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군함도’, 류승완이 남긴 2%의 아쉬움
입력 2017. 07.24. 13:21:51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군함도’가 베일을 벗었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의 신작,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 여기에 군함도라는 신선한 소재까지 흥행을 위한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두 시간 가까이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남는 건 탄광 속 조선인들의 충격적인 모습과 아역 김수안의 얼굴뿐이다.

1945년 일제 강점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기를 그린 영화 ‘군함도’는 2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으로 제작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최근 ‘박열’ ‘택시운전사’ 등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자주 등장하는 가운데 ‘군함도’ 역시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역사인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천만 영화’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 등에서도 다뤄지며 화제가 됐던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탄광 노동을 위해 강제 징용된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군함도를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기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 같은 군함도의 비극적인 역사에 조선인들의 탈출기라는 상상력을 가미해 영화 ‘군함도’를 탄생시켰다. 이미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였기에 류승완이 그린 ‘군함도’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하지만 군함도 조선인들의 열악한 환경과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며 흡입력을 높이는 초반과 달리 본격적으로 탈출에 관한 내용이 진행되면서 부터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들이 반복된다. 조선인들에 대한 연민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탈출을 시도하는 군인과 의리 하나로 희생을 불사하는 건달,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천진난만하기만 한 아이 등 숱한 영화에서 봐왔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은 뻔한 결말과 감동 코드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총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등장하는 러브라인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며 극의 몰입도를 방해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극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들로 진행되는 영화는 개봉 전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던 데 비해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부실한 스토리를 채우는 것은 볼거리가 풍부한 영상의 몫이다. 영화 초반, 탈출에 실패한 아이들이 그물에 건져지는 장면과 갈색 빛의 어두운 영상 속에서 속옷 한 장만 걸치고 탄광을 기어 다니는 조선인들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의 모습은 사람보다는 동물의 형상에 가깝게 느껴지며 그 당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조선인들이 삶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이강옥(황정민)의 딸 소희 역으로 분한 김수안은 영화에서 선배 배우들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낯선 현실과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에 눈물을 떨구다가도 아버지 앞에서는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말괄량이 같은 면모를 보이는 김수안의 연기는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다.


조선인 관리인 송종구 역을 맡은 김민재의 모습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조선인들을 사람 이하로 취급하며 굴리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송종구는 당당하게 조선말을 하며 조선인들을 학대한다. 그에게 같은 조선인으로서 느끼는 연민과 애국심 따위는 없다. 송종구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아니지만 조선인과 일본인을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려 하지 않은 영화의 의도를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조선의 독립이 아닌 생존을 위해 탈출하는 조선인들과 그들을 방해하는 조선인, 암암리에 조선인들을 돕는 일본인의 등장은 ‘군함도’가 ‘국뽕 영화’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이다.

‘군함도’는 초호화 세트로 당시 군함도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어둡고 음산한 색감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며 영상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한다. 하지만 조선인들의 처절한 모습을 그리는데 집중한 나머지 류승완 감독 특유의 통쾌하고 시원한 한 방은 없었다. 오락 액션 영화에서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드러냈던 류승완 감독의 색깔은 ‘군함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장르가 다른 만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지만 많은 관객들이 류승완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오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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