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 다시 반짝이다 [인터뷰]
- 입력 2017. 06.20. 18:13:2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친구가 재미있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그 친구가 추리를 정말 좋아해요. 친구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봤을 것 같아 만족해요.”
지난 31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최강희(41)를 만나 최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극본 이성민, 연출 김진우 유영은, 제작 에이스토리)를 주제로 드라마와 연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강희는 결혼 8년차 주부이자 탐정인 유설옥을 연기했다.
오랜만에 발랄한 캐릭터로 돌아온 그녀는 과거 자신이 우울증을 겪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느꼈던 감정과 변화를 이야기했다.
“2013년 10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통증을 심하게 겪고 나니 그렇게 됐다. 아주 심해져 그 여름 집에 들어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 아예 변했다. 오랜 친구들이 있어도 한 번도 친구들과 대화 해본 적 없고 혼자 책 (읽기) 좋아하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신앙을 통해 회복되고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내가 정말 저런 걸 좋아했었나 (싶었다). 히스토리중 하나로 보고 있다. 무서운 건, 우울증인줄 몰랐다는 거다. 힘든 줄 모르고 어두운 감정인줄 알았다.”
인터뷰 내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배우를 넘어 인간 최강희를 드러내 보이려는 그녀의 노력이 보였다. 대중과의 소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반증일 터다.
“밝은 역할은 더 몰입이 편하다. 연기하며 받는 에너지도 편하고. 예전엔 어두운 게 편했는데 신앙을 갖게 된 후 바뀌었다. 이전에 나쁘고 멋있고 그런 걸 더 좋아했다. 음악 영화 같은 것도 다크하고 딥하고 그런 걸 더 좋아했는데 지금은 깨끗하고 밝고 건강하고 따뜻한, 그런 쪽이 좋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친구에게 내가 신앙을 갖고 많이 변했는지를 물으면 똑같은데 밤에서 낮으로 바뀐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엔 주로 아침이나 낮에 잠들곤 했다. 주로 아침 11시 까지 깨어있었는데 어두운 감정에 몰입하는 걸 좋아했다. 어두운 영화나 책, 공허함 반항 답답함 등 그런 감정을 좋아했다. 그런 감정을 좋아하고 음악도 그런 걸 훨씬 더 좋아했다. 그런 걸 밤새 많이 즐기고 술도 마셨다. 어느 시점에서 완전 바뀌었는데 그 후 책 음악 영화 다 안 찾게 됐다. 많은 것들이 심플해지는 상황이 되고 내가 그걸 원했다. 옷도 다 정리하고 아기자기한 작은 인형도 다 정리하고 심플하게, 아예 다 바뀌었다.”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그녀는 변화를 겪으며 가장 힘든 순간을 신앙을 통해 극복했다.
“배우로서 연기도 그 전부터 두려워졌다. 청소년 드라마를 할 때는 잘 하는 줄 알고 천재라 생각한 적도 있다. 나중에는 아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생각이 많아지고 어려움도 겪었다. 대인관계에 있어 다른 사람 말에 신경 쓰게 되고 누리꾼 말 중에서도 안 좋은 말이 적더라도 그걸 믿게 됐다. 내가 되고 싶은 건 높고 현실은 반대니 공간 간극이 커졌다. 신앙으로 회복한 뒤로는 내 생활을 다 정리했다. 처음엔 살기 편하니 배고프지 않아 연기가 안 되나 싶어 기부하고 나누고 다 정리하고 그렇게 새로 시작했는데 환경문제가 아니었더라.”
앞서 삐걱댈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추리의 여왕’을 통해 마음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과거 함께 일했던 매니저도 알아볼 정도로 그녀는 다시 반짝였다.
