표의 활약상 덕분에 그에게 ‘프로페셔널’과 ‘개발자’라는 수식어가 따라왔다. 실제 그는 콘셉트 단계부터 마지막 본쇼까지 총 5번의 미팅을 통해 완벽한 협업자로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많은 일들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백스테이지에 로고를 걸기 위해 사비로 꾸미기도 했다. 내가 일하는 자리만큼은 깨끗해야 된다는 게 나의 철칙이다. 먼저 백스테이지에 음식물이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음료수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먹으면 결국 치우는 게 전부 우리 일이더라. 그래서 나는 스텝들이 헤어 메이크업하는 자리에서 식음료를 먹지 못하게 한다. 이런 것들이 작지만 전부 백스테이지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외신이 와서 촬영했을 때에도 훨씬 더 무게감이 있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패션위크의 발전과 함께 백스테이지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듯 패션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론트로우 역시 달라졌다. 과거 셀럽들이 100자리에 전부 앉았다고 한다면 현재는 바이어와 주최 측의 자리로 채워지고 있다. 좌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셀럽은 더욱 디자이너의 입맛에 따라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셀럽들은 자기 스타일을 입었다면 현세대 셀럽들은 디자이너가 보내주는 옷과 헤어와 메이크업을 한다. 서울패션위크가 세계 5대 컬렉션으로 나가는 과정 속에서 셀럽이 뷰티 트렌드를 이끌어간다는 개념이 아닌 트렌드를 받는 입장이라는 점이 달라졌다”

실제 국내외를 통해 여러 피드백이 오고 있어 곧 헤라패션위크가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보인다. 장 폴 고티에는 U핀으로 일일이 잡아서 자글자글한 웨이브 머리를 만드는 오민 대표에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모델의 헤어스타일링을 할 수 있느나, 모델이 참을 수 있느냐”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일본이 더 섬세할 줄 알았는데 훨씬 섬세하게 했다”는 극찬까지 얻어냈다는 그는 곧 대한민국 뷰티계의 자랑이다.

“컬렉션이 끝나면 거꾸로 해외에서 메이크업이나 헤어 팁을 달라고 문의가 오기도 한다고 들었다. 한국 뷰티 트렌드가 미주까지는 아니지만 꽤 선호되고 있는 듯하다. 외국 살롱에서 역으로 제안을 주시거나 전반적인 컬렉션 뷰티팁을 달라고 한다. 아주 좋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뷰티 디렉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그는 화려한 이력에 비해 상업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의외로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좋은 제품을 오민이 만들었다는 타이틀을 얻어내 싶은 게 그의 큰 꿈이라고. “좋은 컬래버레이션 제안이 온다면 제 제품을 개발해보고 싶고. 미용인보다는 아직 제작자로 남고 싶다. 아시아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쪽으로 제품의 스토리텔링을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 대표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믿음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 뷰티 박물관 만들고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 물론 할 수 있을 때까지 현장에서 트렌드를 개발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디자이너나 모델들에게도 감사하다. 뷰티계 아모레퍼시픽 역시 미용인들의 위상을 디자이너에게 완벽하게 바꿔줬다. 이분들과 함께 스폰서를 할 수 있는 수준이고 협업자이자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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