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 비통 ‘협업의 미학’, 예술과 패션으로 트렌드를 리드하는 힘
- 입력 2017. 06.29. 14:52:14
- [매경닷컴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 럭셔리 브랜드의 톱으로 자리매김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열광할만한 사회적인 힙한 트렌드를 끌어내는 감각이다.
브랜드 대 브랜드의 컬레버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프로젝트는 이제 패션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협업을 통해 많은 브랜드가 오래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는 것. 명품 브랜드와 아티스트, 내셔널 브랜드와 인디브랜드, 명품 대 스트리트 브랜드 등 그 범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루이비통은 시대에 대한 통찰력에 예술성을 더해 매번 놀랄만한 결과물을 이끌어내고 있다. 예술과 문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브랜드는 창립자 루이 비통의 정신을 이어받아 동시대가 원하는 다양한 것들을 브랜드로 흡수시키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가방을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 걸어다니는 고전 작품 ‘마스터즈 컬렉션’
현 세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 중 한명인 제프 쿤스(Jeff Koons)와 협업한 ‘마스터즈(MASTERS)’ 컬렉션은 예술에 대한 루이비통의 애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 빈치(Da Vinci), 티치아노(Titian), 루벤스(Rubens), 프라고나르(Fragonard), 반 고흐(Van Gogh) 등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가들의 작품을 가방과 액세서리로 재창조한 것. 이를 통해 루이 비통은 예술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안했다.
제프 쿤스는 루이 비통 가방의 클래식 라인인 ‘스피디’ ‘키폴’, ‘네버풀’에 대가들의 작품을 차용해 다년간 진행해 온 ‘게이징 볼 Gazing Ball’ 시리즈를 적용했다. 그는 이번 협업을 통해 오랫동안 사랑받은 고전 회화 작품들을 박물관 밖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느껴볼 수 있게 했다.
루이 비통은 걸어 다니는 고전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수공예 기술과 자재를 총동원했다. 각각의 제품에는 명작의 작가 이름이 새겨졌고 제프 쿤스의 이니셜 또한 잘 알려진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에 포함되도록 포함됐다. 지금껏 단 한번도 상징적인 모노그램 패턴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았던 루이 비통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 명품에 낙서를? 세계를 놀라게 한 ‘그래피티 백’
한발 앞서가는 루이 비통은 명품에 낙서를 한다는 개념으로 패션계를 놀라게 했다. 뉴욕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는 루이 비통이 2001년 S/S 여성 컬렉션에서 선보인 가방에 특유의 밝은 컬러 낙서를 가미해 모노그램에 그래피티 장식을 완성했다.
루이 비통이 신성시 했던 모노그램에 낙서를 한다는 것은 당시만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시도였다.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패션 역사에 있어 가장 유명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가방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모노그램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역할도 했다. 스프라우스는 알파벳 U로 만들어낸 레오퍼드 프린트를 포함, 협업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패턴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레오퍼드 프린트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 팝아트에 대한 경의 ‘멀티컬러 모노그램 컬렉션’
루이 비통은 동양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팝아트작가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와 함께 가장 컨템퍼러리한 마스터피스를 내놓기도 했다. 2003년S/S 컬렉션 작업을 함께한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는 독특하고 톡톡 튀는 컬러 팔레트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멀티컬러 모노그램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가 선보인 패턴 중에는 모노그램플라쥬(Monogramouflage)와 체리 블라썸(Cherry Blossom)이 포함돼 있으며,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를 가방에 프린트하기도 했다.
2008년 S/S 컬렉션에는 일상적 요소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아티스트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가 참여했다. 그의 ‘조크(Jokes)’ 회화 시리즈가 루이 비통 가방에 세심하게 옮겨졌고, 모노그램 위에 그의 캔버스 스타일로 겹쳐진 스크린 프린팅이 접목됐다. 프린스의 ‘간호사(Nurses)’ 시리즈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캣워크 쇼 오프닝에 간호사 복장에서 영감을 받은 룩이 등장하기도 했고, 컬렉션 전반에 사용한 색감 역시 그의 작품에서 사용된 컬러다.
이밖에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등 저명한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은 전 세계 루이 비통 매장에 자주 등장한다.
파리, 도쿄, 뮌헨, 베니스에 자리한 예술 전시 공간 에스파스 루이 비통(Espaces Louis Vuitton)에서 큐레이팅한 전시를 선보여온 브랜드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을 오픈하며 예술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파리에 자리한 루이 비통 재단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특별한 미술관으로 현대 예술을 장려하기 위해 세워져 11개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