“‘화려한 유혹’ 때 까지는 연기하는데 긴장해서 목소리가 안 나와 더빙도 했다. 성대가 약해서 좋은 약을 다 먹는데도 목소리가 안 나왔다. ‘추리의 여왕’ 때는 온갖 준비를 다했다. 소리 지르는 장면을 하루 종일 집중해서 했는데도 괜찮더라. 마음이 회복돼 그런 것 같다. 오래 (함께) 일했던 매니저가 있다. 그 친구가 예전에 (같이) 일할 때, 정말 좋았을 때, 그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더라. ‘달콤한 나의 도시’(2008) ‘떨리는 가슴’(2005) 그 즈음이다.”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을 통해 배우와 스태프들을 만난 것이 자신이 이번 작품을 하며 얻은 것이라 말했다. 스태프와 함께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드라마 역시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연기자와 스태프들을 만난 게 정말 특별하다. 만약 PD님이 이 두 분이 아니었다면 못했을 것 같다. PD님이 워낙 웃음도 많고 흥패에 집중한 게 아니었다. 처음 캐스팅 할 때 PD님이 ‘강희 씨가 행복한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PD님의 웃음소리가 정말 많이 들어갔다. 그 웃음소리 자체가 힐링이었다. 두분 다 신인 PD라 그런지 공부해 오셨다. 급한 쪽대본으로 하다보면 감정에 오류가 나고 하는데 정말 모르는 것 없이 알고 계셔서 (드라마가)산으로 갈 거란 부담감이 없었다. 끝나고서도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상우 씨도 넉살좋아 보이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못 하는 성격이다. 의무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드라마 끝나니 편한지 다음날 만들더라.”
극중 ‘아줌마’로 불린 것에 대해 그녀는 “시원했다”며 ‘추리의 여왕’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상우 씨가 부를 때마다 입에 짝 붙는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옛날에는 편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젠 낯설게 보는 것 같다. 친구가 ‘(드라마에서) 너한테 아줌마라고 부르니 좋다’고 하더라. 드라마에 출연하길 잘했다는 개념이 아니라 날 더 친숙하게 느낀다는 게 좋다. 교회 경비아저씨가 정말 좋아해 주신다. 사람들도 ‘아줌마’라고 한다. 처음 이 대본을 추천해준 친구가 ‘야간비행’을 하며 알게 된 라디오 작가했던 친구다. ‘화려한 유혹’ 다음 작품을 할 의욕이 없고 대본을 잘 안 읽게 됐었다. 그 친구가 책임지기 싫어서 추천하는 편이 아닌데 ‘난 네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추리를 좋아하는 그녀이니 ‘추리가 좋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너를 아줌마라 부르는 것’이 좋았다고 하더라. 고마운 친구다.”
나이 들며 친구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쉽지 않다. 인터뷰 내내 친구에 대해 언급하는 그녀에게 친구를 사귄다는 것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었다.
“원래 친구 사귈 때 옛날부터 버릇이 있다. 친구가 내 뒤통수를 친다거나 나중에 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면 어떨지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이면 친해졌다. 그래서 마음을 여는데 오래 걸렸다. 헤어지고 싶지 않은 연인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40대라는 것이 배우로서 또 인간 최강희로서 어떤 의미인지 묻자 그녀는 이미 모든 고민을 마치고 생각을 정리했음을 밝혔다. 또 타인을 위해 좀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장통을 겪고 고민하던 모든 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흐르는 대로 가자는 생각이다. 지금 오히려 그런 고민이 없다. 어디에도 갇히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아직 내가 로맨틱코미디를 하는 걸 보고 싶어 해서 로맨틱 코미디만 기다리고 싶지도 않다. 로맨틱코미디만 하며 늙어간다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아줌마’란 단어가 상큼하게 들릴 수 있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영향을 주고 우울한 사람이 살아날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 연기자가 되고 싶다. 우울한 걸 우울한 걸로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난 불을 켜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생각을 빨리 전환시켜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든 시간을 보낸 그녀에게 비슷한 시간을 겪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흐르는 대로 살고자 한다는 그녀는 결국 중요한 건 ‘사람’임을 강조했다.
“나이 들며 겪어봐야 안다. 무언가를 기회 있을 때 하고, 기회를 따라다니고 싶지는 않은데 사람은 미루는 게 아닌 것 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빨리 말할 줄 아는 게 좋다. 보고 싶은 사람을 더 오래 볼 수 있고 마음이 편하다.”
최근에는 결혼적령기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연예계 결혼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만큼, 그녀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터다.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 미래의 계획이 없어요. 그냥 궁금한 거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살고 싶진 않아요. 지구에 태어나 살면서 다 해보고 죽는다 해도 죽으면 끝이잖아요. 있는 순간순간 사람한테만 나쁘게 안하고 잘 사과하고 표현하며 살고 싶어요. 예전에 여행을 많이 가고 싶었는데 지금도 기회 되면 가려하고 순간순간 잘 살고 싶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