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자’ 봉준호 감독, 용기-헌신-사랑으로 부터 피어난 희망을 전하다 [종합]
- 입력 2017. 06.14. 12:00:56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 ‘옥자’가 오는 29일 관객을 찾는다.
‘옥자’의 내한 기자회견이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14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날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옥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미자가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나서면서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과 미자 역의 안서현 외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 등 연기파 한국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틸다 스윈튼은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옥자'를 한국에 데려온 기분이다. 우리는 이제 다 한국 영화인이 된 기분이다. 고향에 이 영화를 전달하고 한국 팬들과 함께 하게돼 기쁘다"고 내한해 국내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소감을 밝혔다.
스티븐 연 역시 "이 곳에 온 것이 영광이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인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이 곳에 온게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변희봉은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며 "내가 칸 영화제에 참석하고 별들의 잔치를 보고 왔다. 정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칸에서 많은걸 보고 배웠다"고 칸 참석 소감을 밝혔다.
안서현 역시 "많은 분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자리인데 이렇게 훌륭한 배우, 감독님과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며 "앞으로 연기하며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라 감사하다"고 칸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보신 반응, 리뷰 등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며 "칸 런던 LA 등 계속 시사회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제도 시사회와 뒷풀이를 했는데 재미있었다. 한국 스태프도 다시 만나 반가운 얼굴을 봤고 뉴욕 스태프도 오랜만에 재회해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며 즐거웠다"고 영화를 선보이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영화에 대해 "영화를 봤을때 얻는 것은 러브스토리 라는 것이다. 단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을 다룬다"며 "기업이란게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 이 영화는 인류, 우리의 관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 의식을 일깨운다"고 소개했다.
영화를 소개하는 소감에 이어 봉 감독이 전 세계의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는 영화를 만드는 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스티븐 연은 "봉 감독님이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문화적 경계를 놓지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핵심적 스토리, 언어를 뛰어넘는 인간 동물간의 교감이라는 중요한 것은 놓지지 않는다. 다른 부분은 문화적 시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베스트 프렌드를 구한다는 것은 (문화를 뛰어넘어)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라는 인물은 문화의 경계에 있다는 게 정말 내겐 흥미롭다"며 "나도 한국인이지만 통역을 통해 이야기 할 때가 있다. 이방인으로서 모든 이민자들이 겪는 경험을 겪는다. 이것이 '옥자'를 통해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케이라는 인물을 코리안-아메리칸으로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다. 세상과 할리우드 같은 경우 사람을 장르나 타입으로 맞추어 재단하려 한다. 이점은 인간의 본성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아티스트, 배우라면 우리의 특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문화란 것은 아름답지만 그것도 내 전체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부분인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다양한 문화를 섞어 만들 의도는 아니고 스토리에 따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설국열차'는 난폭한 사람만 기차에 있을 수 없잖나. 다양한 인류가 있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맨하탄 한 복판에 있는 틸다 스윈튼 같은 CEO가 있고 그러다 보니 크루가 엮이고 스토리를 엮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문화적으로 의미를 두고 만들지는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메커니즘은 비슷하다. 한국에서 '괴물'을 만들때도 이미 미국 비주얼 이펙트 시각효과 팀과 일해봤다. '옥자' '설국열차'도 마찬가지라 일하는데 있어 언어 등에 불편함은 없다. 마음이 안 맞는게 힘들다. 언어는 수단일 뿐이다. 이미 전 세계는 인터넷을 통해 국경이 붕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변희봉이 먼저 입을 열었다. "봉 감독과 네 작품을 같이 했다"며 "봉 감독에게 책을 받아보며 느끼는 건, 그의 책에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는 거다. 어떤 작품도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다. 군데 군데서 주는 메시지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번에 칸에 가서 봉 감독의 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다"며 "오랜 세월 영화를 했지만 기립박수라는 걸 그리 흔히 보지 않았다. 그 큰 극장에서 영화 관계자들이 와서 박수를 쳤다. 봉 감독의 외모를 보면 정감 있는 모습이 배우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훌륭한 감독"이라고 함께 작업한 봉 감독을 자랑스러워 했다.
