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시민’이 암시한 대선 바로보기 ‘조작된 어리석음과 능청’ [영화톡]
- 입력 2017. 04.26. 10:42:29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영화 '특별시민'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초등학생이라고 표현하고,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후보로 인정할 수 없으니 얼굴을 보지 않겠다며 응수하는 등 그들의 화려한 학력과 이력을 무색하게 했다. 그런가하면 문재인 후보는 단답형의 대답으로 일관하며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은근슬쩍 내비치는 등 실망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난 25일 진행된 ‘JTBC 대선토론’은 급기야 대선후보가 아닌 손석희가 더 주목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 때마다 유권자인 국민은 대부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치인들의 ‘비엘리트적 행태’에 의문을 감추지 못한다.
대선토론은 결국 유권자들인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했다. 믿음에 대한 배신은 탄핵으로 청와대를 떠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실망감만큼이나 컸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 ‘특별시민’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선거판의 치졸한 생태계를 날것 그대로 그려낸다.
이 영화는 다이나믹 듀오의 공연과 함께 선거판이 쇼 비즈니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시작한다. 능청스러운 랩으로 다이나믹 듀오와 트리플 합을 맞춘 변종구(최민식)는 노동자 출신 국선 변호사로 서울시장 자리를 8년째 지킨 ‘서민들의 시장’이다.
청년들의 아픔에 동감하고 서민들의 박탈감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보수’ 변종구는 화면이 바뀌는 순간 금방 역한 비린내 나는 정치인으로 돌변한다. ‘어리석은’ 유권자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그는 실상 킹메이커 심혁수에게 명줄이 걸린 꼭두각시지만, 그의 비릿한 이력만큼이나 강한 생존본능으로 심혁수의 명줄을 역으로 틀어쥐고 가족들마저 사지로 내몰며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진실 ‘당선’을 향해 직진한다.
변종구와 대립하던 당내 대표는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 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를 쥔 사람이 사라졌음에도 변종구의 정치적 거래를 받아들임으로써 밝혀져야 할 진짜 진실을 잠시 묻어둔다.
이 영화는 보수와 진부로 나뉜 선거판을 배경으로 하되 어느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 진보를 내세우는 후보는 실상 단일화를 내세워 뒷거래를 하고, 여성 대표 주자로 나선 후보는 여자라는 점을 이용해 선정적인 여론몰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세 명, 이들이 유일하게 바라고 인정하는 진실인 당선을 위해 그들은 스스로를 어리석게 포장하고 능청스럽게 상황상황에 대처한다.
그들의 비엘리트적 행동 뒤에는 소시오패스보다 더 극악한 범죄 본능이 깔려있음을 이 영화는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변종구 선거팀 홍보담당 박경(심은경)이 “진실하게 소통하세요.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이 옵니다”라며 변종구에게 던진 충언은 영화가 상영된 지 채 5분 안 돼 공중으로 사라지고 심제이(문소리)의 “이 판에 틀리고 맞고가 어딨니”라는 말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정치인들이 대중 앞에서 보이는 어눌한 미소 속에 유권자인 우리가 알아야한 진짜 진실이 다 숨겨져 있다. 그들의 친숙함을 넘어서는 능청과 상식을 벗어난 어리석은 행동 뒤에는 ‘유권자 눈높이 맞추기’라는 무서운 전략이 숨겨져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밀려오는 허무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결국 하나였다는 결국 누구를 뽑아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는 무서운 선거판의 진실은 영화가 남긴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특별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