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김영광, ‘연기 중독’이 만든 인생 캐릭터 [인터뷰]
입력 2017. 07.21. 14:12:51

김영광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파수꾼’은 피드백이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흘러가는 와중에 한 번 점을 찍게 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모델 출신 연기자’에 대한 숱한 편견에도 김영광의 연기는 꿋꿋했다. 스스로 선택한 배우로서의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는 ‘파수꾼’을 통해 노력의 결실을 얻었다.

지난 14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영광이 시크뉴스와 만나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광은 극중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신분까지 바꿔가며 살아온 정체불명의 검사 장도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작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순정남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그는 ‘파수꾼’에서 앞에서는 능청스럽게 웃다가도 뒤에서는 복수를 꿈꾸는 이중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전혀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김영광의 연기력을 재평가했고 장도한은 그의 새로운 인생캐릭터로 등극했다.

“원래는 반응을 확인 안 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주변에서 너무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궁금해서 봤다. 시청자 분들과 피드백 주시는 분들에게 고마웠던 게 ‘이렇게 재밌는데 왜 안보냐’면서 그분들끼리 으쌰으쌰 하시더라. 그런 게 더 와 닿았고 에너지가 생겨서 열심히 했다. 칭찬을 많이 들으면 더 잘하고 싶어지지 않나.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내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파수꾼’은 마지막 회에서 10%대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통쾌한 복수 대신 김영광의 죽음으로 완성된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고구마 엔딩’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김영광 역시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저희가 마지막에는 촬영도 늦게 시작했고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 시간상 사건이나 엔딩을 매끄럽게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아쉽긴 한데 저희가 준비한대로 열린 결말을 보여드린 거다. 시청자 분들이 많이 애정을 갖고 봐주셨는데 아쉬우셨을 것 같다”


장도한은 서울중앙지검 검사, 파수꾼의 대장, 한 남자의 아들 등 위치와 상황에 따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김영광은 이런 인물의 변화를 미세한 표정 연기로 소화해냈다. 특히 윤승로(최무성) 앞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고, 아버지를 보며 눈물을 쏟아내는 등 극적인 감정을 표출해야하는 장면에서 그의 연기는 더욱 빛났다.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복수 때문에 신분까지 바꾸고 살아온 사람이 과연 자기 모습이 있을까 싶었다. 표정이 어떤 때는 웃는 게 더 슬퍼 보이고 무표정일 때 더 화난 것 같을 때가 있지 않나. 대본에 있는 것과 반대로 해 보기도 하고 좀 더 꼬아서 했던 것 가다. 복수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더 혼이 나간 사람처럼 연기하는 게 있었다. 그런 걸 감독님이 좋게 봐주시고 잘 받아주셔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복수에 앞서 윤승로와 오광호(김상호)의 신임을 얻으려 하는 장면에서는 상체를 과하게 숙이고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장도한 캐릭터를 더욱 완성도 있게 표현했다.

“류승범 선배님을 좋아해서 영화 ‘부당거래’를 보다가 저렇게 놀면 되겠다 싶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때는 출세를 위한 욕망도 있고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자세도 일부러 더 숙이고 눈을 약간 치켜뜨는 것처럼 얼굴 모양이 나오게 했다. 그런 자세들은 영화 ‘아수라’에서 참고했다. 거기서 황정민 선배님이 주지훈 선배님을 부르면 주지훈 선배님이 몸을 숙이면서 ‘예’하고 가는게 뭔가 비굴하고 예민해 보여서 좋았다. 그런 부분을 이용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모두에게 의심을 받는 인물이었던 만큼 현장에서의 외로움도 상당했다. 김영광은 “촬영장에서 모두가 나를 째려봤다”며 진심으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캐릭터 자체가 표현을 못 하니까 답답했다. 제일 슬펐던 건 청문회장에서 모든 사람이 제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였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내가 말 하면 반응이 없고 다들 윤승로 말만 들으니까 그게 슬펐다. 파수꾼 멤버들도 조수지 때문에 많이 바뀌었다. 나랑 먼저 일했는데 어느 순간 ‘대장이 배신 한 거야?’ 이러면서 다들 저를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니깐 너무 외롭더라. 혼자 있고 싶었다”

김영광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연기에 매진해왔지만 ‘모델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 탓에 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았다. 특히 잘생긴 외모와 훌륭한 신체조건 덕에 연기력이 가려지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그는 그 어느 배우 못지않게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노력파 배우’였다.

“저는 인물의 정서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인물마다 상태를 설정해놓고 신 들어가기 전에 그걸 한번 되짚고 나서 그 사람을 대한다. 벽에 인물마다 생각나는 부분을 적어서 붙여놓는다. 그 인물과의 관계나 내가 그 사람한테 느끼는 감정 이런 것들이다. 이번에는 피드백이 좋게 들어오니까 내 선택이 맞았구나 하면서 연기적인 재미를 느꼈다. 이런 작업은 ‘디데이’때부터 했다. 제가 단역 때부터 조연으로 넘어가고 그러면서 더 디테일하고 풍부하게 연기를 하고 싶은데 처음에는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 사실 연기에 정답은 없다. 내가 확신만 갖고 하면 되는 건데 그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은 그냥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계속 하는 거다”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배우의 자리까지 오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모델의 길을 포기하고 배우로 전향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 “후회 한다”며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포기할 수 없는 연기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후회는 매일 한다. (웃음) ‘이렇게 힘든 걸 내가 왜 껴안고 있지’라는 생각도 하는데 연기의 매력이 워낙 강하다. 연기는 사람을 되게 많이 건드린다. 저도 정서적으로 흔들리거나 아플 때가 있는데 연기를 하면서 시원해질 때도 있고 연기도 감정이다 보니까 나를 기쁘게도 했다가 슬프게도 하는 게 생각보다 재밌다. 이걸 내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 자체도 신기한 일이고 나에게 뭔가 이상한 힘을 주는 것 같다. 연기를 잘 할수록 나에게 더 많은 에너지가 생기고 힘이 될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 휴식기 없이 열일 행보를 이어온 이유도 이와 같다. 작품이 끝나기가 무섭게 생겨나는 연기를 향한 그리움과 열정은 매번 그를 새로운 현장으로 이끌었다.

“저는 꾸준히 해야 된다. 쉬고 싶은데 이게 약간 중독된 것처럼 2주만 쉬어도 회사에 빨리 대본 받자고 전화를 하게 된다. 일 하는 게 재밌다. 쉬는 건 한 달 정도가 최고다. 그 이상 넘어가면 불안하고 그래서 일을 하는 게 훨씬 재밌다”

끝으로 그는 ‘파수꾼’의 여운을 채 풀기도 전에 또 다른 장르물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복수, 재난에 이어 이번에는 전쟁을 겪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연기를 향한 열정이 가득했다.

“이번에 장르물을 해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예전에 제가 재난을 한 번 겪어봤으니까 전쟁 같은 걸 하면 재밌을 것 같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때 제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전쟁통에서 서로 싸우면서 반쯤 미쳐가다가도 우리 편끼리 모이면 또 따뜻하게 얘기하지 않나. 그런 인간다움이 보이는 것도 좋다. 전쟁이 주는 힘이 있을 것 같다. ‘파수꾼’을 하고 나니까 이런 연기적인 재미를 까먹기 전에 해보고 싶다”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평범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버린 사람들이 모여서 아픔을 이겨내고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 모임을 만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 11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김다운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와이드에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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