대니얼 헨셜은 "'옥자'는 인류에게 희망"이라며 "현실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어두운 부분이 많은데 이런 영화를 볼때면 희망을 갖게된다. 이 영화를 보는 분들도 희망을 느끼고 어둠보단 빛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서현은 "대본을 볼 때 감독님이 어떤 함축적 의미를 담으셨는지 깨달았다"며 "지구에도 식량난이 올 것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다룬다"고 말했다.
틸다 스윈튼은 "메시지 보다는 하나의 암시가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며 "이 영화는 성장 영화라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한다고 해도 사랑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이 영화에서는 옥자 미자를 제외한 모든 이가 거짓말을 한다. 우리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 세상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보존, 진정한 자아를 지켜가며 투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옥자'는 봉준호"라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옥자'는 식량난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일을 진행하는지를 보여주고 특히 여성에게 힘이 가는 영화"라며 "여주인공이 험난한 상황을 힘을 가지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장미 덤불이 다양한 꽃을 피우듯 이 영화도 다양한 꽃을 피운다. 꼭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보다 경이로움, 사랑에 대한 거다. 또 용기 헌신 신뢰에 대한 영화"라며 "미자는 자신을 믿는다. 본능을 믿고 나아간다. 그러면서 세상과 싸워 옥자를 구해낸다. 비전이 있는 영화는 보는이가 스스로 메시지를 도출하게 해준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우리가 얼마나 몰입할지를 결정하게 해준다. 나의 경우, 이 영화를 보며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인류에 대한 경이로움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우리 시대가 주는 피로가 있지 않느냐?"며 "하지만 파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미자 옥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영화가 보내는 메시지를 간단히 설명했다.
그가 영화를 통해 여성 주인공을 강하게 표현하는 점에 대해서는 "소녀들이 강했을때 그게 아름답게 느껴진다"며 "미자도 그걸 빠르게 간파했다. 옥자를 지키는데 있어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수 없다. 미자도 CEO도 옥자도 여자다. 옥자가 여자로서 겪는 혹독한 상황도 영화에 나온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지는 않았지만 옥자 미자 CEO의 축이 아주 자연스레 여성축을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소녀와 동물이 교감할 때 이것이 단지 여드름이 잔뜩난 소녀로서만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틸다 스윈튼은 "미자가 하는 선택들이 그녀의 여성성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녀는 여러가지 선택사항 중 사랑이라는 걸 선택하고 절대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영화 속 여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옥자'가 세계적이고 다문화적인 영화라고 하는데 그게 영화가 가진 가치라 생각한다. 범우주적인, 인본적인 것이다. 스크린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거다. 영화 제작자의 눈이 되어보는 거다. 타임머신을 타는 거다. 봉 감독은 일반화 하지 않는다. 여성이 영화의 심장, 핵심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영화 업계에서 여성이 위압당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캐릭터 옥자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봉 감독은 "옥자의 젖꼭지가 하나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생산성이 좋게 나온건 영화 속 도살장의 동물들이다. 옥자는 홍보용으로 설명이 되는데, 좋은 모양을 갖추고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기 위한 것이지 생산성에서는 떨어진다. 젖꼭지가 하나인 게 그걸 상징한다. 새끼를 많이 낳지 못한다는 거다. 생산성을 위한건 도살장 동물들이다. '괴물'때 괴물을 디자인한 장희철 씨가 이번에도 옥자를 디자인 했다. 돼지는 우리가 흔히 음식으로 생각하는 동물이다. 돼지는 동물이 가진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식품으로 처리된다. 돼지만큼 이런 것을 표현하는데 좋은 동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며 틸다 스윈튼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그는 "'괴물'에서 변희봉 선생님이 '오징어 다리가 9개다 9개'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런 언어의 뉘앙스들에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며 "틸다는 그런 부분에 있어 뛰어나기에 작가를 만나게 했다. 통역을 넘어선 창작의 영역에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에 틸다는 "나도 스코틀랜드 사람"이라며 미국에서 이방인임을 강조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그녀는 '나에게 봉준호란?'이란 질문에 "내 형제"라고 짧게 답했다.
끝으로 봉 감독은 "논란은 끝내고 영화를 즐겨달라"고 당부하며 칸 영화제에서부터 국내 개봉과 관련해 이어진 영화의 논란을 끝내고 개봉 후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즐겨줄 것을 당부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