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LOOK] ‘악녀’, 관객 살인체험기 ‘뻔한 설정으로 더 잔혹해진 액션’
- 입력 2017. 06.08. 15:04:41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악녀’는 개연성 없는 줄거리와 시종일관 피가 낭자한 화면, 잔혹 느와르를 진부하게 하는 모든 요소를 안고 있지만 폭력이 주는 찜찜함이 아닌 거짓으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 관객 자신이 통쾌한 복수를 한 듯 개운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영화 '악녀'
영화의 서두를 여는 주인공 숙희(김옥빈) 1인칭 시점의 액션은 감독의 배려인 듯 관객을 주인공에게 빙의하게 한다. 관객은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진동 효과까지 갖춘 게임의자가 아님에도 실사 게임을 하고 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더 정확하게 하는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누군가를 실제로 죽이는 느낌이 뇌로 그대로 전달된다.
이 것만으로 악녀를 잔혹 스릴러의 무지와 불친절이라고 치부한다면 장르에 대한 보편적인 선입견으로 영화의 진짜 메시지를 놓쳐 버릴 수 있다. 중상에 의해 길러지고 권숙에 의해 정제된 킬러 숙희는 살인병기로서 자신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결국 스스로 진화한다. 이 과정만큼은 어느 영화보다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마지막 장면에서 숙희의 감정을 관객 역시 그대로 느낀다.
오직 액션에만 집중된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하고 보통의 액션 영화 속 설정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듯 반복하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한 액션이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냈다.
영화의상감독 채경화 역시 굳이 다르게 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숙희의 감정 변화 흐름을 따라가고 액션이 더 잔혹하고 강렬하게 보이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런 설정은 숙희 액션의 리얼리티를 더하고 그 속에 은은하게 밴 애잔함까지 담아냈다.
반면 김서형은 국가비밀조직 간부라는 입지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매니시 코드에 힘을 싣고, 신하균은 액션의 날선 각을 살리기 위해 슈트 피트를 날렵하게 보이게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가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만들어내는 컬래버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악녀는 버리고 취하는 정병길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무엇보다 숙희가 클로즈업되는 마지막 장면은 정병길 감독을 중심으로 한 협업으로 탄생한 악녀의 진가를 드러낸다. 관객은 이 찰나의 순간, 영화가 상영되는 123분 내내 잔혹함에도 눈을 질끈 감지 않고 버텨낼 수있었던 이유와 ‘제70회 칸영화제’에서 5분의 기립박수를 끌어낸 힘을 깨닫게 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악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