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옥자’, 메시지이기 이전에 하나의 드라마” [인터뷰②]
입력 2017. 07.01. 16:17:22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난 영화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보는 사람이 (영화가) 자기 삶과 연관돼 있으면 더 깊게 이야기에 빨려들 수 있잖아요? ‘옥자’는 ‘내가 먹은 돼지고기가 원래 저런 생명체구나’하는 메시지이기 이전에 하나의 드라마죠. 더 깊게 그 감정을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나 ‘옥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다. 봉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자 자본주의와 권력에 대한 비판이 담긴 영화다. 봉 감독은 ‘영화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 관객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파악하기보다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주길 바랐다.

‘옥자’는 영화 내용보다는 플랫폼이 먼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600억), 영화를 넷플릭스에서만 개봉하거나 일부 국가에서 극장 동시 개봉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해 개봉 전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옥자’는 플랫폼으로 인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이어 국내에서는 멀티플렉스 극장 측이 보이콧을 선언해 전국 100여 개 중소규모 극장에서 상영하게 됐다.

“‘옥자’는 영화 예산이 크고 보통의 한 아시아 유럽 회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영화가 아니었다. 당연히 미국 스튜디오와 만났는데 미국 스튜디오들이 시나리오의 다크한 면에 대해 두세 부분 지적했다. 넷플릭스에서는 시나리오를 전혀 바꿀 필요가 없고 최종편집권을 보장하겠다고 나오니 창작자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준비한 이상 영화 완성에 책임 있으니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대한 큰 화면으로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볼 수 있게 기회를 얻으려 설득했다. 칸에서 이런 논란이 있을 줄은 예상 못 했다. 초청해놓고 그들끼리 논쟁을 했다. 거기서 시작해 쭉 이어져 온 것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측의 보이콧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 만족한다.”

봉 감독은 ‘옥자’로 인해 이 정도의 논란이 벌어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영화제들이 논란·논쟁·핫이유등을 원하잖나. 매체들 입장서는 이런 게 반갑고.(웃음) ‘옥자’의 그런 공헌을 좋게 생각한다. 업계에 대한 기여다. 사실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칸 영화제 후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모두 스트리밍한 것도 아니고 별일 없을 것 같다. 영화의 방향이 다양해진 것뿐이다. 60년대 텔레비전이 나올 때 극장 측이 ‘우리는 다 죽었다’ 했는데 더 크고 화려하게 진행돼 왔잖나. 잘 공존하리라 본다. 난 업계 미래를 예측·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나리오 쓰고 (영화) 찍고 배우 표정에 울고 웃으며 ‘옥자’의 최후 몇 장면까지 컴퓨터 그래픽을 하다 칸에 간 상황이었다.”

‘옥자’는 한국 미국 영국을 제외하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된다. 플랫폼에 관해 각 나라에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차이가 있을까.

“프랑스에서는 논쟁이 많았는데 북미나 호주처럼 땅덩이가 큰 나라에서는 극장이 멀어 넷플릭스가 편할 것 같다. 한국 프랑스 극장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스트리밍 업체의 스트리밍 영화이고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큰 화면에서 볼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 전작에 비해 적은 개봉이라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극장 상영을 하는 거다.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길게 버틸 수 있을까? ‘매 주말 GV할 거야?!’하기도 했다.”(웃음)

‘옥자’에서는 공장식 도축 시스템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그 역시 콜로라도 도축장을 방문한 뒤 한동안 육식을 하지 않았다.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그는 막연히 육식에 관한 부정적 시선을 던지기 보다는 인위적으로 제품의 수요를 불필요하게 늘이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양은 줄였지만 고기는 꾸준히 먹는다. 개인 선택 문제다. 본능과 생체적으로 충실한 거니 먹는 게 제한적인 거라고 생각진 않는다. 실제 콜로라도에 가서 그(도축) 시스템을 봤다. 정말 압도적이고 한 번에 가죽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리할 것 인가하는 것 등을 연구하는데 ‘어떻게 이런 걸 모여서 연구하나’ 싶었다. 소를 반으로 가르는 걸 봤는데 초현실적이다. 그래서 그걸 영화에 넣은 것이고. 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그걸 왜 연구 개발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동물을 시스템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원래 도살업자가 도축한 걸 먹었잖나. 그 흐름이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아주 인위적으로 만든 것을 먹는다. ‘그 소비량보다 적게 먹어도 되는 건데’하는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했으면 했다.”

영화 속 도살장은 실제 도살장이 아닌, 캐나다의 맥주 공장이다. 사연이 많다. 잠실 메인 스타디움의 다섯 배가 넘는, 콜로라도의 압도적인 대규모 도살장을 본 그는 감독으로서 욕심이 생겼고 고민 끝에 운 좋게도 캐나다에서 적절한 장소를 찾았다.

