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악녀’ 김서형, 킬러보다 냉혹한 권숙 “한 벌 같은 매니시 코드”
입력 2017. 06.09. 16:03:58

영화 '악녀'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악녀’는 여성 액션영화로 단순화하기에 어떤 영화 속 액션보다 비릿하고 거칠고 잔혹하다. 이뿐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맡은 인물이들이 극 중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풀어헤쳐졌음에도 끈질기게 존재감을 드러내 잔혹 느와르 특유의 헐거움을 채웠다.

이 영화는 킬러 숙희(김옥빈)와 숙희의 약점이었던 감성을 악마적 에너지로 뒤바꾼 조정자 권숙(김서형), 두 명의 악녀가 등장한다. 숙희가 심한 감정 변화를 겪으며 물리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권숙은 마지막 순간에도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변하지 않는 목소리 톤을 유지해 그녀의 진심이 무엇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한다.

이 영화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지극히 남성적 코드에 충실 한다. 김옥빈 자리에 남자가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액션은 남성적이며, 김서형 역시 특유의 목소리 끝이 살짝 떨리는 것을 제외하면 여성성을 거세한 조직사회에 최적화 된 남성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숙희가 겪는 정체성 혼란이 극 중 의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듯 권숙 역시 어떤 상황에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모습처럼 의상에서도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영화의상감독 채경화는 “기본 콘셉트는 ‘변화가 없는 여자’였다”라며 “그래도 생각보다는 옷이 많았다”고 밝혔다.

채 감독의 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벌을 입은 듯한 느낌으로 끌고 가려 했다는 것. 따라서 원래 의도보다 옷이 더 소요되기는 했지만, 매니시 무드를 끝까지 유지하고 컬러 역시 블랙을 중심으로 극적 변화 없이 한 톤을 유지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전략은 적중했다.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깔끔한 팬츠슈트, 트렌치코트 디테일의 묵직한 모직 코트는 도드라지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권숙의 강한 자제력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김서형의 존재감은 영화 홍보일정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극 중 큰 변화 없이 전개되는 의상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듯 강렬한 의상으로 영화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악녀’는 지난 5월 22일 진행된 공식 포토월에서 언밸런스 투블록 헤어에 푸른색 팬츠슈트와 화이트 브라톱의 파격적인 드레스코드를 입고 나온 김서형으로 인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서형은 ‘악녀’에서 흔히 등장하는 멘토 혹은 또 다른 악의 축에 그칠 수 있었던 권숙을 입체감 있게 살려 다소 진부해질 수 있는 설정에 힘을 부여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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