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립군’ 여진구, 잘 자란 ‘진구오빠’ “믿고 보는 배우 되고 싶죠” [인터뷰]
- 입력 2017. 05.24. 18:13:43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전작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해왔던 연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어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돼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바람직한 성장을 하고 있는 배우 여진구에게 영화 ‘대립군’은 값진 도전이었다. 선례가 부족했던 캐릭터를 스스로 연구하며 만들어낸 그는 연기에서만큼은 결코 어리지 않았다.
지난 23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여진구가 영화 ‘대립군’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시크뉴스와 만났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한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여진구는 광해 역을 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둔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여진구 역시 ‘대립군’에서의 자신의 연기에 많은 아쉬움을 보였다.
“어제 영화를 보는데 객관적으로 못 보겠더라. 계속 제 연기를 보면서 내 연기가 이땐 이랬고 저땐 저랬고 이런 걸 신경쓰다보니 좀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 여쭤볼 때마다 좋았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인조반정으로 폐위돼 ‘실패한 왕’으로 역사 속에 남은 광해군은 그동안 영화 ‘광해’, MBC 드라마 ‘화정’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대립군’에서는 왕이 된 광해가 아닌, 왕세자의 위치에서 전쟁을 겪고 분조를 이끌게 된 어린 광해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인물이어도 시간적 배경과 상황이 다른 만큼 캐릭터를 연구할 수 있는 사전 자료도 턱없이 부족했다.
“문헌을 참고하려고 찾아봤는데 책들은 다양한데 내용은 다 비슷하더라. 아무래도 전쟁 때다 보니까 자세히 서술돼있지 않더라. 감독님도 광해를 준비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작품을 추천해주시기가 어렵다고 하셔서 그냥 최대한 선배님, 감독님과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자주 만나고 드라이 리허설도 가져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걸 참고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캐릭터를 새로 만드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생소한 캐릭터를 과감한 도전으로 극복한 여진구는 두려움 많고 어딘가 지질해 보이는 소년에서 성군으로 성장해가는 광해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왕세자이지만 왕세자답지 않고 복장도 좀 안 어울리고 ‘왕이 왜 저렇지?’ 하는 느낌이 들기를 바랐다. 같은 왕세자라도 ‘나는 왕세자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나는 내가 봐도 왕과 안 어울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를 것 같았다. 그런 거에서 차이점을 두고 비록 융복을 입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벗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이후에는 당연히 믿음도 쌓이고 광해 자신조차 몰랐던 사람을 아끼는 면모를 발견하지만 그런 뒤의 감정들을 극대화하려면 앞에서 더 못나 보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대립군’에서 광해는 의병을 모으기 위해 대립군들과 강계로 떠나는 과정 속에서 토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점점 변화해간다. 광해가 인생에서 겪는 큰 변화를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 했던 여진구는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광해를 그리는데 초점을 뒀다.
“광해가 대립군에게 언제부터 마음을 열어야 할까, 대립군은 언제부터 나한테 마음을 열게 되는걸까에 대해 생각했다. 그 포인트들을 잡아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시도를 많이 했었다. 저도 제가 이번에 시도했던 연기가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 표현들이 아니다보니 갑자기 한순간에 성장해있는 느낌이 날까봐 걱정했었다. 그런 것들은 현장에서 실제로 선배님들과 연기하며 즉흥적으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약의 포인트를 따로 제가 정리해서 연기를 시도해봤는데 광해랑은 안 어울리는 연기가 나오더라. 그래서 사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들과 연습했던 것들을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연기했다. 그만큼 다른 배우 분들한테 의지 지하면서 촬영을 했다. 선배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특히 여진구가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는 이정재의 도움도 컸다. 극 중 광해가 토우를 통해 변화하듯이 여진구도 이정재에게서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에 이정재 선배님이 토우를 연기할 때 그 눈빛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님이 선배님 나름대로 도전하시는 모습을 볼 때 저도 막 의욕이 생기더라. 강인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경계하고 흔들리고 있는 그런 연약한 눈빛이 느껴졌다. 그런 이중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을 눈빛 하나로 입체적으로 만드시는 그런 능력을 뺏어오고 싶었다. 감독님이랑도 그걸 목표로 잡고 세세한 연기를 해보자고 얘기했었다”
여진구는 왕세자 역할을 맡았지만 배경이 전시 상황인 만큼 험한 산길을 오르고 일본군을 피해 도망 다니는 등 험난한 촬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촬영보다 더 여진구를 걱정시켰던 신은 바로 김무열의 창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몇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장면이었지만 광해가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중요한 신이었던 만큼 그는 이 한 장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원래 시나리오에 춤 신이 있었는데 가장 걱정이 많았던 신이다. 그 신이 사실 광해에게도 그렇고 대립군, 백성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감정신이다. 그런데 하필 이 매개체가 정말 자신 없는 춤이라서 걱정됐다. 무열 선배님이랑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도 하루였고 춤 같은 경우는 한 달 정도 따로 연습을 했다. 창도 그렇고 한국 무용도 그러고 아예 박자가 달라서 박자감을 익히느라 준미를 많이 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여진구는 스스로도 자신이 ‘대립군’을 통해 성장했다고 밝혔다. 연기적인 성장은 물론 그는 현재에 와서도 끊임없이 재평가되는 광해의 인품을 본받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제가 드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감독님이나 선배님들한테 말씀 드렸던 것도 있고, 준비했던 것들을 다 잊고 연기하다보니 실제로 연기할 때 감정이 더 풍부하고 나오더라. 그런 면에서 연기적으로 성장했다. 또 인간적으로는 광해에게 질투심이 느껴졌다. ‘이 사람은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믿고 따르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해는 왕의 비범함이나 총명함을 갖고 태어나진 못했지만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그런 멋진 품성을 타고 태어난 것 같다. 그래서 자기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여운을 줄 수 있는 그런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 인물인 것 같다. 그런 그릇을 좀 배우고 싶었다”
여진구는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잘 자란 케이스’에 속하지만 여전히 그를 어린 소년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는 아역 이미지를 꼬리표가 아닌 좋은 추억으로 여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는 별로 그런 걸 생각하지 않는 쪽이다. 제가 당연히 아역부터 했으니까 많은 분들한테 아역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극복해 나가는 게 과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제가 아역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면서 점차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저를 보실 때 아역 때의 여진구를 추억으로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도 저를 자연스럽게 받아주실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먼 그가 되고 싶은 배우는 뭘까. 여진구의 앞에 항상 붙는 ‘진구오빠’라는 수식어가 마음에 든다는 그는 추가됐으면 하는 수식어로 ‘믿고 보는 여진구’를 택했다.
“좀 뻔하긴 한데 ‘믿고 보는 배우’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 배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 배우만으로 믿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인정받는 것 같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지만 더 노력해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대립군’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러닝 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