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쎈여자 도봉순’ 장미관 “김장현, 연기하는 저도 이해할 수 없었죠” [인터뷰①]
- 입력 2017. 04.19. 12:15:08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드라마가 끝난 것, 제 연기. 다 너무 아쉽죠. 근데 다시 한다고 그보다 좋은 연기가 나올 것 같진 않아요”
브라운관 첫 데뷔작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김장현 역을 맡아 열연한 장미관의 말이다. 그는 운동선수로 시작해 모델이 되고,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그의 집념은 ‘힘쎈여자 도봉순’ 속 악역을 성공적으로 그리는데 가장 큰 시너지로 작용했다.
지난 17일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연출 이형민, 극본 백미경)에서 범인 김장현 역을 맡아 열연한 장미관이 시크뉴스를 찾았다. 극중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는 역할을 소화한 것과 달리 차분하고 침착한 대답으로 유연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15일 종영한 ‘힘쎔여자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이 똘끼충만한 게임 회사 CEO 안민혁(박형식)과 열혈 형사 인국두(지수)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장미관은 도봉구 도봉동에서 일어나는 연쇄납치사건의 범인 김장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장현은 어릴 적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여성 혐오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납치한 여성을 감금하고 자신이 원하는 몸매가 될 때까지 밥을 굶긴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들에게 희열을 느끼며 연극 ‘푸른 수염과 7인의 신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후 오디션을 보러 갔을 당시 감독과 먼저 만난 장미관은 일찌감치 감독의 눈에 들었다. 다음에 보게 될 작가와의 오디션에서 쓸 수 있는 여러 소스를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나리오 속 장현은 장미관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감독이 시키는 그대로를 이행하는 것이 최선의 오디션 방법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이해가 안 됐다.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 속에 있는 스릴러다 보니까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인물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것들도 지금까지 한 것보다 벅차고, 힘들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황스러웠고 부담도 컸다. 하지만 감독님이 요구하고 시키시는 것들을 최대한 이행하다 보니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조금씩 다음 작가님 오디션을 보기 위해 소스를 주셨다. 작가님을 만났을 땐 행동, 언어적인 부분들을 더 과장되게 연기했다. 그런 저의 모습을 잘 봐주신 작가님과 감독님 덕붙에 합류할 수 있었다”
드라마가 시작한 후 시청자들은 김장현 캐릭터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 탄탄하고 체계적으로 그 인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보는 이들의 눈에는 무조건적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이상한 인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장미관 역이 이런 캐릭터를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매했던 게 김장현에 대한 과거 작업을 하면서 여성혐오자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었다. 틀을 잡을 수 있었던 게 엄마에 대한 폭력, 여자에 대한 상처, 학교 폭력의 피해자까지 딱 세 가지가 있었다. 어떤 분들은 ‘돈은 어디서 나온 거냐’라고 하셨는데, 집은 부자다.(웃음) 자라 오면서 폐차장이라는 거짓 가면을 쓰고 판타지적 사이코가 된 것 같다. ‘푸른 수염과 7인의 신부’라는 연극을 현실화 시키는 캐릭터고 사실 장현은 살인이 아니라 사육인 거다. 그러다 보니까 작가님이 주신 소스가 ‘아메리칸 사이코’ 속 크리스찬 베일이 했던, 나를 신으로 여기고 찬양하는, 카타르시스적인 게 많은 캐릭터였다”
처음 브라운관 연기에 도전하는 장미관에겐 현장도 어려움 투성이었지만, 무엇보다 김장현이라는 인물이 가진 폭력성을 그대로 연기하는 것이 고된 숙제였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기하고, 연습하는 것만이 그가 살 수 있는 길이었지만 일상 속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캐릭터 장현의 ‘나쁜 생각’까지는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시작하고 나서는 다 힘들었다. 여성에 대한 언어적인 폭력, 행동적인 것들도 되게 쉽지가 않았다. 진짜로 한다는 게 잘 안 되더라. 욕을 한다고 ‘하는 척’을 하는 건 사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연습하면서 차이를 많이 느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제가 몽둥이도 만들고, 나무 판떼기를 갖다 놓고 때리는 연습을 했다. 그 연습을 하는 시간 동안은 불을 다 꺼놨다. 어둠 속에서 조명 하나 켜놓고 연습을 했고, 촬영장에서도 시작 전에는 무기 들고 감정을 끌어올리곤 했다. 사실 ‘나쁜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저도 그냥 밤에만 다니게 되고, 사이코패스류의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이번 작품에서 장미관과 가장 길게 호흡을 맞춘 배우는 바로 박보영이었다. 실제로 동갑인 두 사람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주고 받는 조언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동갑인데, 존칭을 하면서 가깝게 지냈다. 매 장면마다 소스를 정말 많이 줬다.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고 아무래도 드라마의 주인공이니까 제가 그만큼 또 많이 물어봤다. 감정 연기가 많다 보니까 조금 무거운 부분들이 있었고, 현장에서의 기술이나 테크닉 연기를 잘 몰랐는데 보영 씨 덕분에 많이 배웠다. 제가 실수를 해도 잘 받아주셔서 NG가 거의 없었다. 특히 형식이나 지수, 다 같이 촬영을 하면 저희 것까지 다 체크를 한다. 무서울 정도로 하나하나 놓치는 부분이 없는 배우다. 정말 ‘완벽하다’는 말만 나온다”
사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스릴러의 탈을 쓴 로맨스 드라마다. 모든 배우들이 빛 아래에서 촬영할 때 홀로 어두운 폐차장이나 감옥과도 같은 밀실에서 촬영해야 했다. 장미관은 홀로 김장현을 연기하면서 외로움과 싸워야 했고, 실제로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 같이 촬영할 때는 정말 좋았다. 저는 밝은 곳에 있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지만, ‘이렇게 밝구나’ 싶더라. 그들이 되게 부러웠다. 이 작품은 사실 범인 역할이 아니고 아직 작은 역이라도 어떤 것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 거 하면서 되게 여유가 없다가 만나서 같이 촬영하는 거 보면 너무 밝고, 너무 달달하다. 장난도 많이 칠 수 있고, 농담도 하고. 보기 좋더라. 저는 조명이 없어야 하는데, 밝게 연기하는 거 보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평범하고 밝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보영, 박형식, 지수를 만나 즐거운 촬영장을 경험한 데뷔작 ‘힘쎈여자 도봉순’은 워낙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고, 장미관 본인이 연기한 김장현 역시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본인이 갖는 드라마에 대한 의미는 정말 남달랐다.
“저희 다 그랬지만,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첫 작품인데, 이렇게 의미 있는 역할로 잘 돼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나도 ‘힘쎈여자 도봉순’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했다. 입수도 하고, 실리콘 가면도 쓰고, 원빈 선배님도 따라해 보고, 사격도 하고. 의사, 대리기사, 폐차장 사장 역할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제일 운이 좋았던 작품이 될 것 같다. 저에게 첫 작품이자 스타트가 되면서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최고의 작품은 ‘힘쎈여자 도봉순’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