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녀’, 김옥빈으로 해소한 ‘한국 액션 영화’ 갈증 [씨네리뷰]
- 입력 2017. 05.31. 10:09:53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한국 영화에서 ‘액션 배우’는 흔히 남자 배우들에게 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악녀’의 김옥빈은 웬만한 남자 배우들도 소화하기 힘든 액션 연기를 펼치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단숨에 뒤엎었다. 여배우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녀의 연기력과 정병길 감독의 거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악녀’는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획을 그을 예정이다.
영화 ‘악녀’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로, 지난 28일 폐막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첫 선을 보였다. ‘악녀’에 대한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모두가 김옥빈의 신선한 액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이는 국내 팬들의 기대감 역시 상승하게 했다.
기대가 높아지면 그만큼 실망도 크기 마련이지만, ‘악녀’의 액션은 충분히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특히 화제가 됐던 오프닝 신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의 숨을 멎게 만든다. 1인칭 시점의 촬영 기법은 숙희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을 동일시 해 액션의 스릴을 더했고 현장의 속도감을 그대로 담아냈다. 방문을 열 때마다 등장하는 낯선 공간과 새로운 적들은 마치 게임에서 미션을 하나하나 완수해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거울을 통해 김옥빈의 얼굴이 드러나며 시점이 변환되는 지점까지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 없는 신이었다.
이 외에도 ‘악녀’에 등장하는 모든 액션 신들은 과감한 시도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칼싸움을 하고, 자동차 본 네트 위에서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며 액션을 이어가는 김옥빈은 그간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난이도의 액션을 소화했다. 총부터 칼, 도끼, 망치 등 자유자재로 도구를 사용하며 살벌한 표정연기까지 더한 김옥빈은 ‘살인병기’로 자란 숙희 캐릭터에 딱 맞는 캐스팅이었다. 여기에 직접 와이어에 매달려 촬영을 하고, 오토바이 바퀴 밑으로 카메라를 집어넣는 등 작품을 위한 정병길 감독의 도전정신은 새로운 액션을 향한 관객들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시켜준다.
초반부터 액션으로 관객들을 잡은 ‘악녀’는 중반부부터 숙희의 과거와 상처에 조명하기 시작하면서 스토리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 뒤 갑자기 멜로로 흘러가는 극의 전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못하며 어색한 느낌이 든다. 액션과 더불어 숙희의 기구한 인생을 설명하며 풍부한 서사까지 노렸지만 결국 ‘과유불급’의 상황을 초래했다.
중상(신하균)과 현수(성준)의 캐릭터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김옥빈의 원톱 영화인만큼 상대적으로 남자배우들의 비중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두 남자들은 각각 숙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초반 설정과 달리 막상 영화에서 보여지는 두 캐릭터는 지극히 단순하게 표현된 듯 하다. 숙희가 이토록 잔인한 킬러가 되기까지는 거대한 사건과 반전이 숨어있을 것 같지만, 결국 사랑과 배신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듯한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스토리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액션 하나만으로도 ‘악녀’를 봐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칸 영화제 극찬’이라는 화려한 포장지 못지않게 영화가 담고 있는 볼거리는 상상 이상의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