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vs 배우, 박보영이 ‘과속스캔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인터뷰②]
- 입력 2017. 04.20. 10:46:08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과속스캔들’ 정점, 하지만 그때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박보영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종횡무진하며 사랑스럽고 러블리한 매력을 뿜어내는 배우 박보영은 지금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고 있었다.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연출 이형민, 극본 백미경)에서 도봉순 역으로 열연한 박보영을 19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났다.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여자 도봉순을 연기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애교 넘치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그녀. 정작 본인은 “애교 하나도 없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이 세상 어디에도 본 적 없는 똘끼충만한 안민혁(박형식)과 정의감에 불타는 인국두(지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힘겨루기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JTBC ‘욱씨남정기’로 이미 코믹 연출에 정평이 났던 이형민 PD와 ‘사랑하는 은동아’로 감성적인 멜로 드라마를 보여준 백미경 작가가 의기투합, 최종회 시청률 9%, 최고 시청률 9.6%까지 올라간 ‘힘쎈여자 도봉순’은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 역사를 다시 썼다.
인기 감독, 작가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이 인기의 배경에는 박보영과 박형식의 빛나는 케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도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보는 이들이 더 행복한 달달하고 에너지 넘치는 커플 케미를 만들었다.
“형식 씨와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성격 자체가 워낙 구김살이 없고, 친화력이 좋다. 많은 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저희는 연습을 워낙 많이 했다. 리허설을 쉼 없이 계속한다. 오디오 감독님들이 ‘제발 그만 좀 해’ ‘좀 쉬어’라고 하실 정도로 했다. 달달한 건 형식 씨가 참 잘해줬다. 저는 잘 못 한다. ‘자기야’ 같은 것들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민혁 씨’로 하겠다고 부탁하기도 했다.(웃음) 형식 씨는 에너지가 너무 좋다. 끝에는 ‘너는 안 지쳐? 안 힘들어?’라고 물었을 정도다”
박보영은 박형식, 지수와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지수는 형식과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을 가진 지수가 실제로도 극 중 인국두처럼 ‘상남자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국두는 진짜 엉뚱하고, 귀엽다. 되게 상남자다. 지수랑 국두랑 참 잘 맞는다고 느낀 게, 말투 자체부터 이미 국두다. ‘누나는 어떻게 매일 이렇게 촬영하십니까?’ 이렇게 묻는다. 한 번은 제가 촬영을 하다 지수가 제 앞에서 빠지고, 저는 계속 찍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서 갑자기 ‘빡’하는 소리가 나는 거다. 그래서 봤더니 지수가 가다가 전봇대에 부딪혔는데, 누나가 찍고 있으니까 아프다는 소리도 안 내고 꾹 참고 있더라. 생일 선물을 챙겼을 땐 ‘누나, 정말 이 은혜를 잊지 않을게요. 간직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 정말 준비된 것 같은 말들을 한다. 지수만의 매력인 것 같다”
그렇다면 박보영이 본 ‘도봉순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녀는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힘을 가진 봉순이 정의를 위해 싸우고,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모습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봉순이의 매력은 오돌뼈 선배님한테 하는 모습에서 딱 나오는 것 같다. 약자에게 강하지 않고, 강자에게 강한 모습. ‘네가 힘으로 날 눌러? 난 너를 더 누를 수 있어!’ 이런 느낌이다. 절대 주눅 들지 않는다.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 봉순이 캐릭터에 대리 만족했다. 소방차 길을 터주는 에피소드나, 리어카 끌어주고, 바바리맨도 물리쳐 주고. 지하철 추행범 잡는 것들? 제가 항상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드라마 안에서는 다 했다. 멜로, 코미디, 액션, 가족 드라마까지. 너무 재밌었지만, ‘다음에는 욕심을 좀 버려야지’ 생각했다.(웃음)”
도봉순이 아닌 박보영이라면 안민혁과 인국두 중 누굴 택할 것이냐는 질문엔 독특한 대답이 돌아왔다. 박보영은 “둘 다 정신건강이 올바른 친구라서”라며 자신의 이상형을 공개했다.
