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이유미 vs ‘특별시민’ 심은경 ‘조작사건’, 영화와 현실의 경계 [영화톡]
- 입력 2017. 06.28. 14:03:33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는 팩트와 픽션의 경계에 서있다. 그러나 픽션으로 설정된 요소들이 팩트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픽션보다 더 허구 같은 팩트가 영화 줄거리를 이루면서 팩트와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국민의당 이유미, 영화 '특별시민' 심은경
현실인 듯 그려지지만 실제 강렬한 판타지로 채색된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어떤 상황이든 ‘리얼리티’ 관점에서 접근한다. 대선과 맞물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은 정치판을 꽤 뚫는 듯한 전개가 화제가 되자 박인제 감독은 “정치라는 큰 틀에서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있을 법한 정치 상황을 다루기에 리얼리티를 살려야 했음을 인정했다.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영 채용 증거조작 파문의 중심에 있는 이유미가 영화 ‘특별시민’에서 심은경이 맡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변종구(최민식) 선거 홍보담당 박경과 놀랍도록 비슷한 맥락을 취하고 있어 영화가 가진 리얼리티의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박경은 노동자와 변호사를 거쳐 정치에 입문한 변종구의 인간적 면모를 동경해 그의 주변을 맴돌다 홍보담당으로 선택된다.
그녀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시작이 된 동영상 조작은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안겼던 아들 문준영 취업비리 관련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가 증거자료로 제출한 카카오톡, 녹음파일 조작과 서늘할 정도로 유사한 맥락을 취하고 있다.
광고회사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경은 변종구 정치신념에 대한 팬심으로 시작해 그의 변해가는 모습에 청춘콘서트에서 유권자로서 질타를 던질 정도의 당당함을 갖췄다. 그러나 킹메이커 심혁수(곽도원)가 대선 판도를 바꾸기 위해 지시한 동영상 조작에 관여하면서 비릿한 정치판에 발을 들이게 된다.
선거사무실에서 처음 박경을 마주한 심혁수는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라며 정의는 누군가에 의해 더렵혀진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정치론을 설파한다.
심혁수는 변종구가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으로 직진하게 하는 킹메이커임을 자처하지만, 변종구에게 치명타를 안길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고 그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여론조작을 하는 등 정치판 생태계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유미는 여수여고와 고려대,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안철수 전 대표의 제자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는 확인된 바가 없다. 그녀는 안철수 전 대표의 18대 대선 캠프 ‘진심캠프’에서 활동했으며, 당시 상황을 담은 ‘66일-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 이보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의 ‘청춘콘서트’에서도 활동했다.
이처럼 안철수와 이유미의 인연은 ‘특별시민’ 변종구와 박경의 관계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무엇보다 조작사건에 국민의당 수뇌부가 어느 정도 깊이 관여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영화 ‘특별시민’을 떠올리게 한다.
단 차이가 있다면 이유미가 공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작년 20대 총선에서 전남 여수갑 지역에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나선 이력이 있을 정도로 정치에 뜻을 가진 인물이었던 반면 박경은 정치판에 잔류할 것을 권하는 변종구에게 “저는 시장님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유권자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심판할 겁니다”라며 자신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다.
정치판은 그 어떤 잔혹 느와르보다 비릿한 기운이 스며들어있다. 기자 제이(문소리)는 박경에게 정치판의 비린내에 역겨움을 드러내지만 그녀 역시 정치판의 비린내를 온몸에 뒤집어쓴 가담자로 변종구의 손을 잡는 선택을 한다.
국민의당과 수뇌부가 이번 조작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끝까지 살아남은 변종구와 기꺼이 그의 그림자가 될 것을 자처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양산되는 상황으로 마무리한 ‘특별시민’의 결말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특별시민’,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