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칼럼] ‘톱스타병’ 걸린 뷰티 유튜버, 희소가치 상실한 유가 광고판
입력 2017. 04.24. 16:42:54
[시크뉴스 이상지 뷰티칼럼] 최근 일부 뷰티 유튜버들이 톱스타조차도 요구하지 않는 대우를 바라는 행동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J E&M의 ‘다이아 티비’ 소속 씬님 급의 인기 유튜버들이 행사에 2000~3000만원 가량의 거액을 받고 거마비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세를 앞세워 톱스타급의 대우를 받는 이들의 시장 비용이 제대로 측정된 것인가에 의문을 던지는 뷰티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뷰티 브랜드 홍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유튜버들을 활용해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기도 했으나 올해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컨트롤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상 1건당 2회 수정’이라는 조건을 먼저 건다”며 계약이 이뤄지기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1인 미디어를 통해 ‘엔터테이너’ ‘메이크업 마니아’ ‘브랜드의 홍보 모델’ 그 중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뷰티 유튜버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 전달보다는 감각을 앞세우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밖에 없다. ‘티 안 나는’ 협찬이 넘쳐나는 각종 브랜드의 PPL과 홍보성 영상들을 우후죽순 생산해내며 소비자들을 과잉 광고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들의 장점인 통통 튀는 ‘개성’ 조차도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홍보하는 뷰티 유튜버들이 그 수식어에 어울리는 자질을 지니고 있는가에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유명세를 앞세운 일부 뷰티 유튜버들에게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합당한지 의문에 시각을 던지고 있는 것. 사실상 뷰티에 대한 거의 모든 콘텐츠를 먼저 접하는 기자들이나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비교해봤을 때 이들의 정보력은 주관적인 리뷰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하루에 10명~20명의 메이크업을 담당한다. 살롱의 아티스트는 2~3년간 도제식 시스템 아래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비로소 디자이너라는 명찰을 달게 된다. 현장에서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전문가들과 비교했을 때 객관적 검증 기준으로 유튜버들의 경험치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그들에게 ‘크리에이터’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크리에이터’는 우리나라 말로 ‘창작자’를 뜻한다. 새롭고 예술적이며 동시에 스토리텔링이 담겨있고 감동을 선사하는 수준의 메이크업을 하려면 단순한 손재주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 전반을 읽는 대중적인 눈과 함께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까지 갖춰야 비로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업계에서 누구나가 인정하는 실력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유튜버 가운데 국내에서 아직까지 그런 인물은 없다.

‘1인 청년 사업가’로 나선 이들의 사업적인 성과도 재고해볼 문제다. 정샘물이나 박태윤처럼 마케팅이 가능한 정도의 인프라와 플랫폼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의 경력과 사업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여러 뷰티 유튜버들은 에이전시 회사를 선택하지만 오히려 말썽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업계 전반의 시스템을 모르는 일부 신생 에이전시 회사에서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매체에 ‘갑질’ 논란을 일으킬만한 행태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는 뷰티엔터테인먼트 레페리에 레오제이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회사 관계자는 “유가가 아니면 진행하기 어렵다. 인기 유튜버의 경우 인터뷰마다 금액이 측정되어 있다”며 “레오제이 급의 인기 유튜버들은 화보의 경우 유가로 진행하며 온라인은 무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미 TV나 잡지에 출연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엔터테인먼트의 시스템 안에서 1인 기업을 어떻게 융화할 것인가는 업계 전반의 고민이다.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들과 함께 수준급의 콘텐츠를 기획하려는 기획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움직이는 이들과 일하고 싶지 않아 하는 제작자 또한 많아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점이다.

지난해까지 다수의 뷰티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뷰티 유튜버들을 게스트로 초빙해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또한 대기업의 상품 개발자들이 이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하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규모 있는 뷰티엑스포에서는 자체적으로 이들을 위한 메이크업 쇼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연예인이나 SNS 스타 등으로 대체하는 분위기이다.

여러 방송사, 매체, 엔터테인먼트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MCN 사업이 많아지면서 1인 방송인에 대한 희소성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뷰스타까지 가세해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1인 미디어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대체할만한 인력이 시장에 많아졌다.

많은 기업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을 이끌어 오는 것처럼 1인 기업인 유튜버들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브랜드가 가진 사업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면 경쟁에서 낙오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기나 유명세에 취해 잘못된 선택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스타들의 사례는 이미 연예계에 수두룩하다.

1인 기업과 스타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뷰티 유튜버들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잠깐 뜨고 지는 스타’로 대중의 기억에 남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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