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킴’ 김민주, 예술과 디자인 경계에 선 ‘패션 크리에이터’ [SFW OFF 인터뷰]
- 입력 2017. 04.28. 18:47:35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낯설지만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신비한 마력. ‘민주킴(MINJUKIM)’의 옷들에는 이 같은 낯선 듯 친근함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민주킴' 디자이너 김민주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 기간 중인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좁디좁은 뒷골목에 위치한 일제강점기를 연상하게 하는 고택 인테리어의 커피 한약방을 전시장으로 택한 민주킴은 그곳에 자신을 괴롭히던 악몽을 컬렉션으로 펼쳐냈다.
#1. 패션 디자이너가 된 파인아트 지망생
민주킴은 매 시즌 마치 전혀 다른 브랜드를 론칭하 듯 새로운 컬렉션을 쏟아낸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일반적인 디자인 작업은 소재와 디자인를 보드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저는 그림을 그리는 데만 한 달이 걸려요”라며 예상치 않은 ‘그림’이라는 단어를 툭 내뱉었다.
민주킴은 매 시즌 전혀 다른 컬렉션이 전개되지만, 컬렉션 전체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집 같은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2015년 FW 컬렉션을 준비할 때는 여자 영웅, 히로인(heroine)에 빠졌었어요. 그런 생각들을 머리에 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요.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그래픽으로 소재에 적용하면서 하나씩 옷으로 표현해나가죠”라며 그림에 대한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민주킴의 그림은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 스케치 수준을 넘어선다. 채색 작업을 거쳐 마무리된 그림들은 독립된 책으로 출간해도 될 만큼 완성도 높은 스토리 북을 보는 듯하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마치 구연동화가처럼 설명하는 디자이너 김민주를 보고 있으면 팀 버튼만큼이나 상상을 뒤엎는 작품을 쏟아내는 애니메이션 작가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이처럼 디자인 작업을 그림에서 출발하는 그녀만의 방식에는 파인아트(fine art)를 꿈꿨던 10대의 바람이 담겨 있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뉴질랜드 유학 시절 내내 준비했던 파인아트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계획을 틀었다. 결국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패션 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패션 디파트먼트에 입학하면서 패션 디자이너라는 예상치 않았던 수식어를 달게 됐다.
#2. 크리에이터에 대한 열망을 갖고 선택한 ‘민주킴’
김민주 디자이너는 2015년 FW 컬렉션을 시작으로 3년 차를 맞는 신인이지만, 왕립예술학교 재학 중인 3학년 때 ‘2013 H&M 디자인 어워즈’ 우승자로 신고식을 치르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뎠다. 연 이어 마스터 과정에서 오프닝 세레머니(opening ceremony)가 진행하는 도시 프로젝트 디자이너에 선정돼 졸업 작품 옷들을 판매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런 뜻하지 않는 기회가 계속되면서 졸업도 하기 전에 자신의 컬렉션을 두 번 론칭한 이력을 갖게 됐다.
이어 졸업과 동시에 ‘LVMH 프라이즈(LVMH PRIZE)’의 ‘2014 영 패션 디자이너’ 세미 파이널리스트(semi-finalist) 3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돼 학교 졸업과 동시에 기성 디자이너 수준의 이력을 갖게 됐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보낸 시기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죠. 거기서 제 캐릭터를 발견했고, 패션이 재미있어졌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학교를 방문했던 오프닝 세레모니 CEO이자 겐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움베로토 레온(Humberto Leon)이 그녀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할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뉴욕으로 가기로 결정된 마지막 순간에 움베르토 레온의 제안을 포기하고 ‘민주킴’의 오너 디자이너라는 쉽지 않을 길을 택했다.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후회요? 후회하죠. 그럼요”라며 “그런데 선택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루이비통 컨설턴트 줄리 길하트(JULIE GILHART)를 알게 됐는데 그분이 결정적인 말을 해주셨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 돼’라고. 제 컬렉션 다 보고 ‘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라며 진지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한참 ‘병맛’일 때 빨리해야지. 회사를 간다거나 어디서 다듬어져 버리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라고 솔직담백한 답변을 던지며 유쾌하게 웃었다.
#3. 삼청동에서 출발한 ‘민주킴’ 디자이너 김민주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다양한 이력을 쌓은 김민주 디자이너가 ‘민주킴’을 론칭한 곳은 영국 런던이다. 패션 스카우트의 지원을 받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원스 투 워치(ONES TO WATCH)’에 참가하면서 ‘민주킴’ 2015년 FW 컬렉션으로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 오프쇼
그러나 결국 그녀는 ‘민주킴’ 브랜드와 함께 한국으로 귀국해 서울 삼청동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앤트워프에서 자리 잡고 싶었어요. 거기서 졸업했고 앤트워프 디자이너들하고 섞이고 싶었죠”라며 당시 갈등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실상 비즈니스로 시작하면서 생산한다거나 샘플을 만든다거나 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죠. 그래서 마음을 바로 접었어요. 원하는 게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한국으로 들어왔죠”라며 한국 디자이너로 유럽 현지에서 활동하기 녹록지 않았던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10대와 20대를 보낸 그녀에게 한국은 오랜만에 느끼는 ‘내거’라는 느낌을 줬고 자신의 브랜드 ‘민주킴’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됐다.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디자인 작업에만 몰두하는 디자이너에게 한국이라는 곳이 막막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에 그녀는 “사실 판매 쪽으로는 아예 국내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위탁 판매는 선택지에 두지 않았으니까. 그냥 삼청동 안에서 작업하는 게 중요했어요. 좋아하는 게 워낙 명확해서 제가 있는 곳이 유럽이든 서울이든 그게 어느 나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라며 안식처이자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주는 삼청동이라는 공간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말했다.
‘민주킴’은 파리와 일본 쇼룸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한다. 또 올해는 중국 상하이패션위크에 참가해 중국 시장을 본격 타진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하이엔드 편집숍 분더샵 청담점에서 판매되고 있고, 4월 한 달간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GDS 팝업스토어에 전시 판매되기도 했다.
민주킴은 기업이 아닌 디자이너 김민주 개인의 에너지가 응축돼있다. 크리에이터로서 열망을 감추지 않지만, 그렇다고 유통망처럼 자신이 손 델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이 같은 크리에이터로서 그녀의 자신감과 오너 디자이너로서 현실감이 ‘민주킴’의 럭셔리 유니크가 손상되지 않는 이유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민주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