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LOOK] 원빈-시모네 마체티, 패션 소수자의 ‘리본 블라우스’
- 입력 2017. 05.26. 13:33:40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젠더리스룩보다 강도 높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초월한 앤드로지너스룩이 패션 소수자에서 벗어나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앤더로지너스룩은 각각 다른 성을 명확하게 규정짓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패션에서 성 개념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원빈, 시모네 마체티
‘옷 잘 입는 남자’ ‘옷 잘 입는 에디터’로 유명한 시모네 마체티(Simone Marchetti) 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빨강 리본 블라우스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보여 왔다.
리본을 묶고도 충분히 여유 있는 긴 리본 장식의 블라우스가 현실 아이템인지 헷갈릴 정도의 비주얼이지만, 패션 종사자뿐 아니라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워너비 아이템에 들 정도로 ‘핫’한 아이템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시모네 마체티는 리본 블라우스를 오랜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해 패션 얼리어댑터의 유행 강박증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뿐 아니라 남자들을 리본 블라우스의 매력을 끌어들였다.
그레이 맨투맨 티셔츠에 레이어드한 리본 블라우스는 커다랗게 묶은 리본과 걷어올린 티셔츠 소매단 아래로 드러난 비숍 소매가 이상스러우리만치 자연스러워 눈길을 끌었다. 또 소매에 화이트 블록 스트라이프가 배색된 네이비 맨투맨 티셔츠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쿨하게 연출했다.
단, 팬츠는 모두 상의 맨투맨 티셔츠와 컬러를 맞춰 자칫 난해해 보일 수 있는 위기를 피해갔다.
이뿐 아니라 블라우스와 같은 피빨강 슈트와 함께 모노크롬룩을 연출하거나 카멜색 팬츠와 트렌치코트의 조합에 원포인트로 스타일링하는 드레스업 역시 빼놓지 않았다.
리본 블라우스는 시모네 마체티에 의해 데일리룩에서 파티룩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링으로 거듭났다면, 국내에서는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배우 정지모드에 들어갔던 원빈의 복귀 기대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대중의 궁금증 속에 등장한 2017년 커피 광고에서 원빈은 페일 핑크의 실크 리본 블라우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아직 살아있는’ 성을 초월한 매력을 발산했다.
원빈의 리본 블라우스는 시모네 마체티와 달리 짧은 리본을 한번 묶어서 늘어뜨려 무심하게 연출됐다. 또 컬러를 통일하려 애쓰지 않고 코발트 블루 슬랙스를 입어 페미닌 느낌을 그대로 살려 ‘예쁜 남자’ 특유의 직공법을 취했다.
시모네 마체티가 스타일링에 의해 극적 변신을 추구하는 ‘패피’ 다운 접근 방식으로 리본 블라우스에 대한 ‘미투(me too) 심리를 불러일으켰다면, 원빈은 배우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200% 이상 녹아드는 방식으로 리본 블라우스를 소화해 로망과 동경의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리본 블라우스가 보수적인 한국 남성들의 벽을 허물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보인다. 그러나 리본 블라우스가 남자들에게조차 시각적 거부감이 줄어드는 최근의 현상은 보편타당하게 공유돼온 남자다움이 더는 절대 미덕으로 통용되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모네 마체티 인스타그램, 유튜브,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