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립군’, 조선 가장 아래에서 탄생한 ‘진정한 군주’ [씨네리뷰]
- 입력 2017. 05.30. 11:08:05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그동안 수많은 영화들은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모든 이야기에서는 험난한 시국 속에서도 백성을 살필 줄 아는 자들이 진정한 성군이었고 관객들은 이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런 성군은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 걸까. 영화 ‘대립군’은 진정한 리더를 만드는 ‘그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대립군’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대적 배경과 인물로 볼 때 ‘대립군’은 새로울 것 없는 전쟁영화로 보일 수 있지만 대립군이라는 생소한 개념과 광해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춰 색다른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래 군사를 대신해서 역을 서는 군인이라는 뜻의 대립군은 고위층 대신 군역을 치르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수장 토우(이정재)를 비롯한 대립군들은 무기와 갑옷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고향에 남은 식솔들을 위해 전장에 뛰어든다.
조선 가장 아래에 있는 자들의 목숨을 건 전투는 영화에서 더욱 처절하게 그려진다. 여느 전쟁영화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칼싸움이 아닌,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상대를 찌르고 해가 저물어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칼을 휘두르는 대립군의 모습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세자로 책봉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광해(여진구) 역시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왕세자와는 사뭇 다르다. ‘대립군’에서는 전쟁 앞에 두려울 것 없는 용감한 왕 대신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간 선조와 전쟁이 무섭기만 한 어린 광해만이 존재한다. 적들의 기습 공격에 떨고 있다 토우에게 질질 끌려나오고, 손에 칼을 들고도 자신의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광해는 그저 ‘민폐 캐릭터’에 불과하다.
이처럼 나약하고 여리기만 한 광해는 백성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점점 성군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가난에 떠밀려 대립군이 되고, 왕이 버린 나라에서 죽어가는 백성들을 보며 광해는 그들의 안위를 위해 적들과 싸운다. 결국 ‘대립군’은 성군의 위대함이 아닌, 그 성군을 만드는 백성들의 위대함을 이야기 한다. ‘대립군’은 영화 속 상황과 다를 바 없는 현 대한민국에게 ‘진정한 군주는 백성이 만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대립군’은 시의성이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갑작스레 정해진 대선 날짜에 맞춰 개봉일을 앞당겨야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영화 중간 중간 보이는 어색한 편집과 장면 넘김은 관객의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내용인 만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 광해와 대립군 일행이 위기를 겪고 깨달음을 얻는 비슷한 과정의 반복 역시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또 대립군이라는 참신한 소재는 사회적 메시지에 가려 더욱 풍부하게 그려지지 못했다. 영화 초반 대립군들은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들을 뒤로하고 전장에 뛰어들며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대립질을 못 채우고 죽으면 저승에서도 안 받아준다”는 토우의 말은 그들의 안타까운 삶을 대변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광해의 변화에 집중하다 보니 대립군은 광해의 멘토 역할에만 그쳤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대립군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던 점은 영화가 끝난 후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