“사실 둘 다 정신건강이 올바른 친구여서 좋다. 지금은 약간 정신이 올바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제 개인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는 사람이나 그에 대한 환상, 바람이다.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아, 진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것, 진짜 그렇다고 느꼈다. 국두도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뽀블리’라는 호칭으로 더 유명한 박보영. 본인 스스로는 오히려 이 애칭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 자신이 이런 말과 전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이 그런 것인가에 대한 괴리감 마저 느꼈다고 고백했다
“‘뽀블리’라는 것에는 항상 의문점을 갖고 있다. 왜 이렇게 생각하시는 걸까. 저는 처음에 대중 분들에게 저라는 사람을 알린 작품이 영화 ‘과속스캔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영화에서 저는 미혼모였다. 내 아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에 사랑스러운 모습보단 억척스러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렸다. ‘늑대소년’의 경우 병약하고 까칠한 이미지였고 ‘피끓는 청춘’은 심지어 일진이었다. 항상 사랑스러운 역할은 안 했는데, 저를 너무 밝게만 생각하셔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작품이 tvN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 나봉선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너무 많이 좋아해 주시고, 내가 이걸 벗어나고, 버리려고 하는 것보단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대중들이 원하는 저와 제가 원하는 제가 적절하게 잘 섞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없이 사랑스러울 것만 같은 박보영이지만, 스스로는 본인이 자존감이 낮은 배우라고 설명했다. 항상 주변의 눈치를 보고, 나에게 실망할까 두렵고. 심지어 NG를 내면 ‘내 연기에 저들이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부터 앞섰다.
“요즘 저는 너무 혼란스러운 상태다. 제 자신을 못 믿는 것 같다.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면서 느낀 건, 저도 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는 거다. 눈치를 많이 보고, 생각과 걱정이 많다. 올해의 목표가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자’였을 정도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건 진짜라고 생각을 안 한다. 그냥 저를 만났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고, 고치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된다. 해결책을 찾고 싶은데, 아직은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이러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그녀는 자신의 연기적인 한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 마른 몸, 작은 키가 주는 캐릭터들은 한계가 있었고, 절대적으로 섹시나 카리스마 있는 역할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인지했다.
“한계는 확실하게 느낀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는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갑자기 성형수술을 해서 화려한 얼굴이 되어 나타나거나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서 키가 10cm가 크지 않는 이상은.(웃음) 그렇게 된다면 시도할 수 있겠지만, 제가 가진 외관이 변할 수는 없지 않냐. 하면서 저도 불편한 연기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가끔 화보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거나 할 때 정말 어려운데, 집에서 혼자 시도해도 너무 어렵더라”
영화 ‘과속스캔들’이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고, 박보영은 순식간에 인기 스타가 됐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본인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저는 그때 이후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다. 인간 박보영과 배우 박보영, 그 사이에 위치한 그녀는 끊임없이 갈등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가끔 너무 힘들 땐 ‘과속스캔들’이 끝난 이후를 생각한다. 당시 소속사 문제도 있었고 ‘왜 연기가 재밌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재미가 없지? 왜 힘들지?’라는 고민이 들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한강 다리가 있는데, 거기 가서 정말 펑펑 울었었다. 가끔 그 감정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면 그곳을 찾는다. 그럼 정말 감사한 기분이 많이 들더라. 저는 항상 자의든 타의든 일을 하고 못하고는 내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작품이 마지막 작품처럼 감사하다. 그렇다고 ‘과속스캔들’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힘쎈여자 도봉순’ 전이 가장 좋았다. 일을 하는 박보영의 삶과 스물여덟 박보영의 삶이 조화롭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불편해지면 어느 한쪽을 접어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