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빈 킬러 vs 김서형 비밀요원 ‘악녀 패션’, 서울→칸→서울 ‘의상 전략’
- 입력 2017. 05.31. 12:46:33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악녀’가 ‘제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린 부문에 초청돼 5분 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국 영화에서는 모험과도 같았던 여성 액션 영화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영화 '악녀' 김옥빈 김서형
영화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김옥빈)와 그녀를 킬러로 키워낸 권숙(김서형), 두 여자 중 ‘진짜 악녀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 영화는 느와르 공식에 충실하되 그간 느와르에서 여성에게 어설프게 섹시 코드를 부여하던 방식을 탈피해 뻔한 듯 뻔하지 않은 비주얼을 완성했다. 특히 서울에서 칸, 칸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바쁜 일정에도 김옥빈과 김서형이 영화에서 채 빠져나오지 않은 듯 이미지 메이킹 한 드레스코드로 악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 속 권숙의 드레스코드는 앤드로지너스룩 코드에 가까운 머스큘린 무드에 충실 한다. 각진 어깨선과 스트레이트로 곧게 떨어지는 더블브레스티드 팬츠 슈트는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하는 절개 혹은 크롭트가 아닌 H 라인 재킷으로 남성성을 강하게 부각했다. 코트 역시 남자들이 수트 위에 걸치는 트렌치코트 스타일의 넉넉한 맥시 코트를 입고 허리벨트를 묶어 비밀조직 간부라는 사회적 직위의 특수성을 살려냈다.
김옥빈은 킬러 숙희 역할을 위해 가죽 전신 보디수트와 가죽 재킷 등 킬러 혹은 여전사의 정형화된 아이템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런 옷들이 타 영화에서 배우의 글래머러스 몸매를 부각하는 것과 달리 두텁고 거친 조직감을 그대로 살리고 노출을 완전 차단함으로써 숙희의 남성적 액션에 힘을 부여했다.
이 영화가 여성 액션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영화 속 김서형과 김옥빈의 악녀 패션코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칸에 참석한 김서형과 김옥빈은 인터내셔널 영화제에서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한 듯 영화와는 전혀 다른 드레스코드를 선택했다. 섹시한 무드로 젠더리스코드를 연출한 김서형과 여배우다운 우아한 곡선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춘 김옥빈은 이미지 충돌 없이 현지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김서형은 포토콜에서 언밸런스 투블록 커트로 본인의 중성적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클린 화이트 브라톱에 비비드 톤의 스카이블루 팬츠 슈트를 입어 중성 코드를 대표하는 여배우 틸다 스윈튼을 넘어서는 카리스마를 완성했다.
반면 김옥빈은 벌룬 슬리브와 앞에서 커다랗게 묶어진 리본으로 보디라인의 강약을 정확하게 살린 화이트 원피스로 유명 배우와 모델이 밀집한 칸에서도 기죽지 않는 여배우 자태를 보여줬다.
김서형과 김옥빈의 칸 영화제 포토콜 드레스코드는 잔혹 느와르 악녀를 해변을 배경으로 하는 경쾌한 오락으로 재해석한 듯한 버전을 연상하게 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칸에서 귀국 한 후 쉴틈 없이 진행된 지난 5월 30일 언론시사회에서 김옥빈과 김서형은 블랙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춰 시선을 끌었다. 김서형은 보디라인에 밀착되지만 억지로 볼륨을 강조하지 않는 블랙 튜브톱드레스를, 김옥빈은 드레스에 비견될 만한 실루엣이지만 점프슈트를 선택해 극 중 역할의 맥을 유지했다.
악녀는 액션 영화에서 늘 따라오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액션을 실제인 듯 소화해낸 여배우들의 노력 점수만큼은 인정할 만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악녀’ 스틸컷, 칸영화제 페이스북,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