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파격 베드신‧공허한 화려함만 남았다 [씨네리뷰]
입력 2017. 06.28. 14:44:43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화려한 조명, 음악, CG(컴퓨터그래픽), 카메 라 무빙. 예고편을 통해 본 '리얼'이 나름의 기대감을 갖게 한 이유였다.

“관객의 눈과 귀가 즐거웠으면 했다”는 이사랑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시청각적인 현란함을 뽐낸다. 빨강 검정, 두 색상 을 기본으로 파랑 녹색 등 네 가지 컬러가 일관되게 화면을 채운다.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이 28일 개봉됐다. 아시아 최고 스타로 자리 잡은 김수현의 4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이자 중국 알리바바픽쳐스가 투자한 115억 원을 규모의 블록버스터이기에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F(x)) 출신 설리가 최진리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배우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면서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제작 과정에서는 ‘내부사정’이라며 연출이 이정섭 감독에서 제작사 코브픽쳐스 대표인 이사랑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특히 이사랑 감독이 김수현의 이종사촌임이 알려진데다 신인 감독임에도 115억 원 규모의 대작을 연출하며 데뷔하는 점에서 따가운 시선 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베일을 벗자 걷잡을 수 없는 혹평이 이어지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다룬 액션 느와르다. 카지노 ‘시에스타’를 오픈하며 성공의 정점에 이른 야심가 장태영( 김수현) 앞에 암흑가 대부 조원근(성동일)이 카지노의 소유권을 주장 하며 나타난다. 조원근의 개입으로 카지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장태영은 자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어느 날, 이름뿐만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김수현)가 나타나 자금은 물론 조원근까지 해결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의문의 투자자의 등장으로 조원근과 카지노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고 이들을 둘러 싼 거대한 비밀과 음모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엉성하고 모호한 스토리 표현에 비해 미장센에는 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색상의 조명과 명암을 사용하는데 집중하고, 화려한 카메라 워킹을 이어가고 사운드를 존재감 있게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감독의 말 대로 ‘마술쇼’ 같은 느낌도,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정작 그 속의 ‘뼈대’는 부실하다. 하나의 정의를 내리기 보다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나쁘지 않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이어가며 단편적 이미지를 나열할 뿐 극 중 상황이나 인과관계 등 스토리에 관한 어떤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는다. 마지막 까지도 주인공 장태영은 환각에 빠진 상태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결론을 내지 않는다.

다양한 해석이라 해도 해석을 위해서는 굵은 뼈대가 필요하다. 다양하게 뻗을 수 있는 건 잔가지 정도다. 굵은 이야기의 형체가 없다면 기본적 이해도 불가능에 가깝다. 약간의 트릭을 심었고 그 트릭을 이해하면 이 영화가 그리 어려운 구조는 아닐 거라는 감독의 말은 안타깝게도 그리 와닿지 않는다. 한 쪽으로 정의하기도 힘들 정도로 핵심이 되는 이야기의 형체가 불분명하고 감독이 심어놓았다는 트릭도 관객이 발견하기엔 너무 어렵다.

설명 보다는 ‘당신이 믿는 진짜는 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의도를 충분히 표현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설명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소 극 단적으로 치달으면서 영화는 또렷한 형체를 갖추지 못하고 단적인 이 미지들만 남겼다. 이 이미지들이 하나의 구조를 갖고 이어지지 못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지 못한 체 조각조각의 이미지가 흩어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구멍이 없다. 극을 이끄는 김수현은 데뷔 때부터 안정감 있는 연기로 주목받아 드라마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터다. 이번 영화에서는 1인 2역, 액션, 노출, 베드신 등 그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대로 안 해본 것 없이 다양하게 소화하며 고군분투했다. 설리 역시 아역 배우로 시작해 기본기를 갖췄다. 성동일 조우진 이성민 이경영은 말할 것도 없다. 면면이 화려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낭비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의 연출이 배우들의 연기력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한 것을 넘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박서준 배수지 아이유 안소희 손현주 김다솜 박경리(나인뮤지스) 김주하 박민하 등 톱스타와 유명인사들까지 카메오로 등장했으나 영화가 혹평을 받으면서 이들의 카메오 등장마저 머쓱한 상황이다. 영화는 김수현 최진리의 파격적 베드신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두 인기 남녀 스타의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 감행이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작품을 위한 이들의 도전과 열정이 무색하다.

28일 개봉. 러닝타임 137분. 청소년 관람불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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