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녀’ 정병길 감독 “‘악녀’, 할리우드 진출 꿈 이루는 발판 됐다” [인터뷰]
- 입력 2017. 06.08. 18:27:03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악녀’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영화인 것 같아요”
정병길 감독
‘내가 살인범이다’에 이어 5년 만에 ‘악녀’로 돌아온 정병길 감독의 귀환은 성공적이었다. 남다른 감각과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만들어낸 ‘정병길 표 액션’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관객들의 이목까지 사로잡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악녀’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이 시크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8일 개봉한 ‘악녀’는 국내 관객들을 만나기 전,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여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줬던 뻔한 액션을 예상하고 극장을 방문한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은 ‘악녀’를 관람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너무 칭찬을 많이 받아서 좀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원래 끝나고 외신 인터뷰가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뷰가 많이 잡혔다. 서양에서 기존에 봤던 한국 영화의 느낌이 아닌 새로운 느낌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칸에 안 갔으며 제 영화를 선보일 데가 없었을 텐데 많은 사람들한테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훌륭한 액션을 소화해낸 배우 김옥빈 못지않게, 개성 넘치는 연출력을 선보인 정병길 감독에 대한 관심 역시 폭발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재능을 탐냈고,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먼 꿈으로만 존재했던 할리우드 진출이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평가는 한국 액션 영화의 전과 후가 ‘악녀’로 바뀔 것 같다는 말이었다. 당신을 세계가 주목할 것 같다는 얘기도 신기했다.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할리우드 에이전트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적극적으로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옥자’를 제작했던 대표도 영화를 같이 해보자고 했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을 것 같다. 그 꿈이 조금씩 구체화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악녀’가 여타 다른 여성 액션 영화들과 다른 점은 여배우를 두고 남성성이 짙은 액션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칼, 도끼 등을 휘두르며 수많은 남성들을 제압하고 달리는 차와 오토바이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액션을 소화하는 김옥빈의 모습에서 여성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이러한 설정에 우려를 표했지만 정병길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뒤엎어 여성 액션 영화의 한계를 극복했다.
“안젤리나 졸리나 밀라 요보비치같은 서양인들은 동양인보다 신체 조건이 크다. 그들이 하는 액션은 중성적인 느낌이 있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는데 한국 여배우가 액션을 하면 너무 가짜같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 영화가 ‘와호장룡’의 장쯔이나 ‘동방불패’ 임청하 같은 느낌의 무협액션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남자 대 여자 이런 성적 구분이 아닌 한 인간의 싸움에서 오는 처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기존의 영화와 차별화도 되고 우리 영화에 대한 우려도 없어질 것 같았다. 예쁘게 싸우는 것 보다는 좀 더 과격하고 리얼하게 싸우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숙희 역으로 김옥빈을 택한 것은 그야말로 ‘찰떡’같은 캐스팅이었다. 평소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합기도, 복싱, 무에타이 등 다양한 무술을 섭렵한 그녀는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에도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정병길 감독은 액션 실력보다도 얼굴에서 오는 느낌에 끌려 김옥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김옥빈 씨를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었는데 완성하고 나서 김옥빈 씨가 떠올랐다. 액션을 잘하고 그런 것보다는 얼굴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사나워 보이면서도 착해 보이는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이 여배우라면 제가 생각하는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과 살인범의 숨 막히는 추격전으로 영화를 시작한 정병길 감독은 ‘악녀’에서도 오프닝에 많은 힘을 실었다. 게임에서 착안한 1인칭 시점으로 생동감 넘치는 액션 신을 만들어낸 그는 영화가 시작되고 단 10분 만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꼭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오프닝을 참 좋아했다. ‘악녀’에서도 처음에 숙희가 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전에 준비했던 VR영화가 있었는데 그게 안 되면서 오프닝으로 표현했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봤던 사람들이 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정병길은 오프닝을 세게 만든다는 기대가 있어서 그 기대를 새롭게 뛰어넘는 게 없을까 생각했다. 계속 기대하니까 다음 작품은 오프닝을 평범하게 가려고 한다 (웃음)”
액션 영화는 마니아층의 관객들이 많지만 잔인함의 수위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에 정병길 감독은 최대한 많은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으로 새로운 액션이 주는 신선함에 집중했다.
“관객들이 생각하는 건 새로운 비주얼인 것 같다. 우리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다. 새로운 액션 비주얼이 어디까지 나왔을까 하는 부분을 많이 기대하고 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부분을 충족해야 되는 것 같다.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앵글에서도 액션을 찍었을 때 멋있는 앵글이 분명히 존재하고 카메라가 얼마나 빨리 움직여야 배우가 어색해도 멋있어 보일 수 있는지 하는 지점들이 액션에서 중요한 것 같다”
끝으로 그는 ‘악녀’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액션의 통쾌함부터 한 여성의 인생에서 묻어나오는 절절한 감정까지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고 있는 ‘악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영화가 될 듯 하다.
“커플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남자 여자가 다 좋아했으면 한다는 뜻이다. 남성 관객들은 여자 액션이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도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것 같다. 여성 관객들은 한국 영화 시장에 많이 없는 여자 원톱 액션에 대한 시원함을 많이 느낄 것 같다. 중년층이 많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저번 주에 극장에 갔는데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 두 분이 개봉 전인데 ‘악녀’ 표를 구하려고 하시더라. 그때 제가 옆에 있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저희 부모님 세대에게는 ‘악녀’가 익숙하지 않나. ‘악녀’가 나오는 드라마의 형식을 보신 것 같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다. 8일 개봉. 러닝 타임 123분. 청소년 관람 불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