“‘옥자’가 역사상 한국 감독이 만든 것 중 가장 예산이 큰 영화라고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중간 규모 정도의 예산이다. ‘어벤져스’가 2500~3000억 원에 육박한다. ‘옥자’가 예산 먹는 하마다.(웃음) 제이크나 틸다가 아니라 옥자에 가장 많은 예산을 썼다. 돼지 CG(컴퓨터그래픽)예산이 많기에 세트를 지을 수 없으리라는 건 명확했다. 실제 도살장을 빌려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30분만 파이프를 멈춰도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고민하다 운 좋게 밴쿠버 외곽에서 최근 문을 닫은 맥주 공장을 발견했다. 맥주 공장 파이프라인의 기계 배치 모양이 도살장과 비슷하다. 설비는 그대로 두고 미술감독과 일부를 꾸몄다. 매달린 고깃덩이는 CG다. 도살장 다큐멘터리를 보면 총으로 가축을 죽이는 ‘스턴박스’라는 게 나오는데 그건 미술팀이 직접 제작했다. 옥자가 295샷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가 120샷이고 ‘괴물’의 괴물이 120샷이다. 한 샷당 3000만 원 정도다. 크리쳐 CG가 나오는 영화의 영화감독들은 스토리보드를 정교하고 낭비 없게 짜야 한다. ‘괴물’ 때 훈련이 됐다. 천하의 이안 감독도 CG 때문에 회사 대표·프로듀서와 회의를 하다 컷을 줄이라며 핀잔을 들어 얼굴이 사색이 됐다고 한다. 한계치 먼저 파악해야 한다. ‘옥자’는 280~300샷 안에서 해결했다. ‘괴물’에서는 괴물이 한강에서 나와 공격하는 장면이었지만 옥자는 계속 미자와 같이 살고 뛰놀았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많이 나오고 미국 스튜디오를 노크한 거다.”

국내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영화 촬영을 하는 그에게 할리우드의 자본력 기술력이 더 높은 퀄리티의 영화를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인지 물었다.

“꼭 돈 문제만은 아니다. 촬영은 제한된 시간 내 하는 거잖나. 거기서 일하는 아티스트들, 그들의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돌아가느냐의 문제가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를 작업한 분인 에릭 얀 드 보어 감독을 만났다. 여러 회사의 슈퍼바이저 만났는데 이 분은 만난 지 30초 만에 확신이 들었다. 말하는 방식이나 ‘옥자’에 대한 이해 속도, 접근 방식, 콘셉트 이해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능력 있는 슈퍼바이저에 경험 많은 인원으로 꾸려진 팀이었다. 돼지는 에릭 얀 드 보어 팀이 작업했고 그 외 도살장 고깃덩이, 도살장 건물, 뉴욕 퍼레이드의 큰 풍선 등 그것도 다 CG인데 그건 다 한국 CG 회사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서 했고 두 회사가 같이 힘을 합쳐 해야 하는 것도 있었고다.”

영화에 나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ALF)는 봉 감독이 직접 취재한 실존하는 단체다. 영화에서 그들은 거대 기업 미란도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해 나선다.

“동물해방 묘사가 중반부터 길게 나오는데 시나리오상에서 전투적 노선도 있고 영화상 확답은 없는 것 같다. 그 집단이 실제 존재하는 집단이다. 실제 6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단체인데 그게 유럽으로 퍼졌다. 독특하다. 최소한의 원칙은 있는데 하나의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헤드퀘터 없이 곳곳에 퍼져있다. 워싱턴에서 실제로 ALF(비밀 동물 보호 단체)를 만났는데 본인들 원칙이 절대 ALF라고 말하지 않고 ‘지지한다’ ‘서포터다’라고 얘기하는 거다. 동물 실험실을 습격해 실제 감옥에서 2년 반을 지내고 나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끝까지 자신은 서포터라고 했지만 얘기를 나눠보면 안다. 영화에서 (ALF 리더) 폴 다노가 수퍼히어로는 아니다. 실제 영양가는 없다. 뭘 하려면 잘 안 되잖나. 멍청하고 실수도 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웃긴 모습이긴 한데 그게 리얼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워싱턴에서 인터뷰 한 분도 뉴욕 시사회에 와서 (영화를) 봤다.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하고 불안했는데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웃음)”

개봉 전부터 논란과 뜨거운 관심으로 더 큰 기대를 모은 ‘옥자’는 논란 끝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아닌, 중소규모 극장에서만 관람 가능하게 됐다. 평소 멀티플렉스 극장을 주로 찾던 관객들은 ‘옥자’ 덕에 모처럼 중소규모 극장을 찾으며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즐겁습니다. 나도 한동안 잊었던 거라. 기획한 건 아니고요.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런 극장에서 많이 상영됐던 다양성 영화에 피해가 되면 안 되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오래 버텼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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